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논란에 휩싸였던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가 한달간 결방 할듯 합니다. 또 최근 경질된 김영희 피디의 후임이 정해졌지요. '놀러와'의 신정수 피디에게는 위기에 빠진 나가수를 구원할 무거운 책임이 떠맡겨졌습니다.
여전히 인터넷은 나가수의 이야기로 뜨겁습니다. 원칙을 뒤엎었다고 그토록 분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관심은 식을 줄 모릅니다. 애증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사랑과 증오는 관심으로 통합니다. 미워한다는 것도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제작진이 김영희 피디의 경질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내리자 더욱 설자리를 잃게된 김건모는 결국 자진하차를 결심할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다른 가수들마저 동요하면서 나가수는 존폐의 기로에 섰었습니다. 어제 'MBC, 나가수 폐지여부를 위한 회의에 돌입'이라는 기사를 접하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지요.
어쩌면 이러한 분노는 우리네 현실에 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는 이미 상식과 원칙이 무시되고 무너지는 상황을 숱하게 지켜보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현실 앞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삭혀야만 했던 순간들이 많았지요. 우리들이 나가수에 유독 가혹한 잣대를 들이댔던 것은, 이러한 불공정한 세상에 억눌려왔던 불만을 제대로 토해낼 수 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일수도 있겠지요. 대리 폭발이라고나 할까요.
결국 야심찬 기획으로 나가수를 탄생시킨 피디는 경질되었고, 원망스럽던 김건모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떠났습니다. 나가수는 이미 시작과 함께 큰 상처를 입은 셈이지요. 이런 나가수를 바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 역시 편안할 리가 없습니다. 역시 한 템포의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었지요. 그동안 제작진은 연속으로 악수를 두었습니다. 7위를 한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줌으로써, 시청자를 황당하게 만들고 나서는, 탈락이 중요한 건 아니다라는 말로 시청자를 우롱했습니다. 그리곤 일방적이고 전격적으로 담당피디를 경질함으로써 이번에는 가수들의 입장을 난감하게 만들었지요. 이러한 총체적인 난국에 빠진 나가수에게 이번 한달간의 휴식이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나마 파국을 막는 다행스러운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인상적인 것은 신임 신정수피디의 첫 미팅에, 이미 물러난 김영희 피디도 참석했다는 점인데요, 비록 강제 하차의 형식으로 물러났음에도,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고자 하는 김 피디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김피디와 가수들간의 신뢰가 여전히 끈끈한 만큼 그가, 현재 혼란스러운 가수들을 다독여 준다면 김피디가 그렸던 나가수의 꿈은 현실에 좀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대중의 어마어마한 분노과 불만을 경험함으로써 원칙과 상식의 준엄함을 새기게 된 나가수가, 이를 계기로 새출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단 원칙의 절대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열정과 즐김의 무대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대중들이 원했던 것도 결국 제대로 된 '듣는 음악' '감동과 열정,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일 것입니다. 나가수는 전혀 생소한 기획이기에 시행착오라는 위험이 상존했습니다. 이번 위기를 딛고 더욱 탄탄해진 구성으로 감동의 무대를 다시 만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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