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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나는가수다 한달간 결방, 그나마 파국을 피한 결정

숱한 논란에 휩싸였던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가 한달간 결방 할듯 합니다. 또 최근 경질된 김영희 피디의 후임이 정해졌지요. '놀러와'의 신정수 피디에게는 위기에 빠진 나가수를 구원할 무거운 책임이 떠맡겨졌습니다.

여전히 인터넷은 나가수의 이야기로 뜨겁습니다. 원칙을 뒤엎었다고 그토록 분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심은 식을 줄 모릅니다. 애증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사랑과 증오는 관심으로 통합니다. 미워한다는 것도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제작진이 김영희 피디의 경질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자 더욱 설자리를 잃게된 김건모는 결국 자진하차를 결심할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다른 가수들마저 동요하면서 나가수는 존폐의 기로에 섰었습니다. 어제 'MBC, 나가수 폐지여부를 위한 회의에 돌입'이라는 기사를 접하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지요. 

단 3번의 방송만으로도 이미 사람들은 잊고 있었던 '듣는 음악'의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여전히 빅뱅과 소녀시대의 노래를 즐겨듣고 있지만, 문득 스쳤던 노래 자체의 감성이 주는 마력에 걸려든거지요. 마치 삶의 한켠에 치워두었던 먼지 툴툴 나는 감성을 우연히 발견해낸 것 같은 잔잔한 감흥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그랬기에 나가수가 표류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의 속상한 마음은 더 큰 원망으로 이어졌습니다. '왜 그때 재도전 제의를 해가지고... 왜 그때 재도전을 받아들여가지고, 왜 그때 흥분해서 퇴장해버려가지교...' 복잡한 애증의 감정은 끊임없는 화제성을 낳으며 분노와 질타로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분노는 우리네 현실에 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이미 상식과 원칙이 무시되고 무너지는 상황을 숱하게 지켜보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현실 앞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삭혀야만 했던 순간들이 많았지요. 우리들이 나가수에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던 것은, 이러한 불공정한 세상에 억눌려왔던 불만을 제대로 토해낼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일수도 있겠지요. 대리 폭발이라고나 할까요.

결국 야심찬 기획으로 나가수를 탄생시킨 피디는 경질되었고, 원망스럽던 김건모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떠났습니다. 나가수는 이미 시작과 함께 큰 상처를 입은 셈이지요. 이런 나가수를 바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 역시 편안할 리가 없습니다. 역시 한 템포의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었지요. 그동안 제작진은 연속으로 악수를 두었습니다. 7위를 한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줌으로써, 시청자를 황당하게 만들고 나서는, 탈락이 중요한 건 아니다라는 말로 시청자를 우롱했습니다. 그리곤 일방적이고 전격적으로 담당피디를 경질함으로써 이번에는 가수들의 입장을 난감하게 만들었지요. 이러한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나가수에게 이번 한달간의 휴식이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나마 파국을 막는 다행스러운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신임 신정수피디의 첫 미팅에, 이미 물러난 김영희 피디도 참석했다는 점인데요, 비록 강제 하차의 형식으로 물러났음에도,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김 피디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김피디와 가수들간의 신뢰가 여전히 끈끈한 만큼 그가, 현재 혼란스러운 가수들을 다독여 준다면 김피디가 그렸던 나가수의 꿈은 현실에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대중의 어마어마한 분노과 불만을 경험함으로써 원칙과 상식의 준엄함을 새기게 된 나가수가, 이를 계기로 새출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단 원칙의 절대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열정과 즐김의 무대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대중들이 원했던 것도 결국 제대로 된 '듣는 음악' '감동과 열정,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일 것입니다. 나가수는 전혀 생소한 기획이기에 시행착오라는 위험이 상존했습니다. 이번 위기를 딛고 더욱 탄탄해진 구성으로 감동의 무대를 다시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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