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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경질된 채수창 경찰서장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유


'성과주의 이후 동료와 협력 수사도 없어졌고,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못 쉬는 때가 허다하다'
'위에서는 요구하면 다 되는 줄 아는데, 우리는 무분별한 실적경쟁에 파묻혀 있다'
'경찰의 주목적은 예방이어야 하는데 `무조건 잡아서 털기'식의 성과주의는 문제가 있다'
'윗사람은 시키면 그만이지만 하부에서는 피가 튀긴다. 서로 적이 돼가고 있다'
- 일선 경찰관의 반응
 
'성과주의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세계적인 추세이며 약간의 경쟁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조직 발전에 저해되는 일이며 채 서장은 평소 업무에 미온적이었던 것으로 안다'
- 서울의 한 서장의 반응
(이상 연합뉴스 발췌)
 

경찰서장의 항명파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작금의 성과주의를 비판하며, 자신의 직속상관인 서울경찰청장과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연합뉴스를 보니 이에 대한 경찰내부의 반응은 직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고 한다.
 
일선 현장의 반응은 역시 성과주의에 대한 반발이 대단하다. 경찰의 치안 서비스를 누리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들의 반발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최근 경찰의 조직적 고문사건까지 염두해 둔다면 역시 경찰조직에까지 성과주의를 도입한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대한 반론이라 할수 있는, 위 인용된 경찰 고위급의 발언은 구차해보인다.
내외적으로 어수선한 지금의 상황에서 조직을 추스려야 할 관리자로의 입장과 고민은 염두할 필요가 있겠다.
그럼에도 사건의 본질을 외면하는 듯 '평소 업무' 운운하는 것은 비겁하다.
경찰대학 1기로서 조용히 시키는 대로만 하면 편히 살수 있었던 채서장의 행동과 대비되기에 더욱 그렇다.
 
사건을 접하며 문득 십년전 뉴스가 생각난다.
이 사건 역시 정권의 방침에 반발하는 과장에서 일어났다.
1999년에는 각 협동조합의 통폐합법안이 국회상임위를 통과하자, 축협회장이 할복자살을 기도했던 일이 있다.
DJ와 노무현정권에서 시도했으나, 하지못했던 것 중 하나가 농림수산업 협동조합에 대한 개혁이다.
 
정권이 내건 방침이나 개혁은 늘 저항과 반발이 있어왔다.
 
그런데 이번사건과 십년전 사건의 차이을 되짚어 보고 싶다.
 
우선 공통점이다.
둘다 정권의 방침에 대항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반 개혁이라고 말할수도 있겠다.
또 두 행위는 모두 극단적인 방법이 동원되었고, 대체로 일선직원들의 지지를 얻었었다.
 
반면 차이는 뚜렸다.
조직의 중간급과 최고위급이라는 차이등도 있겠으나 역시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명분과 실리다.
채서장은  조직운영방침의 변화를 통해, 점차 신뢰를 잃고, 표류하고 있는 조직개선을 바랬고,
십년전 사건은, 자신의 속한 조직의 존립과 이익을 지키고자 했다.
 
후자의 행위는 해당 사적 조직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고, 이는 간접적으로 일반인에게 부정적이다.
사익추구라고 볼수 있다.
전자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해당 공적 조직의 개선을 위한 희생이다. 이는 간접적으로 일반인에게 큰 영향을 줄수 있다.
공익추구라고 볼수 있다.
  
후자는 이를 통해 조직과 함께 살아났다.
반면 채서장의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고, 경질되었다. 감찰요구도 받고 있다.
 
그는 평생을 몸담았던 조직을 등지고 외롭게 떠나야 한다. 바로 희생이다. 그에게 경의를 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