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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공주의남자, 스타가 없어도 몰입도 최고

 



정통사극과 로맨스의 준수한 만남, 첫회를 본 후의 소감입니다.
처음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일컬어지는 핏빛 로맨스라는 홍보문구가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상징적인 문구가, 원수가문의 사랑이야기라는 진부함을 대변해주는 듯도 싶었지요. 게다가 이 드라마에는 캐스팅만으로도 화제를 몰고오는 톱스타가 포진된 드라마도 아닙니다. 최근 안방극장에, 성유리(로맨스타운), 이민호(시티헌터), 공효진-차승원(최고의 사랑) 등 연기력이든 이름값이든 그 출연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가 꾸준히 등장했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지요. 박시후의 경우, 통속극에서 인상적인 호연을 펼치며 장년층에서 큰 인기를 얻어왔으나, 젊은층까지 두루 어필하는 트렌디한 스타는 아니었지요. 문채원이나 홍수현의 중량감도 크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그래서인지 드라마를 시청하는 초반엔 몰입이 다소 떨어지는 듯도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듯 생동감있는 정통사극과 로맨스로 확 빠져들게 하는 매력을 느꼈습니다.

드라마의 첫 시작은, 계유정란의 비극에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역사에서 양립할 수 없었던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대립 끝에 결국 김종서는 죽임을 당하고, 아버지의 죽음과 친구의 배신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했던 김승유, 그의 절망어린 눈빛 속에서 지난 세월의 인연들이 투영되지요. 이제 드라마는 1년전으로 돌아가 김종서의 아들 김승유(박시후 분), 수양대군의 딸 이세령(문채원 분)의 첫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준수한 용모에 학식을 갖추었으나 난봉꾼 기질이 있는 귀공자 김승유와 선머슴같은 당당함과 자유분방함을 지닌 이세령 그리고 도도하기 이를 때 없는 경혜공주(홍수현)의 이야기가 펼쳐졌지요.

오늘날로 말하면 냉정한 차도녀인 경혜공주의 유일한 벗은, 사촌 이세령이지요. 공주는 까탈스럽지만, 이세령이 자신의 물건을 마구 만져도 개의치 않을만큼 유독 세령과는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지요. 고루한 글공부가 지겨웠던 공주는 수차례 스승들을 농락시켜 달아나게 만들었는데요, 새로운 스승으로 김승유가 선정됩니다. 마침 자신과 김승유와의 혼담이 오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세령은 그를 먼저 만나보고 싶어 공주 대신 수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운명적인 사랑을 나눌 남자 김승유에 대한 이세령의 첫인상은, 한량이자 무례한 사내였습니다. 목덜미에 빨간 키스마크를 선명히 간직한채 방자하게 발을 걷어들고 훈시를 했지요. 이러한 떨떠름한 만남이기에 오히려 운명적 만남답게 느껴지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있더군요.


김승유 입장에서는, 자존심 강한 귀공자답게, 자신의 미모를 무기로 스승을 놀리는 경혜공주에게 당당하고자 한거지요. 이때 자신의 경망함을 차분하게 타박하는 경혜공주(실은 이세령)의 얼굴은 김승우의 뇌리에 똑똑히 박히게 됩니다.
말타기를 갈망하는 왕가의 규수, 이세령. 그녀가 말타기를 소원하는 이유는 '그냥 하고 싶기때문입니다' 실존주의적인 성찰마저 엿보이는 매력적인 아가씨지요. 어느날 기어이 말을 타는데 성공하여 거리에 나서는데요, 실수로 말이 폭주를 하고 맙니다. 이때 그녀를 공주로 오해하고 있는 김승유가 이 광경을 보고 추격에 나서게 되고, 간만의 차로 그녀를 위기에서 구하게 됩니다. 이제 이들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지요.


개인적으로 이날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경혜공주(홍수현)였는데요, 까칠하고 차가운 공주로서의 포스가 느껴지는 풍모와 말투가 돋보였지요. 마음 여린 친동생(훗날 단종)을 짐짓 차갑게 꾸짖으면서도 친동생의 미래를 걱정하는 복잡한 눈빛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수양대군역의 김영철과 김종서역의 이순재가 보여주는 강렬한 정통사극의 분위기와 젊은 배우들이 펼치는 발랄한 로맨스의 분위기를 어떻게 잘 조화시킬지가 관건이겠지요.


배신과 탐욕 증오로 얼룩진 권력의 중심에서 비극적 사랑을 나눌 이들는 첫회에서 저마다의 캐릭터를 적절히 보여주는 연출로 시청자의 시선을 잡아 끄는데 성공한 듯합니다.
드라마에 몰입되다보니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관심과 흥미까지 자아내고 있습니다.
왜 병약한 문종은 수양대군의 야심을 알면서도 두려워하기만 할뿐,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는지, 왜 위대한 세종대왕(문종과 수양대군의 아버지)은 아버지 태종과 달리 세습구도를 확실하게 교통정리하지 못한채 왕위를 물려줬는지 등등 .. 벌써부터 역사책을 들춰 보고 싶어지게 하는 드라마입니다.
비록 막강한 스타들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는 아니지만, 드라마가 끝날 때쯤이면, 주연들은 스타가 되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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