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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

권상우사건, 경찰의 변명을 해주고 싶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
 
사실 이런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아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상식적인 나라가 얼마나 될 것인가..
 

과거 우리나라사람들의 정서는 고위층이나 유명인의 탈법, 불법이 묵인되거나 대충 넘어가는 것에 익숙했고, 순응해왔던 면이 있었다.
 
그러나 8년전, 유승준씨 일명 스티브 유에 대한 입국금지조치는 이러한 인식의 혁신을 가져온 일대 사건으로 시민들의 여론이 공권력의 행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좋은 예를 보여줬다.



 

이후 연예인들은 병력기피의 인상을 주지 않고자 인기가 절정인 시기에도, 밝게 웃으며 입소해야 했다.  이는 스포츠계나 정치계에도 번져, 과거 군면제자에 대하 우스개 소리인 '신의 아들'이란 말의 어감을 비아냥으로 변화시킬 만큼 의식과 인식은 성숙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에 따라 일부 스포츠 선수들은 병역기피로 수감되기도 하고, 일부 스타는 큰 곤혹을 치르기도 했으며, 자식이나 본인이 군대에 가지 않은 정치인은 두고두고 부담을 안아야만 하게됐다.
그만큼 유명인도 일반인과 동등한, 아니 오히려 더욱 철저한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사설이 길었다. 이제 본론을 말하겠다.
요즘 권상우 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대처에 비난여론이 대단하다.
이 잘나가는 스타는 경찰의 친절과 배려를 한껏 누린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경찰차까지 치고 도주한 자에게 [사고후 미조치]라니... 경찰의 귀싸대기를 쳤는데도 묵인했다면 일선 경찰관의 자존심과 심정은 어떨까..
 
어떻게 이런 대처가 있을수 있을까...
현정권이 잘 하는 말이 있다. [국가 기강과 질서를 확립돼야 한다]
좋은 말이다. 근데 이말, 근 십년 이상 못들어본 말이기도 하다. 언뜻, 군사정권 혹은 권위주의 시절에 많이 들어본 거 같기도 하다.
귄위주의 시대의 특징은 아랫사람들이 윗사람의 입김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윗사람이 항상 하나하나 지적하지 않는다. 때때로 연락하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체로 누구 누구 수사해라, 누구누구 조져라. 일일이 코치하는 것에는 한계도 있고 그럴 필요도 없다.
임명된 자들이 알아서 잘 하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윗사람의 의중을 기막히게 잘 살피는 이들이 출세가도를 달리기 마련이다.
 
바로 그렇기에 위 사람의 눈치를 보는 공권력은 특권을 양산할수 밖에 없다. 법의 잣대는 공평하게 적용될수 없고, VIP 의 기호와 의중을 살피게 된다.
 
경찰이나 검찰의 칼끝도 최고 권력자의 기호에 맞춰 질수 밖에 없다.
다시 말해 용산 참사 관련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관심이 그러하고 전교조, 지난 정권의 실세, 민주노총 등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사정이 그러하다는 거다.
또 기업인에 대한 사면복권, 기업위주의 법해석이 그렇다는 거다.
 
지나친 비약일지는 모르겠으나 바로 이러한 사정기관의 분위기가 오늘의 권상우씨 사건을 있게 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물론 권상우씨는 VIP 의 기호와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귄위주의 시대에 되살아난, 특권을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분위기에 편승했다는 것이다.
 
즉 힘과 권력, 금권, 유명세 등에 기울수 밖에 없는 특권, 바로 그 특권 앞에 납작 엎드린 오늘의 현주소, 그 단면이라는 느낌이다. 윗쪽의 눈치를 보는 조직은, 알아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공평하게 수행을 하려고 해도 자꾸 예외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상황과 정황과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VIP께서 친히, 전봇대 뽑으라고 전화하시고, 친히 경찰서로 찾아오셔서 성폭행범의 수사를 진두진휘하시는데, 경찰서장이 알아서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비등하게 불고 있는 비난의 여론이 스타연예인과 경찰에 집중되고 있기에, 경찰에 대한 변명을 한번 해봤다. 즉 작금의 환경 속에서 경찰의 한계와 분위기를 변호하고 싶었다.
비겁한 사람이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괴롭히지 않는가
 
나도 비겁하기에 무서워서 더이상의 윗선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둘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