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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김건모, 20년을 잊은 떨리던 손


지난 주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최고의 화제를 불러왔었습니다. 김건모의 재도전에서 비롯된 원칙 무시 논란으로 시청자들의 실망과 비난이 극에 달하자, 급기야 MBC 사측은 책임프로듀서 김영희 피디를 경질시켰고 이에 설 자리를 잃은 김건모는 자진하차를 발표했지요. 그러자 다른 참가가수들까지 동요하면서 나가수는 존폐의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시청자와 참가가수 제작진에게 깊은 상처가 되고 말았던 나가수는 결국 한달간의 결방기간을 두고 새로운 피디의 지휘 아래 재정비하기로 결정됐습니다. 어제는, 한달간의 결방을 앞두고 그동안 녹화된 분량을 특별편성하여 방송했지요. 만신창이가 된 나가수, 그런데 그속엔 뜨거운 떨림과 감동이 있었습니다.

어제 방송을 보면, 최종 2차 경연 당일의 분위기와 그 일주일 전의 분위기는 크게 달랐습니다. 2차 경연 당일의 녹화가 지난주 월요일에 있었던 까닭입니다. 그날은 지난 방송분이 방영된 다음날이기에 여론의 어마어마한 질타를 접한 이후 입니다. 그전까지 화기애애하게 김건모의 재도전에 대한 농담까지 하던 참가자들의 분위기는 급속하게 무거워졌지요. 김제동은 완전히 할 말을 잃었고, 백지영은 극도의 긴장으로 리허설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여론의 뭇매에 당황한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김건모 만큼은 유독 이전부터 경직된 얼굴이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노래를 부르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 7인의 정상급 가수들, 김건모는 정엽의 'You are my lady'를 선곡 받았지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노래가 아니라서 더욱 부담이 간다는 매니저 지상렬의 말이 아니더라도, 김건모는 이미 상당히 긴장한 모습이었습니다. 바로 탈락 후 재도전이라는 현실은 멍에가 내어 그의 전신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중간평가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건모는 자다가도 일어나 재도전을 후회했다고 밝혔지요. 지난주 일요일 방송을 타기전부터, 즉 시청자들의 비난이 폭발하기 전부터, 김건모는 자신의 재도전에 대한 심적 부담이 깊었습니다. 그래서 평소 진지한 것을 싫어한다던 그는 유달리 진지했습니다. 그리고 경연 녹화 당일 김건모는 무척이나 핼쓱한 모습이었습니다. 뇌압이 높아져 실핏줄이 터질 정도로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지요. 하루사이에 그토록 많은 비난과 질타가 이어졌으니 당연하겠지요. 그리고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한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극도의 긴장감이 넘치던 녹화 당일 청중평가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들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던 다수 시청자들과 달리 7인의 가수를 향한 열망과 동경이 더 커보였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김건모가 등장할때는 더욱 따뜻한 격려의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지요. 브라운관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가수들의 떨림과 감동을 체험할수 있었던 청중평가단이기에, 그에게 쏟아진 비난이 안쓰럽게 느꼈던 것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김건모의 떨림 가득한 무대, 나가수에서의 마지막 무대는 시작되었지요. '일곱명 중에 7등한 김건모입니다'로 시작한 인삿말에서 청중을 향해 재도전에 대해 송구스런 마음을 전한 김건모는, 많은 우려에 보답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노래는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긴장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습니다. 비장감이 느껴지는 얼굴 속에 박자 하나 놓치지 않으려 긴장해 굳어진 얼굴과 대조되는 한없이 떨리던 손...노래속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호소력 짙은 그만의 음색이었지만, 그 떨리는 손과 선글라스 너머의 그늘진 얼굴엔 노랫말 속 외로움 이상의 고독이 흐르고 있었지요. 정상의 위치에서 보낸 20년을 잊은, 신인가수처럼 긴장된 모습으로 펼쳐낸 열정의 무대, 그 모습을 한 공간에서 함께 느끼며 숨쉬는 청중관객에겐 그 떨림과 감동이 그대로 전해졌나봅니다. 그의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얼굴에는 흐뭇함과 진한 감동이 한데 어우러져있었지요. 그리고 노래가 끝난후 그는 허리 숙여 긴 인사를 합니다. 이렇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며 자신을 내려놓았지요.

최고가수가 자신을 잊어 버리는 과정은 쉽지가 않았습니다. 꼴찌를 했었던 지난 회, 최초경연에 앞서 열린 중간평가에서도 김건모는 꼴찌를 했음에도 최종무대에서 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날 무대에 선 정엽의 경우, 중간평가에서 꼴찌를 하자, 당초 락스타일을 해보고 싶었다는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강점에 맞는 스타일로 과감하게 재편곡을 했습니다. 그만큼 중간평가에서조차 꼴찌는 큰 부담이었고, 자신의 편곡과 장점을 다시 돌아 보고 점검했었습니다. 하지만 김건모는 그렇지 않았었지요. 준비가 덜 된 중간평가에서는 꼴찌였더라도, 본선에서 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김건모는 다른 가수들이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맞이했던 첫 공연의 무대에서조차 혼자 여유있는 무대를 선보인바 있지요. 당시 잔뜩 힘이 들어간 후배들을 보고 웃기도 했었습니다. 그랬던 김건모가 이번에는 자신을 잊었습니다. 쉽지 않았지요. 여유로운 모습으로 무대를 즐기던 그가 전혀 다른 자세로 무대에 임한 것이지요. 중간평가를 앞두곤 목상태가 안좋아 참가가 불확실하다고 하더니 막상 중간평가 자리에 서자 최선을 다했습니다. 최종무대에서는 20년을 잊어버린 신인의 모습으로 혼신의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그렇게 노래를 마치고 가수대기실에 들아와서는 백지영에게 농담을 건네며 긴장을 털어내는 모습이었지요. '진성으로 노래해야 할 부분에서 힘이 빠져버려 음이 이탈했다'며 가볍게 웃어보였지만 고개 숙이는 그의 얼굴에 남겨진 쓸쓸함은 털어낼 수가 없었지요.

100% 제실력을 발휘하진 못한거 같은데 다시한다고 해도 먼저 한거보다는 잘할 자신이 없어요
전 최선을 다한 것 같아요.

20년을 풍미했던 최고 가수의 외로운 자기 고백이 뭉클하더군요.
이전까지 조금은 진지하지 못했던, 다소 안일했던 그의 무대, 많은 고민과 고뇌를 보였던 후배들과는 다른 여유로운 모습들 탓에 그가 조금은 얄미워 보였었습니다. 그의 꼴찌는 그가 못해서라기보다는 다른 후배가수들이 너무나 열심히 준비하고 잘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꼴찌를 해봄으로써 김건모는 자신의 말처럼 음악인생에 터닝포인트를 얻었습니다. 달라진 거지요. 이미 그 달라진 모습을 무대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증거는 그의 무대에 향해진 관객들의 행복한 표정일 것입니다. 그는 진지한 것을 싫어하고 즐거움을 추구해왔다고 했는데요, 이날 만큼은 즐거움 대신 감동과 뭉클한 떨림을 줬습니다. 과연 김건모는 앞으로 다른 색깔의 음악 인생을 살게 될까요. 문득 자진하차한 김건모에게 아쉬움을 느끼게 되네요. 역시 가수는 무대로 말해야 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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