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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공주의남자 박시후, 사극과 로맨스를 교차하는 매력





계유정란으로 시작된 이야기 답게 지난 1회는 정통사극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였었습니다. 특히 김종서와 수양대군의 대결구도가 주는 긴장감이 인상적이었지요. 하지만, 두 젊은 주인공 승유(박시후 분)와 세령(문채원 분)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이어지면서 사뭇 경쾌하고도 발랄한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왕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결하는 긴장감을 상쇄시켜주는 상큼한 로맨스말입니다. 적당한 사극의 긴장감과 적당한 로맨스의 여운이 적절히 분위기를 나눠가지는 느낌이지요. 이렇듯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전개에서 특히 주목되는 인물은, 김종서의 아들이자, 공주의 직강을 맡고 있는 김승유역의 박시후입니다.

공주를 가장하고 공주의 공부방에서 처음 만나게 된 세령(수양대군의 딸)과 승유의 인연은 서로에게 좋지 못한 첫인상으로 시작했지요. 고리타분한 난봉꾼과 철없는 공주로서 말입니다. 하지만 두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티격태격 다투면서 서서히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승유가 벼랑으로 치닫는 말에서 세령을 구해주면서 이들의 인연은 남달라집니다. 여전히 세령을 공주로 알고 있는 승유는, 그녀를 기방으로 안내합니다. 말을 타다 찢어진 옷으로 입궐시킬 수는 없었기에 옷을 빌린다는 이유였지요. 공주의 신분으로 함부로 출궁을 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말을 타고 싶어 하는 독특한 개성의 공주가 신기했던 김승유는 시종일관 티격태격 말장난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아픈 발목을 드러낸 채 잠이 든 세령을 바라보다 상처에 약을 발라주기도, 갑자기 사라진 공주의 안위를 걱정해 다시 궁으로 돌아가 안부를 묻기도 합니다. 삼종지도를 중시하는 사대부로서, 재기발랄한 세령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듯 행동하지만, 내심 속으로는 그녀를 위해주는 로맨스의 마음이 깃들고 있는 거지요.

'그리도 무서운 말을 왜 타려고 하십니까'라고 묻는 김승유의 질문에 세령은 생기를 띈 얼굴로 대답했었습니다. 탁 트인 곳에서 말을 달리면 정말 속이 다 후련해지느냐며 말이지요. 혼인을 하면 바깥출입조차 맘놓고 할 수없는 여인네로서의 삶에서 그 답답함을 견딜만한 기억하나쯤은 갖고자 하는 세령의 말이 자꾸한 승유의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소용돌이는 이들의 로맨스를 흔들어 놓습니다. 문종은 편전에서 공주의 사위로 승유를 내정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수양대군은 일단'뜻을 따르겠다'며 혼인의 주관을 맡겠다고 나섭니다. 수양대군은 절차에 따라 공주의 부마후보들을 모집하는 한편, 승유에 대한 암살을 결심하지요. 한편 승유가 자신의 부마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들은 경혜공주는, 승유와 세령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게 됩니다. 더 이상 경혜공주와 세령은 절친한 사촌지간으로 남을 수 없는 운명을 예고하지요.
승유 역시 아버지 김종서로부터, 자신이 공주의 부마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요, 이 소식을 접한 승유의 얼굴엔 미소가 번집니다. 여전히 그는 세령이 공주라고 생각하고 있지요.

또 다시 우연히 기방 앞에서 만난 세령과 승유, 왜 자꾸 출궁을 하냐 딴지를 거는 승유에게 세령은 다소곳이 이제 말을 타지 않겠노라며, 전에 없이 다소곳이 말합니다. 그 모습이 승유의 마음을 흔들어놓습니다. 이제 혼인을 하면 바깥출입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그녀를 위해 마지막 나들이를 멋지게 꾸며주기로 결심하지요. 두 사람은 함께 말에 올라 행복한 질주를 하는데요, 이때 수양대군이 보낸 암살자의 추격이 시작됩니다. 결국 승유는 화살을 맞고 죽음의 위기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극중 박시후의 존재감이 인상적입니다. 세령 앞에서는 티격태격 현대극의 로맨틱 가이가 되었다가도, 김종서와 수양대군 앞에서는 근엄한 사극의 선비가 되어 있지요.
세령의 핀잔에 '죄송~'이라 반응하는 얼굴에는 사극의 긴장을 깨는 코믹코드가 있었습니다. 고상한 옷을 달라는 세령에겐 '고~상? 척하니 맨발을 드러내놓고 잠에 빠진 여인의 입에서 나올말은 아닌듯 싶사옵니다' 말하는 박시후의 억양에는 세령에 대한 호감과 심술이 적절히 묻어나는 유쾌함이 있었지요. 또 종학을 앞두고 공주의 공부방으로 향하며, 승유는 세령과의 최근 인연을 떠올린 채 흐뭇한 미소에 젖어듭니다. 이렇듯 세령 앞에선 로맨스의 코드가 자연스레 표출되는 박시후인데요, 하지만 사극의 주역 앞에선 더불어 사극의 주역이 됩니다. '공주가 철이 없다'는 풍문이 사실이냐 묻는 아버지 김종서 앞에선 예의바르고 사려깊은 청년이 되어 있습니다. '공주께선 총명하고 생기가 넘치는 분이십니다' 답하는 박시후의 대사톤은 정통사극에 닿아 있었지요. 또한 대궐에서 수양대군과 처음 조우하게 된 승유는, 묵직한 톤으로 묻는 김영철의 대사를 젋은 선비로서 받아내지요.

이렇듯 박시후는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진지함과 발랄함을 오가는 매력이 돋보입니다. 세령과 입씨름을 할 때에는 현대극의 발랄함을 보여주지만, 아버지 김종서와 수양대군을 만났을 때는 온화하면서도 진중한 선비로서의 매력을 뽐냅니다. 김종서에게는 공주의 직강을 맡을 정도로 학식과 덕망을 갖춘 듬직한 아들이고, 수양대군에게는 첫 인상으로도 강직한 풍모를 주는 매력적인 청년이었습니다.
세령과 함께 있을 땐 편안한 로맨틱 코미디물 보여주더니, 김종서와 수양대군앞에서는 정통사극의 분위기를 담아내지요. 바로 정통사극과 로맨스의 접점이 되어주고 있는 셈입니다.

일부에서는 공주의 남자가 정통사극을 추구하지 않는점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김승유와 이세령의 캐릭터는 정통사극의 범위를 넘어서 버린 느낌입니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퓨전 사극만은 아니지요. 바로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편안하게 몰입해 즐길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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