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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시크릿가든

시크릿가든 주원, 영혼교환의 선물을 이해할까




영혼체인지를 통해 서로가 되어본 주원과 라임, 체인지 기간동안 리얼하고 빼어난 연기로 보는이들을 웃음으로 몰아넣기도 했지만, 그간에 가지고 있던 까도남 주원의 카리스마를 확 무너뜨리기도 했지요. 어쨌든 많은 화제를 모았던 영혼체인지가 마무리되고 드디어 각자 주인의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에는 상류층 주원과 소외된 이웃인 라임의 만남이라는 설정상, 익숙한 신데렐라와 왕자님의 스토리로 인식되기 쉬웠을텐데요, 하지만 시크릿가든은 영혼체인지라는 색다른 마법 장치를 둠으로써 이전의 로맨스 드라마와는 다른 전개를 보이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허무맹랑하게도 느껴지는 판타지물을 보는 듯하게 말이지요. 하지만 이 영혼체인지는 시크릿가든에서 가장 필요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장치가 되어주었지요. 서로를 좀더 마음깊이 받아들 일 수 있는 계기로서 말입니다. 극중 시간으로 따진다면 약 일주일정도 체인지 되었었지요. 길다면 길지만, 사실 새로운 몸과 환경에 적응하기에는 상당히 짧은 기간입니다. 그 짧은 기간동안의 체인지를 통해 두 사람은 무엇을 얻었을까요. 특히 주원은 라임을 얼마나 이해하게 되었을까요?



 신선했던 볼거리, 두개의 버전으로 보는 리얼연기

현빈과 하지원이 참 고생많았겠습니다. 한 장면을 두고도 라임과 주원을 번갈어가며 두개의 캐릭터를 넘나드는 연기를 펼쳐보였는데요, 가벼운 손짓하나 놓치지 않는 이들의 몰입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이들이 두가지 버전으로 나오는 장면들은 대체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순간들이 많았지요. 주원의 어머니한테 모욕을 당한 후 함께 돌아오는 자동차 안에서라든가, 사우나를 마친 직후 밤바다를 앞에 두고 와인을 나눠 마시며 담소하는 장면도 그랬지요. 티격태격하다가도 슬쩍 마음을 열어보이는 이들의 아기자기한 데이트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사우나는 잘했냐? 36-34-34 그쪽 꿈의 바디랑 같이 씻은 기분은 어떤데? 나 이상형 바뀐지 오래거든. 미스코리아 못나가는 여자로. 못나간게 아니라 안나간거야. 그래. 까맣고 못생겨서, 이씨 짝궁뎅이 주제에. 와 아주 인체탐험을 했구만. 이 여자 완전 응큼하네.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살았지. 내가 내 엄청난 세금들이 다 그쪽 한테 갔구나. 아깝냐? 더 낼걸 그랬다 그쪽을 내가 키우는 줄 알았으면..


모처럼 각자의 몸으로 돌아와서 하는 연기가 반갑더군요. 덤덤한듯 하다가도 살짝 드러나는 따뜻한 마음이 잔잔한 표정에 드러납니다. 문득 주원의 라임에 대한 달달한 마음을 접하고 보니, 바로 직전 사우나 안에서 '라임이 된' 주원이 윤슬에게 한말이 생각나네요. 윤슬이 한껏 자신의 몸매를 뽐내자, 주원이 지지않고, 자신의 매력적인 근육 몸매를 자랑했습니다. 그 때는 단순히 기죽지 않는 성격 탓인줄 알았는데요, 혹시 자신이 관심갖고 있는 라임에 대한 자부심도 생기게 됐다고 보면 무리일까요..


어쨌든, 이들의 연기가 어찌나 대단한지, 그들의 얼굴만 봐도 지금 바뀐 상태인지 아닌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정도 입니다. 밤 바다에서의 데이트가 끝난 다음날, 두사람은 술에 잔뜩 취했는지 각자 영혼이 바뀌기 전의 성별을 기준으로 침대를 찾아갔었지요. 라임 몸인 주원은 오스카 옆에, 라임은 윤슬 옆에..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뜬 윤슬과 오스카는 기겁을 했습니다. 설마 이때 영혼이 돌아온 걸까 싶었지요. 하지만 두 사람의 얼굴을 본순간 아직 아님을 충분히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표정만으로 어필하는 이들의 연기력에 경의를..!

 영혼체인지가 주는 선물을 과연 주원은 이해했을까

주원이 그냥 김주원으로 살아간다면, 그는 죽었다 깨어나도 라임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라임의 집은, 주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셔널지오그라피에 나오는 집'이지요. 이렇듯 전혀 다른 인식을 갖고 있는 그가, 라임을 이해하고자 관련된 책을 읽어봐도 이성적인 지식 이외에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라임에게도 주원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을 법한데요, 이런 면에서 영혼체인지라는 마법은, 두사람만을 위한 소중한 선물이 될 수 있겠지요. 둘의 영혼이 바뀔때 비가 왔습니다. 드라마가 처음 시작했을때 주원의 방에 있는 TV 속 아나운서가 이야기하지요. '... 그래서 인디안 섬머를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도 하지요, 올 가을 찾아올 인디안 섬머는 전례없이 많은 비소식을 동반하고 있는데요, 이 비를 맞으면 왠지 특별한 신의 선물을 받을수 있는건 아닐까요'


계층의 현실을 배우는 것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직접 라임이 되어, 자신의 엄마가,퍼붓는 독설을 몸소 겪어볼때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이러한 현실의 이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겁니다. 전 가치공유라고 생각하는데요, 라임이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헐리웃 액션 대작에 대한 배우모집 오디션이 있다고 합니다. 주원은 쉽게 단정하지요. 이런 위험한 스턴트가 여자에게 시킬 짓이냐고... 스턴트라는 걸, 머리가 나빠서 몸으로 하는 일쯤으로 생각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라임에게는 도전할 수 있는 꿈이 있고 이를 위한 열정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냉소적이기만한 주원에는 아직 절실해 보이지 않는 거지요. 혹시 주원은 라임이 가진 꿈과 열정을 이해하고 응원할 날이 올까요. 아마 두사람이 진정 맺어진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네요.


인디언 섬머를 연상시키는 비가 또 다시 내리자, 둘은 다시 원상복귀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TV속 아나운서의 코멘트는 이렇게 끝을 맺었지요.
'하지만 신의 선물일지, 장난 일지는 비를 맞아봐야 알 수 있겠지요. 김주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