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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위대한탄생, 2위 이태권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의 주인공은 백청강이었습니다. 생방송무대가 시작된 이후 왠만한 스타 못지 않은 팬 결집력을 보여준 백청강인데요, 득표수가 공개된 Top12에서 압도적 1위를 한 이후 꾸준히 최고의 인기를 누리더니 결국 최종 파이널까지 별 이변이나 반전없이 무난하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어려서부터 키워온 가수의 꿈을 기어이 현실로 이끌고 있는 그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하지만 1위에 가려진 또하나의 위대한 탄생, 이태권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태권은 예선부터 최종파이널라운드까지 큰 굴곡없이 자신의 기량을 펼쳐왔었지요. 여러 심사위원들로부터 가장 칭찬을 받아온 참가자이기도 합니다. 멘토스쿨 입성을 앞두고도 4명의 멘토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아 왔지요. 이후 생방송 무대에서는 리듬감 있는 팝송에서부터 감미로운 발라드까지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며 Top2까지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김윤아는, 이태권을 두고 가장 안정적인 무대를 보여주기에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21살의 어린 나이임에도 노래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와 아름다운 음색 그리고 안정적인 가창력까지...훌륭한 보컬리스트로서의 덕목을 고루 갖춘 모습이었지요.

최종라운드에서 자신이 진짜로 하고 싶었다며 이태권이 들고 나온 곡은 YB의 박하사탕이었습니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이 아니었지요. 위탄의 마지막 무대이니만큼 자신이 가장 하고 싶었던 곡을 선택한거지요. 밴드의 길을 가고 싶다는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인 셈입니다. 원곡자 윤도현은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음악에 진심으로 깊게 빠져야 한다며, 나는 진짜 록스타다라는 생각으로 부를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최종에서 이태권은 자신감있게 노래를 불러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왠지 처진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밴드와 함께 부르는 곡은 관중을 압도하는 열정과 파워풀한 무대매너가 두드러진 특징일진대, 이태권이 이날따라 유독 기운이 없는 모습이더군요. 최근 위탄의 참가자들을 가르친 보컬트레이너는, 이태권이 무대를 앞두고 상당히 긴장을 많이 한다는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사실 의외였습니다. 늘 표정 변화가 많지 않아 겉으로 보기엔 힘차보이고 굳세보이는 이태권이지만 그는 아직 스물한살 어린 청년입니다. 그래서 그의 긴장하는 모습은 오히려 신선했습니다. 그동안 가장 안정적인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노래 자체에 잠기곤 했던 이태권이었는데요, 이날만큼은 순진한 청년의 모습을 보여줬지요. 이러한 모습은 두번째 무대를 앞두고 보여진 영상에서도 나타났는데요, 김태원멘토가 자작곡을 선물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태권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노래를 김태원이 직접 기타연주와 함께 들려주자 이태권은 북받치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지요. 김태원조차 당황스러워할 정도로 말입니다. 생애 최초로 자신만의 노래를 갖게 된 것에, 더군다나 가장 존경하는 음악인으로 부터 받았다는 감격에, 이태권의 일관되던 무표정이 무너지고 말았지요. 이 뜨거운 감동을 표현하는 이태권의 말은 그저 담백했습니다. '좋아서...' 이말이 전부였지요. 아이마냥 우는 이태권의 모습이 정겹기도 하고, 보기에는 과묵하고 어른스럽지만 아직은 어리고 여린 청년이라는 것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두번째 무대를 펼쳐야할 이태권에게 무대상황은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백청강의 첫무대가 끝난 이후였기에, 장내는 백청강에 대한 뜨거운 팬심으로 가득차 있었지요. 이러한 백청강에 대한 열렬한 호응의 분위기는 최종 결과 발표때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발표의 순간조차 백청강을 연호하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을 정도였지요. 이태권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여러 공식 팬클럽들이 조직적으로 모여 통일된 응원도구로 적극적인 응원을 선보인 백청강측에 비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렇듯 크게 밀리는 응원을 지켜본 후에, 이태권은 두번째 무대에 서야 했습니다.

앞선 무대에서 평소같지 않게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이태권이었기에 두번째 무대가 걱정됐습니다.
불우한 빙상의 영웅 이규혁은, 지난 벵쿠버 올림픽 결승 당시의 처참했던 심경을 고백한 바 있는데요, 이미 1위에서 멀어져 금메달을 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달려야만 했던 현실이 너무 가슴아팠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빙상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의 심정이 이러할진데, 익숙치 않은 거대한 무대에, 그것도 상대측의 열광적인 응원을 지켜본 후에 서야 한다는 것은 스물한살 이태권에겐 벅찬 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거지요. 더구나 긴장감이 역력했던 첫무대와 그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본 직후였기에 개인적으로 이러한 걱정이 더했습니다. 그런데 이태권은 자신의 생애 최초의 노래를 무대에서 온전히 완성시켰습니다. 자신의 장점인 아름다운 음색엔 섬세한 감성이 실려, 노래 제목 그대로 아련한 '흑백사진'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노래를 마쳤을땐 어느새 특유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꿈같은 선물을 받았다며 김태원 멘토에게 거듭 감사인사를 했지만, 이때는 이미 예전과 같이 덤덤한 표정이었지요.

그리고 최종 우승자를 발표하는 순간, 이미 이태권은 우승에 대한 기대를 접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지난 슈퍼스타 k 2에서도 존박은 이미 허각의 우승을 예감하고 상당히 담담했었는데요, 이태권 역시 예감을 했었나봅니다.
그동안 탈락을 발표하는 순간마다 늘 무표정이었지만 이날은 좀 더 짙은 무표정이었다고나 할까요. 또 이태권 아버지의 표정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발표 직전이나 발표 직후에나 편안한 미소는 전혀 변하지가 않더군요. 한결같은 표정은 가풍일지도 모를일입니다. 2위를 한 이태권에겐 소감을 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제 새로운 시작을 맡게 된 이태권에게도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제 스물한살 이태권에겐 더 많은 기회와 더 많은 영광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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