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속 가수들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더욱 화려해진 기교와 폭발하는 가창력으로 감동과 볼거리를 선사하고 있지요. 하지만 자꾸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가수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열띤 경쟁의 와중에, 오히려 힘을 빼고 원곡에 과도한 편집을 가하지 않는 노래로 잔잔한 무대를 펼친 이소라와 음악의 다양성을 시도한 박정현이 있었습니다. 비록 두번째 경연에서 각각 6,7위에 그치고 말았지만, 그녀들의 도전은, 나가수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중요한 의미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송창식의 '사랑이야'를 선곡받은 이소라는 첫 순서로 경연의 무대를 열었습니다. 그녀는 조용하고 나직하게 가사를 음미해가며 불렀지요. 큰 기교와 고음은 없었지만 이소라만의 독특한 음색이 잔잔한 분위기에 녹아들며 더없이 편안한 감성에 잠길 수 있었지요. 저렇게 노래를 쉽고 편안하게 부르면서도 여운을 남겨주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소라 스스로 밝히기를 '이번 무대는 힘을 많이 빼고 불렀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이나 친구들 앞에서 부르듯 말이지요. '점점 노래를 세게 하는 것에 스스로 귀가 지쳐가는 것 같았다'는 소회도 덧붙였습니다. 이소라의 무대를 지켜본 김범수는 저건 용기라며 감탄해 마지 않았는데요, 탈락이라는 어마어마한 부담감이 짓누르는 가운데 가수들은 더욱 기교과 고음에 몰두하게 되는 경향을 띄고 있습니다. 화려한 기교를 넣고, 현장에서 청중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폭발적인 가창력을 요소마다 배치하는, 그야말로 대중에 어필하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배치하여 활용하는 노력이 많이 보이고 있지요. 이런 가운데 이소라의 이번 선택은 김범수의 말처럼 용기가 필요했지요.
앞선 경연에서 1위를 차지했던 박정현 역시 두번째 경연에서는 노래하는 방식에 대해 남다른 고민을 했습니다. 하림을 편곡자로 섭외해서 이국적인 악기들을 넣은 색다른 편곡을 선보였지요.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는 그녀에게 매니저인 김태현은 박정현 특유의 내지르는 창법이 사라져선 안된다며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현 자신도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아일랜드풍의 락에 청중들이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을까 염려된다며 고민스러운 모습이었지요. 하지만, 그녀는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며 기어이 새로운 모습으로 무대에 섰습니다. 지금까지 늘 다양한 음악을 하고자 노력해왔고 이번 무대를 통해 '늘 이런 음악도 해왔습니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지요. 결국 박정현이 부른 '부활의 소나기'는 원곡과는 다른 분위기가 되었지요. 몽환적인 악기와 함께 서정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 했습니다. '왜 저런 노래를 해. 안어울리게...'라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박정현인데요, 그동안 나가수의 무대에서 보여줬듯, 박정현 특유의 화려한 바이브레이션이 들어간 창법만이 박정현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의 의미가 국한되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우려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그녀는 그동안과는 다른 모습이었고, 그만큼 나가수의 무대는 풍성하고 다양해질 수 있었지요.
어쨌든 이소라와 박정현은 순위에 대한 부담을 넘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스타일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6위와 7위가 되었지요. 하지만 도전에 진한 호의를 느끼게 됩니다. 이소라와 박정현도 서로에게 깊은 호의를 느꼈는데요, 마음속 1위를 묻자 박정현은 이소라를 꼽았습니다. '역시나 이소라'라며 추켜세우면서도 '차분하게 했다고 해서 인정을 못받을까 너무 걱정이 된다'고도 말했지요. 화려한 기교과 고음, 폭발하는 가창력을 선보인 것이 아니라 잔잔하고 차분하게 부른 것이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못할까 저어하는 모습이었지요. 박정현이 7위를 하자 이소라는 '개인적으론 박정현의 여태까지 무대 중 오늘 무대가 1등이다'며 미소를 건넸습니다. 이 순간 이 두사람겐 무언가 통하는 것이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소라와 박정현은 스스로의 무대에 만족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만큼은 원곡자 송창식님의 마음으로 부르고 싶었다는 이소라는, 원곡의 느낌에 충실하고자 했지요. 하지만 그녀의 잔잔한 감성은 여지없이 드러났습니다. '노래할 때 노래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소라의 말처럼 송창식의 노래에 들어가 이소라 자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박정현은 보여주고 싶은 음악을 선보이며 스스로의 음악적 기대에 부응하고자 했습니다. 하나의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에게나 관객들에게 새로울 수 있도록 노력했지요.
경연은 평가가 불가능했던 대단한 무대의 연속이었습니다. 풍성한 볼거리만큼이나 놀라운 가창력 대결이 펼쳐졌지요. 이런 무대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요하고 차분했던 박정현과 이소라의 무대를 두고, 매니저들간에는 오늘 이소라, 박정현이 나왔나 하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는데요, 순위보다는 스스로의 음악에 더욱 부합되고자 노력했던 그녀들의 시도가 저평가된다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러운 일입니다. 이번 경연을 앞두고 읽었던 스포일러의 일부분이 생각납니다. [ 이소라가 맨 첨에 노래했는데 무지 썰렁했다. 꼴찌할 것같다 ]
글쎄요. 소리지르는 것이 노래를 잘한다는 것의 척도일까요. 나가수는 노래 잘하는 순서를 매기는 걸까요. 우리는 너무 보여지는 것, 이목을 끄는 것에 휩쓸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강렬한 열창과 폭발하는 가창만을 한결같이 요구한다면 나가수는 가수 본인에게나 관중에게나 오래도록 사랑받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늘을 뒤덮는 강렬한 전율의 무대가 끝난 직후에는, 가슴 아리는 잔잔한 여운도 맛볼 수 있고, 익숙치 않은 이채로운 음악에의 초대도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무대가 있는 나가수이길 바라는 거지요. 이날 이소라와 박정현은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되었을 겁니다. 비록 순위는 낮았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큰 의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들의 도전은 계속 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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