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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예기치 않은 하모니가 아름다운 이유




방송 첫회부터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던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가 드디어 본격 서바이벌 대결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첫회에서, 탈락자가 없는 상황임에도 가수들은 잔뜩 긴장한 채 저마다 혼신을 다한 무대를 펼쳐보였었는데요, 노래 한곡만으로 진이 다 빠졌다고 하소연들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모처럼 최고의 무대를 접할 수 있었겠지요.
어제 방송에서는 각 가수들이 자신만의 미션 곡을 정했습니다. 80년대 후반의 가요 30곡 중에서 하나씩 낙점을 받아야 했는데요, 선정을 앞두고 고민하는 이들의 모습에선, 무대에서 만나온 카리스마가 아닌,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는 보통 사람으로서의 친근함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가까이서 접하게 된 이들의 모습을 통해 이들의 새로운 모습도 보게 됐지요. 가수들은 30곡 중 피하고 싶은 노래 3곡을 지정할 수 있었는데요, 이들의 선택도 상당히 흥미진진했습니다.


김범수의 경우,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노래를 두고 '이 노래는 너무나 명곡인데 이런 노래를 자신이 소화하긴 어려울것 같다'고 '전형적인 발라드가 더 부담된다'며 의외의 속내를 밝혔습니다. 정엽 역시 피하고 싶은 노래 3곡을 아주 신중한 태도로 조심스레 골랐는데요, 오히려 나미의 '인디안 인형처럼'은 잘 부를 자신이 있다고 했습니다. 윤도현에게 낙점된 노래는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이었습니다. 윤도현의 표현에 따르면 '예쁘고 맑은 노래로서 산뜻함이 중요하다며..' 상당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지요. 낙점된 노래를 보면 대부분의 가수들이 자신의 스타일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래서 볼거리가 더욱 많을 것 같아 기대되네요.


이들이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노소 500명에게 얼마나 감동을 줄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원곡에 대한 재해석과 편곡이 중요한 변수가 되겠지요. 이들은 각자 맺어진 매니저가 지켜보는 가운데 편곡도 하고 연습을 하며 일주일을 보냈고 드디어 중간점검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회에서 7위를 한 정엽이 가장 많은 고민과 준비를 했더군요. 7위를 한 후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너무 위로를 해줘서 곤란했었다는 경험을 밝혔던 정엽은 화장실에서 가끔 울컥울컥 했었다는 일화도 소개했었죠. 그는 자신만의 소울 스타일로 새롭게 재 편곡을 했습니다. 원곡에 위배 되지 않으려 했으나 너무 위배된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하더군요. 하지만 주현미의 '짝사랑'은 20년의 세월을 넘어 정엽만의 개성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21세기의 감성을 담아 80년대를 되새겼지요. 이를 지켜보는 동료가수들 역시 추억과 더블어 20년 세월을 넘나들며 감탄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뜨거운 호응 속에서 노래가 끝나자 윤도현이 즉석 제안을 했습니다. 음악적으로 닮은 김범수와 함께 합동공연을 해봤으면 한다고 말이지요. 박정현의 매니저가 '1위 가수도 참여하고 싶어한다'며 박정현을 가세시켰고, 그러자 좌중은, 최고참 가수 김건모의 등을 떠밀며 즉석 합동 공연이 성사됐습니다. 윤도현은 이 무대를 이렇게 소개했지요. '대한민국에서 단 한번밖에 볼 수 없는 공연' 그래서 이 유니크한 공연은 별도의 연습이나 사전 조율없이 서로 입을 맞춰보지도 않은 채 이루어졌습니다. 사전기획없이 각자의 파트도 정해지지 않고 시작됐지만 이들은 서로의 느낌만으로 노래에서 소통했고 화음으로 엮어들어갔지요. 마지막에 서로 눈을 맞추며 완성된 하모니를 각기 저마다의 음악으로 살아온 삶의 만남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들이 왜 가수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나가수'의 중간평가는 시종일관 웃고 즐기는 가운데 아름다운 하모니로 끝을 맺었지요.


사실 가수처럼 혼자만의 영역이 확실한 직업도 흔치 않지요. 솔로가수의 경우, 무대에서만큼은 그 순간 어느 누구도 아닌 자신만의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수많은 관중들이 자신만을 위해 열광하고 환호하는 순간의 환희를 쉽게 잊기 못한다고들 합니다. 그래서 가수들은 자신의 노래와 무대에 대해 확실하고도 완고한 철학을 지니고 있게 마련입니다. 어찌보면 외골수같은 성향도 있겠지요. 각자의 위치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만의 자존심과 색깔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각자의 색깔로 음악을 통해 서로를 인정하고 공유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네요.


그들은 서로의 노래를 통해 서로의 삶과 마음을 충분히 느꼈을 겁니다. 그런식으로 동시대를 풍미했던 노래를 각자의 스타일로 함께 했지요. 20년의 전설을 현실로 꺼내들고 나온셈입니다. 덕분에 지켜보는 남녀노소의 시청자 역시 20년의 문화적 간극을 넘어 함께 즐길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노래를 공유하고 할아버지와 손녀가 방송을 보며 이야기로 하모니를 이룰 수 있었을것 같은데요, 정상의 가수들이 함께 해서 좋았고, 이를 주변사람들과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인상적인 무대였습니다. 나가수 계속 주목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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