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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권상우 사건, 그야말로 '상식'적인 일이다.


거창한 이야기부터하자.

미국에선 내부경선에서 패배한 후보는 대체로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승리한 사람을 도와서 대선캠프에 합류하는 것이 당연한 분위기다.
우리나라처럼 국회의원 공천 못 받았다고 탈당한 후에, 국민의 심판 운운해봐야 정치생명이 이어질거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약속을 중시하는 풍토이다보니 경선이라는 약속을 어긴 공인은 사람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이 미국의 [상식]이다.
그런 상식 앞에 공인은 타협을 포기하고 따를 수 밖에 없다.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도 사람인데 어찌 미련이 남지 않겠는가.. 그러나 상식 앞에선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기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식이란 고정된 듯 하지만 쬐금씩 변하면서 어느덧 확 변해있는 것을 실감케 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인상적인 상식 변화의 예가 바로 연예인들의 병역문제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랜 권위주의의 시절 속에서 '더럽긴 하지만 원래 세상은 그렇다'라는 식으로  지위 높고, 돈 많고, 명성 있는자의 편법과 예외에 대하여 침묵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근데 이런 침묵에 일대 변화를 가져온 것이 바로 유승준씨의 입국금지 조치였다.

유승준 씨의 사태 이후 연예인들의 병역은, 타협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 졌다.
인기의 절정에서도 이제 연예인들은 당연히 군대에 가야한다. 바로 상식이 되어 버린것이다.
많은 손해도 감수해야 하고 인기하락의 위험도 도사리지만 그래도 이젠 타협의 여지가 없는 당연한 상식인 셈이다.

물론 이를 평등화 사회에서 공인도 평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포괄적 상식'을 생각할수도 있겠다.
근데 이 포괄적 상식이란 것은 때로 애매모호 할때가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런 사정 때문에..' 복잡하고 따지기가 골치 아프다. 바로 이럴때 필요한 것이 키워드다.
포괄적 상식은 아직도 복잡하고 헷갈리지만 우리나라에선 '병역'이란 키워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양해가 안되는 상식이란 것이다.
미국에선 '인종차별'이 키워드다. 이런 것들은 포괄적 상식이라는 복잡한 논리를 간단하게 돌파하게 해준다. 
[이유야 여하튼 병역기피는 무조건 안된다..] 식이다.


이제 권상우 이야기를 하자.

권상우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이익을 추구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선택은 괜찮아 보인다.
음주운전은 증거가 없고, 이틀동안 숙취를 하다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혐의를 벗는데 성공했다. 검찰은 그의 뺑소니를 인정하지 않고 5백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자. 이제 이런 권상우의 행동과 검찰의 행위에 대한 상식이란 잣대를 들이댈 차례다.
그가 계속 방송을 진행한다면, 또 그의 인기와 명성이 여전하다면 그것이 아직 우리 사회의 상식일 것이다. 다른 연예인들에겐 음주운전 발각시의 교본이자 행동지침, 대응 메뉴얼이 될 것이다.

모든 힘있는 자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상당수의 힘있는 자들은 희생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만 희생한다.
앞서 이야기 한대로 [도저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수 없는 것들]의 '대한민국 상식 목록'에 '병역기피'를 추가해준 사람이 유승준씨다.
이제 권상우씨도 우리 사회의 상식에 또 하나의 자산을 늘려줄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권상우씨 혼자의 힘으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식을 만드는 것은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음주운전, 혹은 뺑소니라는 것을 저질렀다는 것은 병역기피와 마찬가지라는 상식이 만들어질지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오백만원 때문에 여담하나 추가한다.
수년전 핀란드에선, 굴지의 대기업인 노키아 부회장이 과속을 했다가 딱지를 끊었는데, 벌금이 우리돈으로 1억원상당이였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소득파악이 완전치 못해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 국세청이 분발해야 하고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따져봐야 할 시기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