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가수다의 위엄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을 준다는 건 임재범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새롭게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에 합류한 BMK와 김연우도 대단한 인물이지만, 임재범의 합류만큼 놀라운 일은 아니었지요. 서바이벌을 통해 꼴찌가 탈락하는 방식의, 조금은 예민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기인'이라는 인상을 가진 임재범의 출연은 대단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결국 공연에서도 1위를 차지했지요. 정말 왕의 귀환이었습니다.
그는 첫등장부터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차에서 내려서는 임재범의 눈빛부터가 상당히 강렬했지요. 방송에서 보기 어려운 가수, 다소 거친 느낌을 주던 사람이었기에 그의 성품 역시 상당시 까칠할 것으로 기대했었는데요, 대기실에서 접한 그의 모습은 의외로 소탈했습니다. 그는 마음을 활짝 열고 나가수에 임했지요. 매니저를 맡게된 지상렬은 잔뜩 긴장한 채 조심스레 임재범에게 다가갔는데요, 임재범이 오히려 지상렬을 추켜세우며 살갑게 맞아줬습니다. 만나기를 청했고 만나고 싶었다며 '상렬씨'라고 칭하는 모습에선 소탈한 동네 아저씨와 같은 인상을 줬습니다. 또 다른 가수들의 무대에 깊이 몰입해서 경청하는 모습 역시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노래를 들으며 노래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표정으로 반응하는 모습이 상당히 훈훈했습니다. 부채질을 하면서 툭툭 던지는 말에는 가수로서의 관록도 묻어났지요. 김연우의 무대를 보며 '더 힘을 써서 오바할 수 있는데 안하잖아.. 노래 잘하네..' 그의 말 못지 않게 그의 표정이 인간적이고 편안했습니다.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무대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가 무대 뒤편에서 등장했을때 청중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지요. 하지만 그가 조명 아래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을때 청중들은 순식간에 숨을 죽였습니다. 고개를 까닥이며 저벅저벅 걸어나와 목례를 했지만 500명의 평가단은 침묵으로 답했을뿐입니다. 동료가수들은 임재범의 강력한 포스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냈지요. 노래를 시작하고자 고개를 돌려 세션을 향해 시작사인을 주는 모습에서는 예술가가 가진 고집과 완고함이 보였습니다.
그가 이날 들려준 노래는, 십년전 발표된 앨범 속 노래와 달랐습니다. 탁하고 갈라진 목소리로 시작된 노래의 앞부분은 가사를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나직히 읖조려졌는데요, 오히려 깊은 마음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음정이나 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앨범 속 노래의 재현이 아닌, 오늘의 충만한 감성을 전달해주는 듯 했습니다. 앨범에 갇힌 노래가 아닌 살아있는 노래를 불렀지요. 노래가 감동을 주는 건 가창력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교나 성량면에서 이날 무대는 전성기 시절보다 다소 떨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대신 오십 인생의 깊이가 있었지요. 진정한 감동은 얼마나 노래를 정확하게, 악보에 맞게 부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감정을 전달해내느냐, 그래서 여운을 남길 수 있느냐에 달렸나 봅니다. 자신의 실제 이야기를 담았고 그래서 더 마음을 담아 부를 수 있었다는 임재범은, 자신이 노래에 젖은 것만큼 지켜보는 사람도 노래에 잠기게 하는 매력이 있었지요. 거친 야수같은 그의 매력은 그를 지켜보는 남자관객마저도 두손을 모으는 소녀팬으로 만들었지요. 모든 걸 쏟아부었던 그의 노래가 끝나고, 임재범이 무대를 나서자 MC이소라은 급히 격앙된 목소리로 말합니다. '임재범씨 고맙습니다, 제가 빨리 올라왔었어야 하는데..' 높은 톤으로 조심스레 말을 건네는 이소라의 모습이 상당히 이채롭습니다. 그녀가 무대의 말미에 이런 반응을 보인적이 없었지요. 노래에 감성을 담는 것으로 유명한 이소라마저 임재범만의 감성에 완전히 압도된 모습이었지요. 비단 이소라만이 아닙니다. 임재범의 노래가 끝났을때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요.
임재범은 자기 자신을 무대위에서 고스란히 폭발시켰습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임재범의 모습은 한마리의 상처입은 호랑이와 같은 위압감이 있었고. 그의 쏘아보는 눈빛에는 당당한 오만함이 있었습니다. 간주 중에는 뒤로 돌아 걸으며 마치 무대를 배회하는 인상마저 줬는데요, 그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는 자기 하고싶은대로 노래하는 사람이겠지요. 대기실에서도 '로큰롤 베이비'란 말과 함께 유독 윤도현만을 끌어안아줬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순수한 사람이지요. 그런 자유로운 모습이 임재범만의 독특하고 강렬한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출연가수들은 그와 함께 대기실을 쓰는 일마저 신기해할 지경이었지요. 대기실로 들어올 임재범을 어떻게 맞을까 흥분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임재범이 들어섰을때 다른 6인의 가수들은 모두가 기립했지요. 정말 왕의 귀환인 듯 했습니다. 대단한 존재감이었지요.
나이 오십.. 임재범 역시 세월을 거스를 수 없었는지 성량과 파워는 예전만 못했니다. 대신 세월의 깊이가 더해진 걸까요. 그 위압감은 세월을 넘어 오히려 강렬했습니다. 한편 까칠한 모습이 아닌 소탈한 모습으로 동료와 후배를 대했습니다. 위압감과 소탈함.. 이 모순된 두가지 모습은 인간적인 매력으로 짙게 수렴되는 느낌입니다. 알 수 없기에... 온전히 파악할 수 없기에 더 끌리는가 봅니다.
요 아래 손가락모양은 추천버튼입니다. 감사합니다.
'Entertainment On > 스타&연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가수다 임재범, 윤도현 향한 보기 흐뭇한 편애 (31) | 2011.05.04 |
---|---|
후덕해진 엄정화, 여자보다 배우의 증거 (22) | 2011.05.03 |
위대한탄생 정희주, 예감한 탈락 그러나 좌절은 아니다 (20) | 2011.04.30 |
나는가수다 임재범의 1분출연, 그 오만함에 반했다 (25) | 2011.04.25 |
위대한탄생, 방시혁-이은미 진상커플 등극하나 (193) | 2011.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