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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떠난 김건모가 김범수에게 남겨준 것


                 떠난 김건모가 남긴 것

두 번째 경연의 우승자는 김범수였습니다. 대기실로 돌아와 음악프로그램에서도 못해본 1위를 여기서 해본다며 감동해마지 않던 김범수는, 전혀 뜻밖이라는 듯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지요.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침묵하자 주변에서 우는 거냐며 의아해하기도 할 정도로 그에겐 예상밖의 결과였나봅니다. 그만큼 그에게 1위란 것은 익숙치 않은 일이었지요. 하지만 역시 노래 잘하는 가수는 언젠가는 인정받는구나 싶더군요. 지난 주 윤도현이 1위를 수상했을때는 그 여운을 충분히 느끼기도 전에 후딱 7위를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었는데요, 이날은 너나 할 것 없이 김범수의 1위를 함께 기뻐하고 놀라워 하며 치하하는 모습이 훈훈했습니다. 지난번 탈락이라는 시련의 과정을 함께 겪으며 서로간의 마음이 더 끈끈해진 것도 있겠고, 1번의 공연과 2번의 경연을 치루며 노래로 소통한 가수들의 마음이 서로간에 더욱 깊어진 것도 같습니다. 영광의 순간을 함께 기뻐해주고 서로 안아주는 모습에 보는 이의 마음도 흐뭇했습니다.

얼굴 없는 가수로 알려진 데뷔 13년차 가수 김범수,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의 본격 시작에 앞서 가진 사전 인터뷰에서 김건모, 박정현, 윤도현이 겨뤄보고 싶은 가수로 그를 꼽았을 정도로 가수들 사이에서 인정 받는 실력자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지요. 부드러운 고음과 힘있는 목소리로 호소력 있는 노래를 불러왔지만 자신의 노래만큼 자신의 이름과 얼굴은 알려지지 않았었지요. '가수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범수는 '노래로 말하는 사람'이라고 답했습니다. 가볍게 한 말일수도 있겠지만, 노래 하나만은 자신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인 동시에, 비주얼 위주인 작금의 가요계 현실에 대한 도전같기도 했습니다.

2차 경연곡으로 이소라의 제발을 부르게 된 김범수는, 가수들간의 중간평가 자리에서도 특유의 가창력을 뽐냈습니다. 동료가수들은 그의 기본기에 감탄을 자아냈지요. 그런데 김범수의 매니저인 박명수는 이렇게 말했었지요. '김범수는 1등은 못해, 그런데 떨어지진 않아’라며 말이지요. 사실 나가수에서 1등을 하기 위해서는 노래실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나가수의 경연방식이 500명 청중평가단의 감동에 포커스가 맞추져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이들 가수사이에서 노래실력을 견주는 것도 무의미하겠지만, 노래 이상의 감동, 청중평가단의 가슴을 울리는 떨림이 있을때 1위의 영광이 있을것입니다. 박명수의 말은, 김범수가 노래실력은 뛰어나지만 가슴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약간 부족하다는 의견이었을 것입니다. 중간평가에서 김범수가 노래를 마치자 동료 가수들은 박수로 호응해 줬는데요, 이때 김건모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툭 던졌습니다. ‘범수 노래, 참... 깊이는 없었어요노래는 흠잡을 때 없이 잘 불렀지만, 선배가수 김건모는 깊이를 이야기했습니다. 농담처럼 한 말이지요. 그런데 어느 누가 김범수에게 농담으로라도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또 이런 말을 했다해도 김범수가 귀를 기울일수 있을까요. 국민가수 김건모만이 할 수 있는 말이고 김건모만이 되짚어 보게 할 수 있는 말일 겁니다. 그래서 이말은 지나가는 농담이 되지 않았던 것같습니다.

지난 1차 경연의 선곡을 앞두고 김범수는 '노래부를때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여자의 노래는 감정이입이 어렵다'란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감정이입은 그에게도 큰 숙제였지요. 그래서일까요. 김범수는 '이소라의 제발'이란 노래에 몰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는 중간평가 이후 깊이에 대한 고민으로 이 노래에 접근했습니다. 결국 ‘소라누나가 부른 노래에 담긴 진심,, 저분은 진짜구나 거짓말로 노래하는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되었지요. 그리고 본 경연의 무대에서 그는 결국 '깊이'를 노래했습니다.

노래에는 기승전결의 흐름이 있더군요. 특히 이소라의 감성이 그렇습니다. 담담하게 시작됐다가 예민하게 찌르기도 하며 때론 절제하다가 절정으로 치닫는 복잡한 감성이 어우러집니다. 중간평가에서 김범수의 노래가 출중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복잡한 감정의 선이 아쉬웠습니다. 그냥 열심히 일관되게 애절함을 강조한 느낌이랄까요. 복잡한 심경보다는 확고한 애절함이었습니다. 하지만, 본 경연에서는 많이 달랐습니다. 담담한 표정으로 시작된 노래의 감성은, 김범수의 감은 눈을 타고 스탠드 마이크 앞에 가지런히 모아졌다가 가슴을 부여잡은 손으로 떨쳐지는 듯 하더니 격정적인 몸부림 속에서 절정을 맞다가 '제발'이라는 짧은 한마디로 마무리됐습니다. 청중들은 그 감성의 선을 따라 숨을 죽였지요. 하지만 이순간 만큼은 더 신경쓰이는 관객이 있었습니다. 바로 원곡자 이소라였지요. 김범수의 무대를 바라보는 이소라의 눈동자는 파란 조명 아래에서 더욱 깊어 보였는데요, 서로 다른 감성은 그렇게 색색의 조명 아래에서 교차했습니다. 그리고 이소라는 엄지를 추켜세웠지요. 이미 리허설 자리에서 이소라는 김범수의 노래를 듣곤, 중간평가때와는 다른 느낌을 받았다며, 정말 연습을 많이 했음을 알겠다고 했었지요, 노래의 소절마다 담긴 고민과 고뇌를 알아봐준 이소라의 말에 김범수는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고 합니다. 가수와 가수의 교감에 저도 뭉클하더군요. 나중에 김범수는 '1위의 기준이 우-열은 아니라고 봐요, 다 '우'인데 큰 우냐 작은 우가 있냐가 있을뿐'이라고 했습니다. 노래의 깊이에 젖은 그가 더욱 깊어보입니다.

대선배는 가벼운 농담처럼 깊이를 말했고 후배는 이말을 지나치지 않고 깊이 고민했습니다. 가수와 가수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최고로 나아갈 수 있는 것, 바로 최고의 가수들이 함께 하는 '나가수'이기에 가능한 것 같습니다. 지난 재도전 논란 당시 김건모의 선택을 두고 '나는 선배다'란 말이 화제가 됐었지요. 저 역시 공감하며 분노를 느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역시 김건모가 선배이긴 합니다. 첫방송 당시 공연을 마치고 가수들이 대기실에 모였을 때 가수들은 서로가 어색해서 대화가 겉돌았었는데요, 이때 김건모가 등장해서 '범수 너는 노래를 처음부터 그렇게 열심히 하냐, 너 노래할때 고개 들지마. 콧구멍 다보였어' 이런 말을 해대자 급속히 친근해 졌습니다. 긴장한 후배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때론 농담을 건네며 쟁쟁한 가수들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를 주었지요. 김건모가 나가수의 시작을 함께 함으로써 초반 경쟁때문에 자칫 딱딱해 질 수 있었던 분위기를 풀어주는 데 큰 몫을 했습니다. 나가수의 이름값에 위력을 더해준 것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그리고 가창력에 있어 최고라 자부하는 김범수에게 깊이를 운운하는 핀잔을 줌으로써 그가 노래 자체를 더욱 깊게 고민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주었지요. 김건모는 이미 나가수를 떠났지만 그가 남긴 것이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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