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전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는, 순위를 발표하는 긴장의 순간에 김영희피디가 있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모든 것이 나왔지요. 그런데 새롭게 개편된 나가수에선 피디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새롭게 시작된 나가수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나가수를 기획하고 준비해온 김영희 피디는 나가수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자문위원단을 꾸려 프로그램의 방향을 가다듬고, 도저히 서바이벌 오디션에 나올것이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던 가수들을 일일이 설득해서 무대로 이끌어낸 프로그램의 창조자였지요. 이런 김피디의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은 프로그램 곳곳에서 묻어났습니다. 음향설비 하나하나를 직접 나서서 체크하고, 세션과 가수와의 조율, 전체적인 무대 리허설까지 본인이 직접 맡아서 했지요. 방송국으로 들어서는 청중평가단의 긴 줄을 고요하게 바라보는 눈빛에서도 그의 남다른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바이벌오디션의 핵심인 순위발표 역시 본인이 직접했습니다. 그만큼 김피디는 나가수에서 가수 못지 않은 존재감이 드러났지요. 그런데 이는 결국 피디의 편집방향이기도 합니다. 리허설 무대를 진두지휘하고 가수들에게 진행사항을 알려주고, 청중평가단에게 스포일방지를 직접 부탁하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방송화면에 노출됐습니다. 순위결과가 담긴 서류를 받아들고는 결과가 믿기지 않는다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이게 정확해 한거야?'라며 되물으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했습니다. 통상적인 피디의 역할을 넘어 프로그램 속의 한 캐릭터로 구축될 정도였지요.
김피디의 헌신적 노력 덕분에 주말예능의 판도를 뒤흔드는 화제작이 탄생할 수 있었지만, 그만큼 나가수가 좌절할때의 부담 역시 온전히 김피디의 몫이었습니다. 지난 재도전 논란의 책임을 온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었지요. 그렇게 모든 것을 쏟아붓고, 또 스스로가 직접 이미지를 소비하며 전면으로 나섰던 김영희는 아쉽게도 그자리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출연중인 가수들에게 '나가수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남겨두고 말입니다. 그 자리를 대신한 신정수 피디는 김영희 피디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나가수에서 거의 얼굴을 내밀지 않고 있습니다. 자문단과의 대책 회의를 할때 잠깐 비춰지는 수준이지요. 그는 김영희 피디와 달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있지요. 순위발표 역시 자문위원단장(장기호씨)에게 맡겼습니다. 김피디의 경우, 가수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다양한 코멘트를 곁들이거나 가끔은 긴장감 넘치는 리액션을 펼치기도 했는데요, 지난주 순위를 발표한 장기호는 시종일관 온화한 표정과 조근조근한 말투로 비교적 차분하게 분위기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는 MC 이소라가 이제 순위발표를 들을 마음의 준비가 됐다고하자, 발표를 시작했는데요, 순위발표 직후의 소회에는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애드립으로 긴장감을 더해주고, 발표된 순위에 대해서도 자신의 평가를 더하거나 위로를 해주기도 했던 김피디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또 한가지 가시적인 변화는 음악감독을 기용했다는 겁니다. 직접 무대 설비를 챙기던 김피디와 달리 신피디는 음악감독에게 음악에 관한 전권을 위임했지요. 음악 감독은, 초반 가수 이소라의 편곡자로도 활약을 했던 정지찬인데요, 그가 무대 음향을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정지찬은 나가수의 음악적 디테일이 더 깊어졌으면 하는 생각에서 '음악감독'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합니다. 가수와 세션, 편곡자와 제작진의 조율을 담당하고 음질과 마스터링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음악감독으로서 무대리허설은 물론 공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향체크까지 꼼꼼이 하는 모습이었지요. 일단 가수들의 반응도 좋더군요.
자극적인 편집도 줄어든 느낌입니다. 김건모의 재도전 논란 당시, 이소라의 감정적인 반응을 여과없이 내보낸 김영희 피디의 편집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었는데요, 신정수 피디는 다소 조심스러운 느낌입니다. 임재범의 출연을 앞둔 예고편에서는, 임재범이 지상렬의 손을 뿌리치며 '에이 놔봐 좀...'하며 흥분하는 장면이 부각되며 돌발상황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었는데요, 이는 결국 낚시였습니다. 본 방송에서는 그냥 무난한 모습이었지요. 가수들간에 훈훈하고 편안하게 격려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렇듯 새롭게 나가수를 이끌고 있는 신정수피디의 특징은,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는 점, 전문가에게 많은 부분을 맡긴다는 점, 자극적인 편집을 자제한다는 점입니다. 김영희 피디와 대비되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서로 다른 방식은, 두 피디의 전혀 다른 입장에도 기인하겠지요. 성공을 기약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포맷을 선보여야 했던 선임자와, 이미 뜨겁게 달아올라 부담이 막중한 책임을 떠안게 된 후임자의 입장 말입니다. 거기에 더해, 후임자는 초반의 시행착오에 대한 학습의 기회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나가수에서 피디는 무대 밖으로 물러났습니다. 매니저를 맡은 개그맨 역시 그동안의 논란 탓인지 초반에 비해 조심하고 있는 모양새지요. 이제 나가수의 무게중심은 온전히 가수에게 더욱 집중되고 있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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