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tertainment On/스타&연예

후덕해진 엄정화, 여자보다 배우의 증거


엄마와 자식간의 모습을 다룬 영화 '마마'의 제작발표회가 어제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날 발표회에서 언론의 관심을 끌었던 건 영화가 아니라 엄정화의 살찐 모습이었지요.
제작발표회의 주인공은 영화 그 자체일텐데요, 그러나 영화보다는 배우의 가쉽거리가 오히려 화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우들의 신변잡기나 열애, 혹은 옷차림 등에 대한 것이 부각되면서 주객이 전도되기도 하지요. 이번 제작발표회에서도 정작 영화보다는 엄정화의 후덕한 풍모가 뉴스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엄정화는 불혹의 나이 답지 않게 늘 화려한 모습을 선보여온 패셔니스타입니다.
가수로서는 섹시 퍼포먼스의 길을 열었고, 배우로서도 가수라는 꼬리표를 극복하고 연기로 인정받은 몇 안되는 여배우 중 하나지요. 이는 자신의 분야에서는 인정을 받고자 하는 그녀만의 근성과 노력의 결실일텐데요, MBC합창단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가수에 도전해 섹시 여가수로서 입지를 다지더니, 여기에 그치지 않고 연기자로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제는 연기자로 더욱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엄정화가 연기자라는 타이틀을 달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이는 배타적인 성향을 보이는 우리 영화계의 풍토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요. 영화계는 자부심이 강해 다른 분야의 연예인이 진출하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까메오로 출연하며 영화계에 발을 딛은 임하룡이 남우조연상(웰컴투 동막골)을 수상하며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10년이상의 시간이 걸렸고, 가수 탁재훈은 청룡영화제에서 외롭게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굴욕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요. 이런 영화계에서 엄정화 역시 여우주연상을 받고 주연급여배우로서 자리매김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가수로 출발했지만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시작한 그녀의 필모그라피는 이후 숱한 영화에 출연하다가 '오로라공주'를 통해 영평상 여우주연상을, 그리고 '해운대'로 연기와 흥행 두마리 토끼를 잡은 여배우로서의 인정을 받았는데요, 늘 새로운 연기에 도전해온 그녀가 이번에는 자신이 고수해온 미적 이미지마저 기꺼이 떨쳐버렸습니다. 그동안, 집 앞 슈퍼마켓을 갈 때에도 마스카라에 아이라인까지 완벽히 메이크업을 하지 않으면 외출하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에 철저했었다고 하는데요,  이런 그녀가 후덕해진 모습이 인상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후덕해진 모습 자체가 아닌 후덕해진 모습의 이유도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는데요, 이 영화에는 엄마와 자식간의 이야기입니다. 3명의 엄마가 출연하지요. 가장 가깝기에 가장 편안한 엄마, 그래서 우리는 소중한 엄마를 너무 쉽게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중하지만 만만한 존재이기도 한 이름이 엄마이지요. 가까운 사람보다는 오히려 낯선 사람에게 더 친절한 자식들의 자화상,  그리고 이를 사랑으로 받아주는 우리시대의 외롭고도 넉넉한 엄마의 모습을 그린 영화입니다.

바로 이러한 엄마의 존재를 연기하기 위해 엄정화는 후덕의 굴욕을 기꺼이 감수했지요. 그녀는, 극중 아픈 아들을 위해 억척스럽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엄마로 분했는데요, 서로의 존재가 삶의 희망이 되는 아들을 위해 노력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역할입니다. 엄정화는 메이크업과 머리하는 시간이 굉장히 짧았다며, 살이 찌는 대로 내버려둬 너무나 편했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그녀 스스로 밝히길 '관리하지 않아 살쪘다'고 했지만 결국 우리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가 되기 위한 노력일 것입니다.

사실 연기를 향한 엄정화의 파격적인 변신은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 해 개봉한 '베스트셀러'에서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작가역을 맡아 7kg을 감량하고 노메이크업으로 촬영에 나서기도 했었지요. 이번 '마마'에서 후덕해진 엄정화의 외모 역시 영화에 대한 열정의 표현이겠지요. 불혹을 넘긴 미혼의 여배우에게 살찐 아줌마의 역할은 쉽지 결정이었을겁니다. 얼마전 삼십대의 꽃미남 배우가 화보촬영에 나섰는데요, 당시 설정이 부인과 아이를 둔 가족 콘셉트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완강히 촬영을 거부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아저씨로의 이미지가 새겨질까 두려웠던거지요. 이렇듯 한컷에도 예민하게 이미지 관리를 하는 배우가 있는가 하면, 작품을 위해 기존의 이미지마저 기꺼이 포기하는 배우도 있습니다. 엄정화에게 향해지는 일부 악플 [보톡스의 부작용이다, 선풍기 아줌마같다..등등]들이 오히려 초라해보입니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역작 '전쟁과 평화'에서, 인간이 느낄 수 있고 최고의 행복은 '자식 많은 뚱뚱한 아줌마'만이 느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학의 거성이 한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더라도 '자식과 더불어 행복한 엄마'의 모습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과연, 매력적인 자태로 도도하게 시선을 날리는 패셔니스타의 자부심을 넘어, 엄마의 위대한 행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어쨌든 요즘엔 아름다운 여배우가 참 많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위해 헌신하는 여배우는 흔치 않은것 같더군요. 후덕해진 엄정화, 매력적인 여자가 아닐지는 몰라도 매력적인 배우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요 아래손가락 모양은 추천버튼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