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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시크릿가든

시크릿가든, 스스로 비겁한 주원이 된 이유는




10회의 첫장면에서, 라임은 오스카에게 생긋 웃으며 소녀처럼 수줍어했지만, 주원에게는 껄렁한 눈빛으로 시선 한번 주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오스카 앞에선 소녀가 되어버리는 라임, 그리고 여자에겐 한없이 로맨틱한 오스카, 주원은 이 두사람이 더욱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오스카를 닥달하지요. 라임에게 한 말이 진심인지 따져물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오스카의 통렬한 지적 '유산을 남겨줄 어머니의 뜻을 거스를 의지도 없고, 결혼은 단지 비지니스일 뿐'이라는 말에 주원은 할말을 잃습니다. 오스카의 말을 대충 흘려버릴수가 없었지요. 갑자기 주원은, 자신이 박박 찢어버렸었던 라임의 지도 그림을 다시 이어붙입니다.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자신의 이름에 '비겁한'을 적어 넣습니다. '비겁한' 김주원싸가지 집이라고 말이지요.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이후 주원의 태도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됩니다.


 주원에 다가가고 있는 라임의 마음

주원은 영혼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전, 경찰서에서 라임에게 화를 냈습니다. 자신에 대한 생각은 5분도 하려 하지 않는다고 분개했지요. 하지만 이는 주원의 오해였습니다. 라임은 주원의 집 서재에서 봤던 책들을 주문했습니다. '그 사람'이 그 책들을 읽으며 무얼 느꼈고 무얼 생각했는지 궁금하다며 말이지요. 룸메이트에게 말합니다. '그 사람 마음속이 궁금해서.. 내가 놓친 그 사람의 진심은 뭐였을까.. 찾아질 지도 모르잖아' 라임은 새로 산 책들을 자신의 책꽂이에 정리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이미 라임은 주원이 가지고 있는 생각, 그가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친 셈입니다. '그 사람의 모든 것이 궁금해'의 단계는 아닐지라도, '그 사람에 대해 작은 것이라도 하나씩 알아가고 싶다'는 교감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단계에 발을 들여놓은 거지요. 라임이 주원에 대한 노력은 이미 이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주원은 라임이 자신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았다고 호통쳤지만, 다시 제자리를 찾은 후 자신의 드레스룸에서 '넥타이 매는 법'이라는 작은 쪽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넥타이를 매본 적 없는 라임은 이렇게 작은 것에서부터 조금씩 노력하고 있었던 셈이지요.


 비겁한 주원이 되기로하다

오스카와의 대화 이후, 주원은 혼란스럽습니다. 그때 주원이 읽고 있던 책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입니다. 눈 내리는 시크릿가든을 산책하면서 생각에 잠기지요. 그리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막 찾아온 오스카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안그래도 결정했어. 나 그 여자랑 헤어질 거야. 근데 나중에. 그래서 보러갈려구. 지금은 얼떨떨하고 신기하지만 자꾸 보다보면 그 여자도 언젠간 흔한 여자가 되겠지. 열에 아홉인 그런 여자,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그런 여자. 길어야 석달이야'.. 결국 자신의 어머니를 이길 명분도 의지도 가지지 못한 주원이기에 그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거지요. 그는 라임에 대한 감정은 인정하지만 그 감정이 석달을 넘기지 못할거라 자신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동화속 세상을 꿈결에서 여행하듯 자신은 잃는 것 하나 없이 석달간의 모험을 마친 후, 이야기속 앨리스가 잠에서 깨어났듯 자신도 그렇게 한낱 꿈따위 떨쳐 버릴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요. 자신이 소유하거나 누리고 있는 그 무엇도 내어줄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이대로 감정에 충실하다보면, 감정이 우연히 생겼듯, 우연히 사라질 것을 알고 있는 거지요. 비겁함이란 현실적 혹은 똑똑함의 다른 이름일까요?


이제 주원은 라임에게 당당하고 노골적으로  들이대기 시작합니다. 영혼 체인지 기간동안  복근이 사라졌다, 그동안 입은 속옷은 다 가져가라, 뭘 먹었길래 변비가 됐냐며 라임에게 마구마구 다가갑니다. 주원의 표현대로 자존심도 버리고 그녀를 만나러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지요. 그리고 액션스쿨팀의 사극촬영 현장까지 따라갑니다. 촬영의 하이라이트 인 임감독과 라임의 결투씬을 바라보며 주원은 외로운 독백을 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란 질환이 있다. 망원경을 거꾸로 보는 듯한 신비한 시각적 환영때문에 매일 매일 동화속을 보게되는 신기하고도 슬픈 증후군이다. 내가 그 증후군에 걸린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아무것도 아닌 저 여자와 있는 모든 순간이 동화가 되는 걸까...


 주원의 엄마를 만나러 간 라임

오스카의 호의속에서, 라임은 오스카에게 암벽등반 트레이닝을 해주기로 결정합니다. 둘만의 평화로운 대화 도중, 갑자기 전화가 오지요. 주원의 어머니였습니다. 주원의 어머니를 대하는 라임은 어떤 입장을 생각했을까요. 오해로 인해 부득이하게 금전적 부채를 안긴 빚쟁이 아니면 남자친구의 어머니.. 주원 앞에서는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말도 서슴치 않았었고, 어머니에게도 아무 사이 아니라고 전해달라고 할만큼 당당하고 자존심 강한 라임이었지만, 막상 주원 어머니 앞에선 수그릴뿐입니다. 모욕적인 언사에도 안타까운 표정만을 드러낼 뿐, 처음 만났을때처럼 당당하게 할 말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더군요. 심지어 주원 엄마가 물을 뿌리자 스턴트 본능으로 피해버렸다가 난감해 하며 '죄송합니다. 다시 가겠습니다'를 외칩니다. 기꺼이 모욕을 당할 각오가 되어 있는 라임입니다. 라임은 주원을 위해 자존심 죽이고, 고난을 감수하기로 한걸까요?  이때 주원이 등장합니다.
'제가 이 여자랑 결혼할 것도 아니고..저 지금 그냥 잠깐이에요' 라임이 듣는 앞에서 아주 당당하고 뻔뻔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지요. 9회에서 라임이, 자신은 인어공주와 달리 주원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에 대한 카운터 펀치인가요. 하지만 그때와는 너무 분위기가 다르군요.


사극 촬영장에서 라임을 아련하게 바라보는 주원의 눈빛은, 주원과 같은 책을 읽고 그의 생각을 공유하고자 다짐하던 라임의 눈빛과 왠지 닮아 있었습니다. 이미 어딘가 모르게 서로 닮아 가고 있는 두 사람이지요. 아직은 두 사람만 모를 뿐입니다. 약 없이도 지낼 수 있게 된 주원의 건강이 하나의 증거일 수 있겠지요. 어쨌든,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데 조심스런 라임과 달리, 주원은 자신의 감정에 당장 솔직하기로 합니다. 아마 냉소적인 주원이기에 인간의 감정이란 수명이 존재하는 호르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다가 꿈에서 깨어난 앨리스처럼 자신도 라임과의 사랑에서, 꿈을 깨듯 산뜻하게 깨어날 수 있다고 믿나 봅니다. 과연 주원의 계획은 성공할까요? 근데 주원은 '앨리스 증후군'이란 것이 동화속 이야기와 달리 쉽게 깨지지도 헤어나지도 못할 병이라는 걸 알게 될까요?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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