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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MBC연예대상, 시상식의 그늘진 빈자리



어제 MBC연예대상이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활동을 결산하는 풍성한 자리임에도 몇몇 빈자리가 눈에 띕니다.
MBC연예대상은 다년간 MBC공채 출신인 이혁재의 단독MC를 맡아왔었는데요, 이혁재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올해는박미선-이경실, 두 여자 개그우먼의 진행이 이채로웠습니다. 대대로 MBC연예대상은 MC를 맡아온 이혁재를 비롯해 수많은 개그맨들이 참여하는 코미디언들의 축제이기도 했습니다. 상을 탄 사람, 못 탄 사람 모두 선후배간의 정을 나누는 모습들이 있어 왔지요. 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서는 개그맨보다는 다른 분야의 연예인이 더 많이 눈에 띄는 모습이었습니다. 연예대상이지만 정통개그맨 보다는 가수, 배우들의 시상식같은 인상이었지요. 그들의 빈자리가 허전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MBC연예대상에 또 다른 빈자리를 만드는 위협적인 프로그램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시간에 있었던 SBS가요대전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시상식이 중반을 넘어서며 빈자리가 더욱 늘어나게 되었죠. 개그맨보다 가수에 의존도가 큰 MBC예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거지요. 당사자 가수들로서도 같은 날 있었던 가요제와 연예대상에 교차출연하느라 상당히 힘들었을 듯합니다. 연예계의 키워드가 된 아이돌의 활약은 어느 분야든 빠지지 않을텐데요, 그래서 그런지, 신인상과 인기상의 무대에서는 가수들의 모습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신인상은 윤두준과 크리스탈, 조권과 가인 등 전부 가수가 차지할 정도였지요. 인기상 역시 김구라와 김국진을 제외한 나머지 수상자는 정용화, 이기광, 윤종신, 닉쿤, 빅토리아, 서현, 싸이먼디 등 가수들의 몫이었지요.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잠시 후 SBS 가요대전에서 또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방송사 간에도 이들의 일정을 조율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듯 합니다. 하지만 SBS는 MBC예능의 신인상과 베스트커플상에 빛나는 조권만큼은 '죽어도 못보내'줬네요. 메인MC인데 당연하겠지요. 가요제에서 2AM이 열창한 그 노래가 유독 인상적인 이유입니다. 연예대상에 빈자리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또 MBC예능에서 시트콤의 강세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이런 시트콤에서의 두드러진 행보 덕분에 우수상, 최우수상분야에서 관련 수상자들이 많이 배출됐지요. 연예대상 시상식이지만 배우들의 모습이 더욱 눈에 띄었습니다.

이하 수상자명단
 ▲ 대상 = 유재석(무한도전, 놀러와)
 ▲ 베스트 프로그램상 = 세바퀴
 ▲ MC부문 최우수상 = 박미선, 이휘재, 김구라(세바퀴)
 ▲ 코미디부문 최우수상 = 송옥숙, 김성수(볼수록 애교만점) 
 ▲ 버라이어티 최우수상 = 박명수(무한도전, 뜨거운 형제들), 조혜련(세바퀴)
 ▲ 코미디부문 우수상 = 최여진, 이규한(볼수록 애교만점)
 ▲ 버라이어티부문 우수상 = 김현철(뜨거운 형제들, 헌터스), 김신영(세상을 바꾸는 퀴즈)
 ▲ 코미디부문 신인상 = 윤두준(볼수록 애교만점, 몽땅 내 사랑), 크리스탈(볼수록 애교만점)
 ▲ 버라이어티부문 신인상 = 조권, 가인(우리 결혼했어요)
 ▲ 베스트엽기상 = 유세윤(몸개그상), 박명수(굴욕상), 신현준·정준호(앙숙상)
 ▲ 베스트커플상 = 조권, 가인(우리 결혼했어요)
 ▲ 작가상 = 김명정 작가(놀러와)
 ▲ 특별상 = 임하룡(코미디), 2AM(가수), 신현준·정준호(버라이어티), 김원희(MC) 
 ▲ 인기상 = 김국진, 김구라, 이기광, 정용화, 서현, 빅토리아, 닉


최우수상을 수상한 박명수와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 모두 수상소감으로 MBC예능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었는데요. 박명수는 MBC일요예능의 오랜 부진을 이야기하며 2011년에는 꼭 살아나길 기원했지요. 유재석 또한 연예대상인데도 개그야 등 개그후배들이 이곳에서 웃으면서 함께 자리를 빛내주길 바란다는 말을 통해 연예대상인데도 정작 시상식을 즐겨야할 후배개그맨들을 볼 수 없음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MC를 맡았던 이경실, 박미선 두 MC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대상시상을 위해 무대에 선 MBC 부사장님께  후배 개그맨들이 많은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했습니다.


지난주 KBS연예대상에서 대상후보로 점쳐지기도 했지만 결국 최우수상에 그쳤던 개그맨 김병만의 수상소감이 한동안 회자 된적이 있습니다. '요즘 코미디 프로그램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데. SBS, MBC 사장님들 코미디에 투자해주십시오'라는 소감이었지요. MBC와 SBS에도 웃찻사, 개그야, 하땅사와 같은 개그프로그램이 붐을 이루었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현재는 KBS의 개그콘서트만이 개그맨들의 정통 개그프로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이는 리얼버라이티라는 새로운 예능 트렌드를 반영하는 냉혹한 현실입니다. 이제 대중은 예능에서 순간적인 웃음이상으로 감동을 요구하고 있는 시대가 된거지요.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것은 인력풀입니다.


오늘날 예능의 양대산맥으로 대한민국 예능을 이끌고 있는 유재석이나 강호동을 비롯하여, 박명수, 이수근, 박미선, 정형돈, 조혜련, 유세윤 등등 역량있는 예능인을 키워낸 것은 이들 개그프로그램이었지요. 오늘날 예능의 뿌리는 결국 개그맨들에게 있고, 개그프로그램을 통해 재능있는 개그맨들의 발굴이 이루어져야 앞으로 계속 발전하는 예능프로그램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늘 개그맨 선후배들간 어우러짐의 한마당이었던 MBC연예대상에 드러난 개그맨들의 빈자리에서 왠지 미래에 대한 투자가 아쉽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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