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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무한도전 매력 되새긴, 뒤끝 정준하-분노 박명수



무한도전 사생결단 특집, 멤버들에게 건네진 미션은 양자택일이었습니다. 폭탄을 안고 감금되어 있는 박명수, 정준하 두 사람 중 오직 한명만을 구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참 난감한 선택이 강요된 셈이지요. 그런데 이 미션에는 기막힌 반전이 숨어 있었습니다.


당초 이번 미션을 앞두고 미리 회동을 가진 박명수와 정준하는 각자 승리를 장담했습니다. 더 많은 멤버들이 자신을 구하러 올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을 찾아올 멤버들과의 따뜻한 만남을 상상했을텐데요, 하지만 김태호PD는 반전을 준비했습니다. 감금되어 있는 방의 위치를 서로 바꾼거지요. 박명수를 구출하러 온 멤버는 정준하를 만나야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가장 먼저 미션장소에 도착한 노홍철의 선택은 박명수였습니다. 그런데 박명수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접근했던 노홍철은, 정준하를 본 순간 흠칫하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노홍철은 말없이 슬금슬금 다가갔기에, 이런 함정을 예측하고 온거라며 우기기라도 했습니다. 나머지 멤버들은 입구에서부터, 감금되어 있을 사람의 이름을 큰소리로 외치며 들어갔기에 더욱 난감한 상황을 맞아야 했지요. 멤버들은 이미 힘든 선택을 막 끝낸 상태였고 이제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보상, 즉 기분 좋고 유쾌한 만남을 기대했을텐데요, 그래서 심적 충격이 더 컸을겁니다. 뒤바뀐 상대를 발견한 순간 멤버들은 즉각적으로 상황을 이해했는데요, 그만큼 난감함과 민망함은 강렬했지요. 박명수를 선택했다가 정준하와 맞닥들인 유재석과 노홍철은 그야말로 수렁에서 만난 무안동지였는데요, 평소 제작진의 연출에 순응하던 이들조차 제작진을 규탄했습니다. 노홍철이 '김태호 어디있어?'하자 유재석마저 '이 악마 어디있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지요.


그런데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배신자들을 대하는 정준하와 박명수의 대조적인 반응입니다. 정준하의 경우 진심으로 상처받은 모습이었는데요, 특히 1인자 유재석의 선택이 많이 서운한 인상이었습니다,  평소 유재석과 연락을 자주하며 지낸다는 정준하이기에 서운함이 특히 깊었나봅니다. 결과적으로 자신을 구하러 온 멤버가 박명수보다 많았기에 승리하기는 했지만 서운함이 깊어 상처입은 승리가 되고 말았지요. 반면 박명수는 분노를 발산하며 방송분량을 풀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분노와 독설을 마구 발산함으로써 배신자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줬습니다. 그래서 뽀뽀세례까지 받았지요. 박명수와 배신자들의 모임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차안에서도 소란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분노를 발산하는 박명수와 적극적으로 리액션을 해주는 추종자들, 어느새 박명수는 배신자들의 왕으로 등극해버렸지요. 처음엔 이들 사이에도 어색한 정적이 흐르긴 했지만, 박명수가 분노를 발산시키자 이에 호응하는 리액션이 하나 하나 따라오는 비위맞추기 모드가 이어지면서 깨알같은 웃음을 주었지요. 박명수는 어색분위기를 해소하고자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냈습니다. 운전하는 정형돈에게 말도 안되는 주문을 한다거나, 길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요구하며 동생들이 반응할 수 있게 해주었지요. 급기야 오호츠크해 랩으로 하나되어 왁자지껄 떠들며 어색한 분위기를 완전히 떨쳐냈습니다. 이는 자신의 기분을 맞춰주려는 리액션이 가능하도록 이끌어낸 박명수의 호통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반면 정준하와 배신자들(유재석, 노홍철)은 어색함과 민만함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옆자리에 앉는 것마저 부담스러울 정도로 정준하는 뒤끝작렬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위로도 하기 어려운 난처한 입장에 놓인 유재석과 노홍철은 내내 삐쳐있는 정준하를 위로하려는 소심한 리액션을 펼쳤지만, 이 또한 맘을 풀어주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삐친게 오래간다는 정준하 다웠지요. 그래서 또 색다른 웃음을 줬습니다. 이렇듯 대조적인 모습조차 이들 각자가 무한도전을 이끌어온 모습 그대로 각각의 웃음코드가 되어주네요. 양 팀은 서로 상대팀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해냅니다. '박명수네는 지금 축제분위기야, 위로해주려고 별짓을 다할 꺼야' '정준하는 자고 있을꺼야'


사실 정준하팀도 나름 위로해주려고 별짓을 하긴 했지만 정준하의 꽁한 모습 탓에 어색함은 이어졌고 정말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박명수의 독무대 속에 추종자들의 코러스로 왁자지껄한 모습과 극단의 대비를 보여줬지요.
 
리얼버라이티가 하나하나 짜여져 있는 대본대로만 움직인다면 흥미가 줄어들 것입니다. 제작진은 큰틀의 구성을 기획해주고 멤버들이 각자의 주관으로 이를 리얼하게 수행해낼때 리얼예능 특유의 재미와 웃음을 주게 됩니다. 그동안 무한도전을 이끌어올 수 있는 원동력 역시 김태호 피디가 멍석을 깔아주면 멤버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이를 소화해내는 조합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무한도전 특유의 발상의 전환 역시 큰 강점이겠지요. 이번 사생결단 특집에서 감금장소를 서로 바꾸어 놓는다는 설정은 어찌보면 작은 트릭이었지요. 하지만, 너무나 뜻밖의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소한 트릭하나로도 재미를 극대화 시키는 것 역시 무도가 가진 큰 자산일 것입니다. 반전과 역발상, 그리고 멤버 개개인의 살아있는 개성, 무한도전이 매력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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