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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백지영을 미소로 떠나보내는 이유



              미소로 보내는 이유
 
백지영은, 한국인의 정서를 발라드로 잘 표현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그녀가 결국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자진하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처음 백지영의 나가수 합류는 다소 의외였습니다. 다른 출연자와 달리 그녀는 TV출연 빈도가 높았던 가수라는 점이 이채로웠는데요, 예능에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얼마전에는 '시크릿가든'의 ost를 통해 가요프로그램의 순위에도 오르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던 그녀이기에 이번 나가수 출연은 큰 결심을 해야 가능한 것이었을 겁니다. 활발한 활동을 하는 와중에 '탈락'의 위험이 상존하는 서바이벌 오디션 출연은 자칫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나가수가 기대를 뛰어넘는 대박이 나면서, 영광의 자리에 설 수 있었지만, 그 영광만큼이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백지영의 목소리엔 떨리는 애절함이 있습니다. 노래가 전해줄 수 있는 감정을 오롯이 전달해내는 능력이 탁월한 가수지요. 데뷔 당시 그녀는 댄스가수로 크게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여자로서 큰 시련을 겪은 후에, 재기에 나선 백지영은 그간의 댄스가수로서가 아닌 발라드가수로서 새롭게 변모했는데요, 다시 돌아온 그녀의 노래 속에는, 가슴 속 상처를 어루만지는 진한 호소력이 담겨 있지요. 삶의 극한 좌절을 맛 본 사람, 그리고 이를 극복해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감성말입니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에 더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백지영이 나가수에서 보여준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최고의 리액션'이었습니다.
동료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가장 진지한 눈빛으로 지켜봤던 가수입니다. 다른 가수의 무대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속엔 깊은 감흥이 뚜렷했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노래에의 몰입을 더욱 깊게 해줬습니다. 절정의 가수를 바라보는 절정의 가수의 떨리는 눈빛은, 나가수가 보여주는 최고의 무대가 절정으로 완성되는 데 한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수들간에 가볍게 웃고 떠들면서 불렀던 중간평가의 자리에서조차, 빼어난 감성과 가창이 빛날때면 어김없이 백지영의 깊은 눈동자가 브라운관에 드러나곤 했었지요. 그녀의 리액션은 무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지요. 1등이 발표되는 순간에 환호성을 지른 이도 백지영이었고, 김건모가 립스틱을 과도하게 바르고 무대에서 벗어나 뻘쭘하게 걸어갈때 그에게 뽀뽀를 건넨 이도 백지영이었습니다. 동료가수들은 그녀에게 힘들었던 점을 토로하기도 했지요. 이처럼 절정의 가수들이 서로 화기애애해지도록 이끌었던 것 역시 그녀의 리액션인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백지영이 나가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그녀의 오래전 히트곡 '대쉬 Dash'를 불렀을때입니다. 나가수 두번째 경연에서 서로의 노래를 바꿔부르기 미션이 있었는데요, 중간평가 자리에서 원곡자로서 무대를 선보였었지요. 이미 발라드 가수에 익숙해진 그녀는 경쾌한 전주가 흐르자, 오래전 특유의 눈웃음과 입을 활짝 벌린 웃음으로 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지요. 그 시절처럼 곱지 않고 그 시절처럼 산뜻하진 않지만, 한 시절을 달구었던 절정의 매력은 세월을 견디며 깊이를 더해 주더군요. 지켜보는 저 역시 그녀와 더불어 젊어진 기분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걸그룹 일색의 현 가요계에서 중견가수로서 댄스와 발라드를 자유자재로 소화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가수이기도 하지요. 나가수에서 요구하는 미션인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하는 데에도 특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다른 가수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분위기를 돋우는 모습,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 푹빠져 감동에 젖어 있던 모습 그리고 자신의 무대에서 감성을 깊이있게 쏟아내던 열정까지...그녀의 하차 소식이 많이 아쉽긴 합니다.
한 달간 결방에 들어간 나가수의 녹화재개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것은, 기존 출연가수들의 복귀문제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8일 녹화를 앞두고 반갑게도 MC이소라를 비롯하여 윤도현, 김범수, 박정현의 재합류 확정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백지영의 자진하차라는 안타까운 소식도 함께 전해졌지요.
김건모를 오빠라 부르며 친근하게 대했던 백지영인데요, 김건모의 첫 탈락을 눈물속에서 지켜보았었고, 누구보다 김건모의 재도전에 환호했었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엄청난 비난 앞에서도 크게 상처를 받았습니다. 김건모의 재도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던 당일(월요일)에 있었던 녹화에서 백지영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듯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었지요. 급기야는 리허설 무대에서 머릿속이 하얘진다며 리허설을 중단하고 그냥 무대를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최고의 리액션을 보여준 그녀답게, 긴장하는 모습, 감동하는 모습도 많이 보여줬는데요, 그만큼이나 이번 사태의 상처도 깊을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그녀는 (결국 마지막 무대가 되어버린) 당시의 최종무대를 멋지게 소화해냈지요. 나중에 인터뷰에서 밝혔듯, 자신을 바라보는 청중들의 눈에서 신뢰를 봤고 덕분에 무대를 훌륭히 마치고 내려 올 수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나가수는 매 무대마다 극도의 긴장감을 주는 아찔한 경험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따스한 시선으로 오롯히 바라봐주는 대중들의 사랑을 절감한 소중한 경험이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그녀는 하차를 선택했습니다. 음반 준비에 몰두하겠다는 그녀의 뜻을 존중해 주어야 겠지요. 그녀의 하차는 안타까운 일지만, 하차를 함에도 불구하고 나가수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에선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동료 가수들의 나가수 출연이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백지영의 하차소식이 전해졌다면, 다른 가수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었을텐데요, 하지만 그녀는 다른 가수들의 합류가 결정되기 전까지 말을 아꼈습니다. 판을 깨지 않는 신중한 모습을 보인 것이지요. 그녀의 나가수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새롭게 선보일 그녀의 신보에서도 나가수에서 느껴지던 감동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비록 그녀는 나가수를 떠나지만, 언제나처럼 동료가수들의 무대를 감동의 눈빛으로 바라보겠지요. 많은 시청자들이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그녀를 미소로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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