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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시크릿가든

시크릿가든, '라임이 된' 주원이 가장 몰두한 일은




제주도에서 영혼이 바꿨던 주원과 라임이, 제주도를 떠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영혼이 바뀐 이후, 더욱 더 서로에게 자연스러운 듯 친밀해진 느낌을 주는 두사람인데요,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친구처럼 보인달까요? 그럼에도 이들이 남자와 여자로서, 또 전혀 다른 계층으로서 교감했던 장면이 인상적이였습니다.
두사람이 주원의 집으로 돌아왔을때, 주원의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었지요. 처음부터 라임이 거북했던 주원의 어머니는 독설의 연타를 마구 날렸습니다. '저 계집애'란 말을 남발하며 극단적인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지요. 독설은 '이래서 없는 것들에겐 동정도 말아야해, 특히 몸뚱이가 전재산인 이런것들'에서 절정을 이뤘지요.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라임이 된)주원의 얼굴엔 당혹스러움 보단 절망감이 가득합니다.
둘이 함께 집을 나서는 차안에서 라임이 된 주원은 어머니를 대신해서 진지하게 사과하지요.
                  (이장면에선 뭐처럼 둘의 모습이 잠시 돌아와서 초반의 로맨스필이 모처럼 살았습니다.)

엄마일은 미안해, 워낙 말이 가시인 분이라 대화하다보면 나도 가끔 다쳐
그쪽 어머니가 하신말씀, 그쪽이 나한테 상처줬던 말에 비하면 새발의 피거든, 너나잘하세요
그래도 다행이다. 그쪽이 안당해서.. 첨으로 몸바뀐 거 잘 됐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감동할것없어 사회지도층의 양심이란 이런거니까.  재수없어.. 뭐? 신선하지? 사회아래층의 반항이란 이런거야
늘 느끼는 거지만 계층간에 언어격차가 이렇게 심한줄 몰랐네, 문화교류라고 생각해


문화교류를 받아들이는 주원의 얼굴에 건강한 웃음이 가득하네요.
하지만 이렇게 마음을 나눈 것도 잠시 이들은 각자의 삶을 대신 살아줘야 하는 당면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백화점 사장으로 출근한 라임과 스턴트사무실로 향한 주원의 언행이 참 위태롭기만 하네요. 어느정도 상대의 일상에 피해가 안가도록 적당한 연출이 필요할텐데좌충우돌의 행동들이 불안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출근길 직원들의 인사를 수줍게 받아들이고 점심으로 식당에 서서 순대와 떡복이를 먹는 것도 그렇고, 라임이 된 주원이 라임의 룸메이트의 손을 잡고 간절히 부탁해서 오해를 사는 장면이나 스턴트 동료들을 상대로 삐딱하게 행동하는 장면도 그랬습니다. 재미야 있지만 수습해야 할 나중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처음 이 두 사람의 영혼이 바뀌었을때, 이 두 사람의 관심사는 원상복귀전까지 얼마나 서로의 삶을 무난하게 대신 수행해줄까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어느정도는 서로 의식을 하고 있기는 한데요, 정작 주원이 몰두하는 것은 따로 있더군요. 주원이 두고두고 의식하고 있었던 두 사람에 대한 선긋기지요. 바로 라임에게 관심이 지대한 두 남자, 임감독과 오스카에 대한 관리입니다. 


라임이 된 주원은, 임감독의 라임에 대한 연정을 이미 제주도에서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지요. 아직 라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완벽히 인정한 건 아니지만, 라임에게 깊은 애정을 품고 있는 임감독을 그냥 넘어가기에는, 도도하고 자기중심적인 주원에겐 쉽지 않은 일이겠지요. 아예 그 싹을 잘라버리려 작정했습니다. 임감독은 라임의 꿈을 위해, 무술감독의 절대강자 정두홍씨도 구하지 못했다던 헐리웃 액션대작의 시나리오를 입수했지요. 이 시나리오를 받고 기뻐할 라임을 상상하며 흐뭇했을 겁니다. 그러나 라임이 된 주원이, 임감독이 선물한 핸드백을 패대기 쳤듯, 시나리오도 던지듯 내려놓습니다. 임감독은 오해합니다. 라임의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임감독의 마음을 알아버린 라임이, 정을 떼기 위해 하는 행동으로 짐작하게 되지요. 영화감독 앞에서조차 기죽지 않고 할 말은 하던 임감독이었는데요, 라임앞에선 자존심을 죽입니다. 라임이 진정 원했던 이 기회를 이런식으로 놓치게해선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기어이 내팽겨쳐진 시나리오를 다시 건넵니다. 이런 임감독을 평가하는 주원의 한마디가 절묘합니다. '길라임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사랑하는구만' 그래서 라임이 된 주원이 분명히 선언합니다. '나한테 마음 들킨거 없던걸로 할테니까 죽을때까지 나한테 고백하지말아요' 까도남답게 확실한 선을 그어버립니다. 가차없고 철저하네요. 그러고보면 라임이 된 주원은, 라임의 삶을 제멋대로 휘졌는것처럼 보이지만, 진작부터 해두고 싶은 일을 해낸셈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접하는 이필립의 쓸쓸한 표정연기가 마음시리게 하네요)


라임이 된 주원의 눈에 띄는 또다른 행보는 오스카에 대한 것이지요. 오스카는 첫사랑 윤슬과의 조우를 못 견디고 잠적해버렸는데요, 주원은 기어이 자동차도난 수배를 내려서까지 그를 잡아 들입니다. 오스카에게 요구할 것이 있기 때문인데요, 백화점 전속 모델과의 비즈니스적인 문제가 아닌, 길라임과의 문제때문이었지요. 제주도에서 했던 두 사람은 길라임을 두고 자전거 경주로 내기를 했었는데요, 오스카가 승리했었지요. 그 댓가로 오스카가 길라임에게 접근해도 주원이 개입하지 않기로 했었습니다. 이게 두고두고 주원의 마음에 부담이었나봅니다. 그래서 구치소에 갇히게 된 오스카에게 절실한 딜을 제시하는데요. 형사합의 조건으로 내기의 원천무효를 요구하게 됩니다. 길라임을 포기하라는 거지요. 까칠하고 당당한 길라임을 유독 다소곳한 여자로 만드는 오스카였는데요. 오스카야말로 주원에겐 임감독을 뛰어넘는 라이벌인 셈입니다. 매사에 자신만만한 까도남인 주원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연적이지요. 결국 자동차절도범으로 몰아서까지 내기를 철회시키고자 합니다. 근데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 거래의 현장에 윤슬이 있었던 겁니다. 애초에 자전거경주를 할때도 윤슬의 영향으로 오스카가 길라임을 두고 내기를 한 셈이었는데요, 또다시 윤슬의 존재는 오스카를 자극하고 맙니다. 윤슬의 시선을 받으며 오스카는 말합니다. 길라임씨 포기못한다고, 길라임씨 안뺐긴다고 합의안해줘도 상관없다고...


거래의 성사를 자신했던 주원의 표정은 경악으로 변하지요. 오스카와 윤슬의 과거를 모르고 있는 주원으로서는 이렇게까지 라임에게 집착하는 오스카를 이해할 수 없고, 이러한 오해는 주원뿐만 아니라, 라임과 윤슬, 심지어 오스카까지 헷갈리게 할 듯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결과와 원인이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사랑하기에 사랑한다고 말하는 거지만, 때론 사랑한다 말했기에 사랑하게 되기도 하니까요. 오해가 깊어지고 복잡해질수록, 마음은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 진도를 나아갈 것 같은데요. 특히 라임의 삶을 경험하며 그녀를 알아 가고 있는 주원에게 오스카의 이러한 모습은 주원의 라임에 대한 감정을 더욱 끌어올릴 듯합니다. 첫번째 미션인 임감독과의 선긋기는 무난하게 넘어간 듯 한데, 두번째 미션은 제 발등 찍은 결과를 낳은 것 같군요. 앞으로 숱한 오해 속에서 이들의 마음이 어떻게 발전해 갈지 더욱 흥미로워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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