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함께 볼 순 없다
요즘 옥주현의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 합류에 대한 후폭풍이 대단합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까지 번지면서 나가수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녀의 합류에 대중들의 반응이 부정적인 것은, 그녀가 아이돌 출신이라는 점과 그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것입니다. 또 신정수 피디가 아이돌의 출연을 염두해 두는 말을 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나가수와 아이돌이 자꾸 문제가 되고 있는 셈인데요, 오늘은 아이돌 가수의 나가수 참여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싶습니다.
나가수의 가장 큰 장점은 세대간 소통의 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대간의 단절이 극심한 요즘 세상에, 세대의 간극을 넘어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꺼리'가 생겼다는 거지요. 아빠와 아들이 관심거리를 공유하고, 회사의 부장님과 신입사원이 공감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며 장모님과 사위가 편안히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생겼습니다. 각자 자신의 세대끼리 형성된 문화의 틀에 갇혀있던 사람들이, 세대를 초월하여 함께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문화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될 것입니다. 나가수가 위대한 이유겠지요.
이런 점때문에 저는 아이돌의 나가수 참여에 부정적이지 않았습니다. 부모세대의 음악을 즐기는 것처럼 젊은 세대의 음악도 함께 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했던 거지요. 그런데 문제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거지요. 한가지를 얻고자 하면 다른 한가지를 놓칠 수 밖에 없습니다.
나가수는 이미 너무나 특별한 프로그램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의 메말랐던 감성을 일깨워주고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어 주는 위대한 무대가 펼쳐질 수 있었던 것은, 관록의 가수들이 극도의 긴장속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미 나가수 출신 가수라는 프리미엄은 대단한 긍지로 다가오고 있지요. 이는 숱한 기성가수들의 심장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승철은 나가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는데요, 순위를 매긴다는 것에 대한 강한 거부감 탓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승철은 입장이 변했음을 밝혔습니다. 섭외요청이 오면 'No라고 말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지요. 지금 나가수라는 프로그램은, 최고의 가수들이 가수인생을 걸고 도전하기에 충분한 궁극의 무대로 향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가수 속 가수들이 노래 하나로 세상에 감동을 선사하는 모습을 보며 순위를 매긴다는 곤혹스러운 시스템을 넘어설 수 있게 된거지요. 노래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이승철 역시 나가수의 존재에 충분한 자극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아이돌이 출연한다면 나가수의 정체성에 중요한 변화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시절을 풍미했던 가수, 또는 대중성은 없지만 오랜세월 음악의 길을 걸어온 가수가 아닌, 지금 한창 잘 나가는 아이돌이 자유롭게 나가수에 합류한다면 말입니다. 절정의 아이돌이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양한 예능에서부터 음악프로그램까지 숱한 프로그램들이 있지요. 나가수에도 이들이 출연한다면, 그 순간 나가수는 MBC 쇼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KBS 뮤직뱅크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될 수밖에 없는 거지요. 다른 채널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무대라면, 굳이 나가수여야 할 이유는 사라집니다. 단독콘서트를 열어도 잠실 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울수 있는, 이승철같은 가수가 굳이 출연하지 않고 있는 여하의 프로그램이 되어 버리겠지요. 그가 출연할 여지는 사라지게 됩니다.
김연우는 탈락을 받아들이면서 '모두가 존경스럽고 멋있었다'고 했습니다. 이들과의 경쟁이 즐거웠고, 탈락이 부끄럽지 않다고 했지요. 가수인생 십수년인 동료과의 시간은 영광의 추억이었습니다. 그래서 치열한 경쟁마저 최선의 노력으로 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돌과의 경쟁이 벌어진다면 상당히 다른 양상이 되겠지요. 가수가 평생의 경력을 걸고 임해야 할 자리에서 빗겨갈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돌의 음악인생은 이제 시작단계입니다. 아직은 음악을 통해 어떤 창조를 보여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겠지요. 임재범이 노래 한곡으로 살아온 인생을 보여줬듯 펼쳐 보여줄 것이 아직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기계적인 반복훈련의 성과를 보여줄 수 밖에 없을테고, 이는 이미 많은 경로로 충분히 접할 수가 있는거지요.
임재범은 나가수를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이돌의 출연은 순식간에 나가수를 평범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버릴겁니다. 더 이상 가수인생을 건 도전도 볼 수 없겠지요. 신정수 피디는 다양한 음악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댓가는 정체성의 위기일 것입니다. 아이돌을 얻으면 이승철을 잃게 되겠지요. 아이돌과 이승철을 나가수에서 함께 만나 볼 수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한번 무너진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되살리기는 쉽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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