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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MBC일요예능의 몰락과 김구라



김구라 하차, MBC일요예능과 김구라 모두에게 현명한 선택

요즘 김구라씨가 인터넷을 달구고 있습니다. ‘뜨거운형제들’에서의 하차가 큰 이슈가 되더니, 어제는 박명수씨와의 불화설도 불거지며 연일 화제를 낳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했듯 뜨형 이전부터 줄곧 박명수씨와 김구라씨는 서로 안어울리는 면이 있었습니다. 또 그의 하차 역시, 지지부진한 뜨형의 현실을 놓고 보면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 리얼버라이티와 김구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MBC의 일요예능은 예능의 역사 그 자체였습니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일요일밤의 대행진’에 이어 1988년 부터 시작된 '일요일 일요일밤에'까지,  MBC의 일요예능은 타 방송타가 넘볼 수 없는 절대강자였지요.
일밤만 해도,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이휘재의 인생극장,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김용만의 브레인서바이버 등등...오래도록 회자될 만한 숱한 코너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먼 추억일뿐이지요.


추락하는 <일밤>에는 김구라가 있었다
MBC '일요예능의 몰락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과거의 영광만큼 오늘날의 길고 긴 침체는 더욱 어두워보이는데요, 이러한 부진의 원인은, 역시 본격적인 리얼예능의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탓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05년 예능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무한도전 이후 우리 나라 예능계의 추세는 바뀌게 됩니다. 이런 리얼예능의 바람을 이어받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남자의 자격과 같은 다양한 리얼예능들이 자리를 잡게 되지요. 리얼예능의 포맷을 차용하되 그 안의 아이템을 다양화하고 변화시켜서 말입니다. 일밤도 나름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나, 1박2일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의 생생함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거지요.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미 하향세에 접어들고 있던 일밤에 김구라가 합류하면서, 일밤의 부진은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됐다는 점입니다.


이상은 그동안 김구라가 참여했던 일밤의 프로그램입니다. 한번만에 끝난 것도 있고 몇달씩 이어진 것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지지부진했습니다. 그나마 뜨형이 가장 장수한 편이지요. 현재 매우 부진하지만 말입니다. 이처럼 일요예능국은 다양한 아이템과 테마로 꾸준히 변화를 모색해 왔지만 김구라씨를 중용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우울하네요. 결국 이러한 부진에서 김구라가 자유로울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는 김구라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컨셉의 문제입니다. 강력한 입담꾼인 김구라는 토크쇼에선 강자이지만 리얼예능에선 프로그램을 말아 먹는'종결자'인 셈이지요.
리얼예능의 성공을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참여자들은 저마다의 캐릭터를 구축하여 맘껏 활약을 펼칠 수 있습니다. 웃음 그 이상의 감동을 말입니다. 그런데 김구라가 따뜻한 눈길로 배려의 손길을 내민다면 참 언발란스할것 같네요. 손길을 받는 사람도 불편하고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도 낯선 감이 있습니다.


그나마 그가 오래 진행했던 리얼예능인 '오빠밴드'에서, 김구라는 밴드의 매니저를 맡았었는데요. 매니저라는 게 스타의 어려운 점을 찾아 해결해주고, 스타가 하지 못할 여러 일들을 대신 헤쳐나가는 방패막이 역할도 해주어야 하는데, 김구라씨의 경우 캐릭터자체가 다른 사람을 덮어주고 보듬어 주는 역할이 맞지를 않았지요. 매니저의 눈치를 보는 스타가 나왔습니다. '뜨형'에서도 마찬가집니다. 호통치는 박명수씨, 깐죽대길 좋아하는 탁재훈씨 그리고 독설을 퍼붓는 김구라씨...이 세사람의 조합은 형제들의 우애를 북돋우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조합이였지요. 역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기가 힘들었습니다. 리얼예능에서는 멤버들간의 조화와 팀웍이 생명과도 같습니다. 서로 티격태격 할지라도 누군가가 하면 하고 받아줄 수 있는 파트너쉽이 필수인데, 김구라씨의 경우 캐릭터자체가 다른 사람과의 화합이나 조율이 어려운 셈이지요.


김구라는 앉아서 조근조근 말로써 웃겨주는 게 어울립니다. 자신이 오래동안 쌓아온 이미지대로 독설가 캐릭터가 필요한 라디오스타같은 프로그램에서 빛을 발한다는 거지요. 그런 프로그램에서, 게스트에 대해 탐구하고, 파헤치고, 적재적소에 핫hot한 아이템을 터뜨릴 수 있는 그의 말빨이 힘을 얻게 되지요.
 

결국 MBC일요예능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지금의 대세인 리얼예능을 따라가야 할 터인데, 리얼예능에서의 팀웍다지기에 김구라씨는 분명 부담스러운 존재입니다. 김구라 역시 자신이 확고하게 구축해온 삐딱한 독설가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기에 스스로에게도 손해인 셈이지요. 몇년째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MBC일밤을 위해서도, 김구라 본인을 위해서도 김구라의 하차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이러한 결정이 바로 윈윈win-win 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과연 김구라가 떠난 MBC일요예능은 과거의 영광에 접근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