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스타&연예 2011.03.09 07:00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가 단 한번의 방송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어제는 경쟁오디션의 첫 탈락자에 대한 스포일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2회에 대한 방청객 후기가 속속 올라오면서, 보안을 생각해야 하는 제작진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지요. 하지만 그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반증이기도 할텐데요. 첫회를 장식했던 명곡들이 다시 붐을 일으키고 있고, 벌써부터 '다음에 참가했으면 하는 가수'들에 대한 의견들도 다양하게 개진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나가수가 성공적인 스타트를 끊은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나가수의 첫회에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두가지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남녀노소의 관객들을 일으켜세워 락 페스티벌을 만들어낸 윤도현의 무대와 위압감있는 첫무대를 완성해냈음에도 6위에 그친 MC 이소라입니다.
이 두장면에는 밀당의 심리가 들어있습니다.


'공부하려고 했는데~~ 진짜 하려고 했는데~~ 하려고 맘 먹었는데…'
이는 TV에 등장하는 모 학습지 광고의 일부입니다. 이 광고 속 어린이는 공부하려고 마음먹었는데 엄마가 자꾸 와서 쳐다보고 또 시키려 드니  오히려 공부하기 싫어집니다. 이렇듯 우리는, 누군가가 요구를 하고나서 이것이 지켜지는지 감시를 받게 되면 거부감이 생깁니다. 은근하고 애매한 암시에 의외의 호응을 보이다가도 직접적인 요구에는 마음이 꺾이기도 하지요. 남이 시키면 하려고 맘 먹었던 것도 하기 싫어지는 경험은 누구나 있을겁니다. 무대의 주인과 관객사이에도 바로 이러한 애매한 밀당이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윤도현 무대에 관객이 기꺼이 일어난 이유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누가 락을 좋아해'라며 계속 엄살을 부렸던 윤도현이었는데요, 그는 It burns라는 다소 생소한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나중에 윤도현은 이 선곡은 자신만의 스타일로 차별성을 두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요,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고자하는 모습이 멋졌습니다.
이 노래는 콘서트에서는 관객들의 호응을 충분히 이끌어낸 검증된 노래이긴 하지만, 500여명의 청중평가단 중에는 락 콘서트를 찾을만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을겁니다. 락매니아는 더더욱 적었겠지요. 관람석을 보니 다양한 연령층에 락하고는 전혀 안친할것 같은 분들이 태반이었는데요, 윤도현은 무대에 등장하자마자 이들에게 '일어서''Stand up'을 요구했습니다. 전 그때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관객들의 외면에 윤도현이 상처받을까 두려웠지요, 그런데 결과는 예상밖이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관중들이 일어나 방방뛰며 그야말로 락콘서트가 되고 말았지요. 가장 뜨거운 무대가 되었습니다. 점잖은 중년들과 연로하신 분들마저 락으로의 초대가 가능했던 이유는 무얼까요. 여기에도 짧은 순간의 밀당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윤도현은 무대에 서자 큰 액션으로 '일어서'를 요구합니다. 점잖게 앉아서 노래 들을 준비를 하던 관객들도 당혹스럽고 어색했지요. 몇몇 관객만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어물쩍 일어날뿐이었습니다. 이때 윤도현은 관객들이 정말로 일어나는지 쳐다보지 않습니다. 일어나달라는 요구의 눈길도 보내지 않지요. 딱 두번의 큰 손짓과 큰 외침을 끝으로 돌아서 버립니다. 그러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요구했으되 기대하지 않는 미묘한 차이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걸까요. 그래도 여전히 윤도현은 리듬에 맞춰 고개만 까딱할뿐 무대에 시선을 주지 않습니다. 결국 기립은 대세를 이루게 됩니다. 기립의 대세를 확인한 순간, 그제서야 윤도현은 선포합니다. 로큰롤...비로소 락은 본격 시작됐습니다.


어쩌면 그가 갑자스레 '일어나'를 외치고 애타는 눈길로 계속 관객들을 쳐다봤다면, 어쩡정하게 일어났던 몇명만이 무대에 호응하다가 썰렁한 가운데 도로 앉아버렸을지도 모를일입니다. 사람들의 심리가 대세로 돌아버리는데에는 오묘한 기운이 있는 것같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대세를 따르게된 관객들은 결코 후회하지 않았을겁니다. 덕분에 생소하기만 했던 Rock이 주는 열정의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이렇듯 멍석 깔면 어색해하는 사람들에게, 윤도현은 멍석을 쌈박하게 깔아줌으로서 락으로의 초대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락에 무관심한 사람들조차 자발성을 발휘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위압감 넘친 이소라의 무대가 6위에 머문 이유
락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윤도현도 놀라웠지만, 숱한 관객을 눈물짓게 할 정도로 압도적인 무대를 가진 이소라가 6위에 머둔 것도 의외였습니다. 나가수의 MC답게 첫무대에 나선 이소라는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답게 무척이나 긴장한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이내 노래에 몰입해 관객을 자신의 노래속으로 끌어들었습니다.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 브라운관으로 보는 시청자 또한 그녀의 노래 속에 푹 빠져 함께 호흡할 정도로 뛰어난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윤도현처럼 함께 박수치며, 즐거워하며 호응을 이끌어내 관객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노래의 감성만으로 관객을 압도한 경우였지요. 그러나 소름끼치는 무대를 선보이고도 꼴찌를 겨우 면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공연순서겠지요. 순번 1,2,3번의 이소라, 정엽, 백지영이 사이좋게 5,6,7위를 나눠가졌습니다. 열띤 무대가 계속 될수록 첫 무대의 감동은 점차 잊혀지고 사그러들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변수가 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소라 자신이 MC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거지요. 열창의 무대를 선보이고 바로 신비롭게 퇴장함으로써 여운을 끌고간 다른 가수들과 달리, 그녀는 계속해서 관객들과 함께 웃고, 얘기 나누어야 했지요. 그리고 다른 가수들의 무대가 계속 될수록 순위에 대한 불안감을 우스갯소리로 계속 표현했습니다. '제 무대가 점점 잊혀지는 것 같네요, 다른부턴 이런 옷 입지 말아야 겠다. 지금 먼저 투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등등 관객에게 꾸준히 장난스런 이야기를 던졌지요. 무대만으로 충분한 감동이었던 이소라가 계속 약한 모습을 보이며 농담을 던질수록, 전설을 재현시켰던 그녀는 스스로 전설 밖으로 나와버린 결과가 되었습니다. 편안하고 유쾌한 진행은 전설같은 무대와 부조화를 이룬 셈입니다. '나 찍어줘' 하면 왠지 안내키는 마음이 한 몫 하지 않았나 싶은 거지요.


이렇듯 관객은 끊임없이 무대에 반응을 보입니다. 여운을 갖기도 하고 여운을 놓치기도 하며 무대와 함께 호홉을 합니다. 무대의 주인공이었던 자들이 무대를 쉽게 잊지 못하는 이유겠지요.
그리고 일방적인 환호, 일방적인 공연이 아니 함께 하는 무대였기에 시청자들도 모처럼 행복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관객과 무대의 호홉, 나가수의 또다른 볼거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요 아래 손가락모양은 추천버튼입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비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