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이소라. 위압감 준 첫무대, 난 그녀에게 반했다




그동안 많은 기대를 모았던 '나는 가수다'가 어제 방영되었습니다. 프로그램말미에서 참가가수들의 순위를 공개했는데요, 1위와 7위를 바꿔 호명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정도로 순위자체가 중요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보여준 무대엔 세월과 추억이 가득했고 시청자들은 모처럼 노래의 감동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정상의 가수 7명이 선사한 감동의 무대, 그런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가수는 이소라였습니다. '나는 가수다'의 진행까지 겸하고 있는 이소라는 이날 첫무대를 장식했는데요, 정말 오랜만에 공중파 방송에, 그것도 쟁쟁한 가수들과의 경쟁을 의식한 채 관객들을 만나게 된 그녀는 긴장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다소곳이 등장하며 심호흡을 하던 그녀는 눈을 감은 채 한참을 침묵했습니다. 박수와 환호를 보내던 관객들도 점점 그녀의 침묵에 젖어들었지요. 그러고도 이소라가 노래를 하기까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녀가 선택한 곡은 '바람이 분다'였는데요. 노래에 앞서 가졌던 침묵은 바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시간이었나봅니다. 그녀가 나지막히 내뱉은 첫 소절은, 다른 빼어난 하모니나 강렬한 고음보다도 가슴을 흔드는 무엇가가 있었습니다.


어느새 중년으로 접어든 여가수는 노래와 함께 살아온 자신의 삶을 노래로써 열어보였습니다. 노래의 감성에 따라 때론 벅찬 힘겨움이나 쓸쓸한 공허함은 목소리를 넘어 온몸으로 담아냈지요.

무게감 있는 가수, 감동을 주는 음악, 감정을 표현하는 데 위압감을 준다,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하게 만드는 노래
이는 프로그램의 제작을 위한 사전회의 당시 음악전문가들의 가수 이소라에 대한 평가입니다. 그녀는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프로그램의 첫무대라는 긴장감이 팽팽한 가운데, 첫 무대가 보여 줄 수 있는 최고의 중량감을 보여주었습니다.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묘한 재주를 가진 그녀만의 낮은 목소리에는 듣는이에게 마음의 떨림을 전해주는 마력이 있었습니다. 한소절 한소절에 담긴 감성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지요. 보는 내내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몰입하게 만드는 흡입력말입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개그맨들의 왁자지껄한 반응이 삽입된 편집이 원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노래에 빠지던 감성이 흩어지는게 너무 아쉽더군요. 하지만 노래의 중간중간 이소라의 무대를 지켜보는 동료가수의 시선, 눈물이 맺히는 관객의 눈동자, 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이소라의 이야기는, 생을 돌아보는 듯한 노래의 분위기와 어울어져 감동을 더해줬습니다. 잔잔한 노래로 이토록 가슴을 울릴 수 있는 것은 이소라라는 가수만의 개성일 겁니다. 그녀의 노래가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건 그녀 자신도 노래 속에 온전히 들어갔기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녀는 시종일관 눈을 지그시 감았는데요, 노래에 들어갈때도 상당한 침묵의 시간을 갖더니, 노래가 끝나고 노래에서 빠져나올때 역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노래를 들었던 저 자신도 마찬가지였지요. '제 노래를 듣고 어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내 마음이 움직이고...노래란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겠지요' 아마 그녀의 노래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 건 저뿐만은 아닐겁니다. 방송이 끝나고 싸이월드 실시간 차트 1위를 비롯하여 각종 차트의 상단에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올라온 것을 보면 말이지요.
 

스스로 쉽게 긴장하고 수줍음도 많노라 말하는 이소라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이라고 하지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수차례 방송펑크 내기도 했었고 감정이 울컥해 무대를 내려오는 등 구설수가 많았던 가수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민감한 성격의 그녀지만, 그녀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욕심이 하나 있습니다. '저를 안좋아하는 사람도, 제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저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어요' 아마도 이번 무대를 통해서 그녀를 알지 못했던 혹는 그녀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어렵게 노래에서 빠져나온 이소라는 이제 진행자로서 무대에서 인사를 했지요. '안녕하세요 가수 이소랍니다'라고 말입니다. 이름 앞에서 붙은 가수라는 칭호가 이날따라 유독 여운을 줍니다. '가수'라는 건 직업 분류 기준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오는 가수라는 말에는 왠지 유별한 느낌을 주네요. 오직 음악과 함께 살아온 그녀의 삶이 그런 느낌을 주는가 봅니다.
 

음악 진행자로서의 이소라를 다시 보게 된 것도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라는 음악프로그램을 6년동안이나 진행했던 그녀는, MC로서 말솜씨가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늦은 밤에 방영됐던 그 프로그램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것은 쟁쟁한 출연가수의 무대를 보는 것 못지 않게, 그녀 스스로가 진정 관객인듯 다른 출연 가수의 노래에 흠뻑 빠져든 채 관객들과 호흡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래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바탕으로, 다소 어눌한 말투지만 묘하게 당돌한 느낌, 노래할 때의 분위기와는 상반된 높은 웃음소리, 중간 중간 이어지는 다소 썰렁한 개그들이 모두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일궈낸 양념들이었겠지요.
이날 함께 출연했던 백지영은 과거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보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했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박정현은 유독 이소라가 나타나자 문앞에서 달려가 맞았는데요, 음악으로 맺어졌던 이들이 세월을 넘어 서바어벌 오디션의 경쟁자로 만난 현실이 묘한 아이러니를 줍니다.


경쟁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오디션이고, 또 성격이 예민하다보니, 앞으로 이 프로그램을 진행되면서 감정이 상할 때도 있을 것이고, 마음이 울컥할 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드니 너무 뭘 가리면 노래를 많이 할 수가 없더라구요'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어 방송무대로 돌아온 그녀의 선택이 반갑습니다. 노래를 떠나 행복할 수 없는 그녀가, 노래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이제 다음주부터 미션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경쟁이 진행될텐데요,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자 관객들을 향한 새로운 프로포즈가 되겠지요. 이소라의 새로운 프로포즈가 성공했으면 좋겠네요.

요 아래 손가락모양은 추천버튼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