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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마이프린세스, 김은숙작가 효과를 볼수 있을까




 너 공주 안하면 안되겠니? 너 공주하지 말고 그냥 내 여자로 살면 안되겠니?

드디어 박해영(송승헌 분)이 이설(김태희 분)에게 고백했습니다. 이제 박해영은 본격적으로 이설의 남자가 되려나 봅니다. 그동안 그는 유산상속이라는 현실적 입장과 공주를 향하는 마음사이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왔는데요, 이런 두가지 마음을 오가는 모습이 매끄럽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습니다. 누구나 자기모순적이고 이중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요, 박해영의 이중성에 몰입이 안됐던 것은 스스로에 대한 고뇌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앞에서 냉소적인 표정으로 이설을 비웃다가, 장면이 바꿔 이설 앞에서는 그녀를 그윽한 눈으로 바라니 영 어색한 느낌이었지요.
김은숙 작가의 시크릿가든에선 OST가 빛났는데요, OST자체도 아름다웠지만 이 OST가 더욱 빛날 수 있었던 것은 주인공들의 고뇌와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고뇌에 담긴 주원과 라임은 OST와 더불어 과거를 회상하거나 상상속 대화를 했고 또 그리움을 담아냈었지요.


시청자는 이들의 심리적 방황을, 각각의 인물들이 보여준 말없는 독백을 통해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박해영의 고백장면 직전에도 이런 말없는 독백이 있었습니다. 잔잔한 배경음악 속에서 이설과 박해영은 서로에 대한 생각을 했지요. 도대체 정치적인 고려를 전혀 모르는 이설의 생각없는 행동탓에 박해영은 대통령을 적으로 돌려가면서까지 그녀를 보호해야 했는데요, 이런 박해영의 희생을 깨닫게 된 이설은 무거운 마음이 되어 홀로 침실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립니다. 그동안 보여온 엉엉 울기버전이 아니었지요. 박해영 역시 깊은 고뇌 속에서 긴 침묵의 시간을 가졌는데요. 이 시간 동안 그가 고민한 것은 대통령을 적으로 돌린 자신의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이설에 대한 생각뿐이었지요. 그래서 오랜 생각을 하다 박차고 일어난 박해영은 이설에게 달려가 고백했던 거지요. 9회에서도 박해영은, 녹화해 뒀던 이설의 인터뷰연습 장면을 돌려보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이러한 혼자만의 시간들은 주인공의 심리적 궤적을 짐작하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장면들이 김은숙 작가의 영향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마프의 메인작가는 엄연히 장영실씨고, 이러한 장면을 기획하는 것은 작가보다는 연출자의 몫이 더 크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왠지 마프 초창기에는 보기 어려웠던 이러한 숨고르기 장면은 시크릿가든의 연출을 떠올리게 합니다. 대본을 감수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조언이 가능한 부분같기도 한데요.

하지만 이러한 애매한 부분보다 더욱 김은숙작가의 숨결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은 깨알같은 대사들입니다.
'성격이 칼같은 사람이야, 내가' 김주원이 많이 쓰는 말투지요. 김은숙작가는 이렇듯 주어가 마지막에 나오는 대사를 좋아합니다. 처음에 김주원만 즐겨쓰더니 나중엔 라임이나 오스카도 이런 투의 말을 무척 자주 썼지요. 근데 9회에서 박해영이 이런 어투를 쓰는걸 보니 문득 김은숙작가가 떠오르더군요. 한편 오스카가 즐거쓰는 표현이 있지요 .'혼인신고 증인까지 서주는 팬은 가 처음이라는 게 아주 기쁘다는 것만 아세요'. 존댓말로 끝나지만 주어가 '니'인 말투말입니다. 늘 박해영에게 깍뜻한 존대말을 하던 이설이 모처럼 이런 말을 했지요. '발족식날 니가 준거잖아요....... 난 니 임금이거든요' 또 실존하는 특정인물을 직접 운운하는 것도 김은숙 작가의 개성인데요. 시크릿가든에서는 실제로 김태희, 전도연, 택연, 옴므 등등 실존인물을 일컫는 대사가 많았지요. 이설도 대장금을 운운하며 말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날 한결같이 지켜주는 지진희가 없다는 거'.

이밖에 '이봐 이봐' 하며 박해영의 주의를 환기하는 이설의 대사 역시 주원이 가끔 썼던 말이기도 합니다. 김은숙 작가는 노골적이고 극히 현실적이어서 방송어로는 다소 과격한 표현도 많이 활용하는 편인데요, '왜 이렇게 무거워 너 통뼈야? / 조만간 현피떠서 확 발라버릴 예정입니다. / 쪽팔리네요... 이런 대사들은 왠지 김 작가의 흔적을 강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이상으로 마프의 9회와 10회에서 김은숙 작가의 흔적을 찾아봤습니다. 너무 시크릿가든의 대사에 집착한 면도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분명 마프의 작가는 장영실씨이며 김은숙 작가는 크리에이티브작가서로 보조자의 역할을 할뿐입니다. 드라마를 완성시키는 것은 대본과 연출, 배우의 연기라는 삼박자가 고루 갖쳐저 이뤄내는 것일 겁니다. 시크릿가든은 이 삼박자의 완벽한 조합이 이뤄낸 결과겠지요. 분명 보조자로서 김은숙작가의 영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주, 여러장면에서 김은숙 작가의 흔적이 문득 문득 비춰지는 것도 같습니다. 이런 것을 비교해보는 것도 마프를 즐기는 포인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마이프린세스는 초반의 흥행몰이가 꺾이더니 지난주 설연휴를 맞아 시청률이 급감하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경쟁작 싸인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지요. 하지만 입궁한 후 지지부진했던 전개가 지난주에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서로에게 마음을 내보이게 된 두 사람인데요. 한결 달달해진 흐름을 기대해봅니다. 이들의 이야기가 달달한 로맨스로 승화될 수 있을지, 그래서 시청자를 설레게 할 수 있을지, 좀더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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