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나는가수다의 발목을 잡는 신정수PD의 신념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옥주현의 1등을 놓고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그녀의 노래 자체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에서부터, 경연 순서에 대한 룰 변경과 제작진의 편집에 조작이 있었다는 지적까지 다양한 비판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무대에 대한 청중의 반응을 조작했다는 부분은, 명확한 증거까지 제시되며 제작진의 신뢰에 치명타를 남기고 있습니다. BMK의 노래를 감동적으로 바라보던 청중의 얼굴이 옥주현의 무대에서도 재활용됐다는 지적인데요, 일부 예능 관계자는, 예능에서는 이러한 청중 리액션의 활용은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해명하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달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보입니다. 이러는 와중에 시청률도 다소 꺾이고 있지요. 많은 분들이 나가수에 실망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워낙에 뜨거운 관심과 사랑을 받은 프로그램인만큼 실망과 피로현상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지요.


가수들도 힘들긴 마찬가지입니다. 대부분이 감기몸살이나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요. 다들 상태가 안좋아서 컨디션 나쁘다는 말도 못하겠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습니다. 오죽하면 무대에서 제대로 불러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이소라의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가수도 힘들고, 이를 지켜보는 대중들도 힘들고, 뜨거운 사랑웠던 사랑도 조금은 지쳐가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방송된 나가수는 지난 23일에 녹화된 것입니다. 당초 일정은 16일이었으나 23일로 연기된 것이지요. 덕분에 많은 가수들의 일정이 꼬여버렸습니다. 특히 곤란해진 가수가 박정현입니다. 이번 경연의 전날까지 5일간 콘서트를 열었다는 그녀는 녹화 당일 아예 목소리가 안나올 정도였지요. 문제는 이러한 피로현상이 일회성이 아니라는 겁니다. 다음 경연 역시 부산 콘서트 직후에 녹화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여러 다른 의견과 의구심도 있지만 어쨌든 이번 녹화 연기의 공식적인 이유는, 스포일러에 대한 대처입니다. 녹화 후 방송까지의 기간을 좀 더 줄여보자는 제작진의 의지라고 하는데요,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다른 가수들의 일정도 뒤집을 만큼 강력한 의지인 셈이지요.


오래전부터 스포일러를 방지하기 위해 생방송으로 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신정수 피디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생방송을 하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단언컨대 생방송을 하게 되면 감동의 깊이가 반으로 줄어들 것이다' '나가수의 가장 큰 장점은 노래 앞뒤로 가수들의 속마음을 들어볼 수 있는 인터뷰가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 인터뷰를 통해 더 큰 감동과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생방송을 하게 되면 그런 것이 없어진다"
신정수 피디는 나가수와 관련해 확고한 념이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최고의 감동은 잘 편집해서 보여 줄 때 가능하다는 신념 말입니다. 김건모의 손이 떨리면 자막으로 손이 떨리고 있다고 설명을 해줘야 하고, 임재범의 깊은 고독과 울분의 무대에 앞서선 가족사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감동이 커진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 다시 말해, 신피디는 음악이 주는 감동을 가수들에게 온전히 맡기지 않고, 이것저것 작위를 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청중들의 반응을 삽입해주고, 인터뷰를 배치하고, 전문가의 평론을 덧붙이고, 새로 투입될 가수들이 기존가수와의 경쟁과에서 밀릴까 고민하고.. 그래서 무대의 순서를 정하는 룰을 변경하고 편집분량을 배려하는 등, 자신의 신념에 의거해 감동 극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그 감동이란 결국 가수들로부터 나와야 하는데요, 제작진의 의도와 편집에 의해 한번 걸러지고 있는 셈입니다.


결국 이번에 벌어지고 있는 옥주현 논란 역시 제작진이 나가수에 가한 이러한 작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나가수는 앞서 말한대로 몸살을 앓고 있지요.

저는 임재범의 무대 그 자체에 열광하고 싶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임재범 역시 무대 자체로 말하고 싶었을 겁니다. 자신의 무대가 주는 감동이, 자신의 가족사와 생활고에 대한 동정론에 의지하는 것이라면 이것이야 말로 가수와 음악에 대한 모독이겠지요. 나는가수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가수들에게 주어준 프로그램에선, 감동은 전적으로 가수에게 맡겼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이나 인터뷰, 각종 룰변경.. 이런 것들이 감동을 배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가수의 발목을 잡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편집되지 않은, 온전히 무대로서의 감동을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