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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김성민 향한 '남격'탄원서,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성민 향한 '남격'탄원서,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필로폰 투약 및 밀반입혐의로 구속된 김성민에 대한 첫 공판이 어제 열렸습니다. 그리고 이 재판에서 남자의 자격 제작진 및 출연진의 탄원서가 증거자료로 제출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경솔한 행동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네요.

남자의 자격에게 김성민이란

남자의 자격이 처음 출발할 때만해도 이 프로그램의 성공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인 시대에, 이경규는 리얼예능과는 어울리지 않을 인물로 여겨졌었고, 무한도전과 1박2일의 애매한 아류작이 탄생하는 게 아니냐는 삐딱한 시선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재밌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어설퍼 보이는 일곱남자의 죽기전에 해봐야할 101가지 일들이 우리네 일상에서의 남편들의 모습과 묘하게 어우러지며 잔잔한 감동을 주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남자의 자격의 인기에는 의외의 멤버를 영입한 것도 큰 몫을 했습니다. 바로 배우인 김성민과 이정진의 투입이었지요. 김성민과 이정진 모두 그동안 맡아왔던 역할의 이미지가 코믹과는 거리가 멀고, 예능에서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던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연스럽게 남격에 적응하게 됩니다. 특히 비덩이라 불리며 주로 비주얼을 담당하는 이정진과는 달리, 완벽한 남격 멤버로서의 역할을 선보였던 김성민의 경우 프로그램에 꼭 들어맞는 감초같은 역할을 선보였습니다.


어쩌면 코믹컨셉으로 영입된 듯한 윤형빈보다 더 나대고 더 까불까불하는 멤버가 김성민이었지요. 맏형 이경규의 버럭에도 괘념치 않으며 분위기를 띄우고 으쌰으쌰 화이팅 하는 김성민의 모습이 남격의 이미지와 미션 수행에 큰 영향을 준 셈입니다. 물론 처음과 달리 갈수록 이미지가 고착되어 재미가 반감된 면도 사실이지만 남격이라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기까지 그가 보여준 "깝성민"의 모습이 많은 부분 남격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켜준 것은 사실입니다. 근 2년 가까이 동고동락하며 정을 쌓아온 그들이니만큼 안타까워하고 보내기 싫어 눈물을 짓는 모습은 어쩌면 우리네 정서와 꼭 맞는 합당한 모습일겁니다.


김성민의 구속이후 김태원, 이윤석, 이경규 모두 그가 짊어지고 있는 죄에 대해서 안타까워하며 그를 아끼는 마음을 표현해왔었습니다. 남격송년파티에서 김성민을 떠올리며 눈물흘리는 이윤석이나 김태원의 모습에서는 같이 마음이 짠했고, 영광스러운 연예대상을 거머쥔 이경규가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죗값을 치르고 돌아와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언급한 것도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에대한 인지상정의 마음입니다. 그래도 '정'이라는 우리네 정서가 이런 것이겠지요.



탄원서제출이 비난 받아 마땅한 이유는

하지만, 이런 정서가 탄원서 제출로 이어진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여겨집니다. 탄원서는 말그대로 그 사람을 선처해달라는 것이겠지요. 탄원서라함은 사정을 하소연하여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글이나 문서입니다. 함께 했던 동료로서의 정에 입각하여 그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인정할 수 있으나, 그가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선처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김성민의 받고 있는 혐의는 필로폰 밀반입 3회와 네 차례에 걸친 투약 그리고 대마초 흡입혐의 입니다. 유혹에 넘어가 단순 1회성의 마약투여가 아닌 계획적인 공항을 통한 밀반입과 상습투약혐의 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김성민이 정말 힘든 상황에서 어쩌다  유혹에 넘어가 단 한번의 투약을 한 것이라면 안타까운 마음에 선처해주십사 탄원서를 낼 수 있겠지만, 그가 받고 있는 혐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지요. 앞서도 언급했지만 흔히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정에 약하다고 하지요. 정과 의리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정이라는 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참으로 따스하고 인간적인 매개체임은 분명합니다. 정이 없는 삭막한 사회는 상상만으로도 바삭거리는 메마른 나뭇잎을 연상시켜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정과 의리라는 것은 적절한 때와 상황에서 이루어져야 지만 사회를 더 윤택하게 해주는 윤활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의 정과 의리의 남용은 사람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며 사회를 더욱 혼란스럽게 할 수 있도 있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남격의 제작진과 출연진은 '정'과 '의리'를 남용한 것이 아닐런지요? 진정한 '정'이라면 그의 죄를 선처해줄 것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아니라 당당하게 죗값을 치르도록 힘을 북돋워주고, 죗값을 치르고 나온 김성민의 손을 잡아주는 것입니다. 지금 이럴 것이 아니라 먼 훗날 죗값을 치른 김성민을 외면하지 말고 찾아주는 겁니다. 그것이 진정 그를 위한 길일 겁니다. 사람이 어려움을 겪거나 흔히 망하고 나면 주변에 들끓던 사람들도 다 떠나간다고 하지요. 어쩌면 당사자는 어려운 상황보다 나중에 외면하고 모른척하는 사람들로 인해서 더 큰 상처를 받게 될 지도 모릅니다. 남격의 멤버들도 당장 그를 위해 무언가를 하려하기보다는 미래의 김성민에게 더욱 격려를 보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먼훗날 죗값을 치른 김성민에 대한 그들의 우정이 나중에 더욱 빛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