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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스파이명월, 한예슬이 돌아올 자리는 있을까

 



한창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드라마의 주연 여배우가 잠적하는 사상 초유의 일로 인터넷이 뜨겁습니다. 무책임한 한예슬의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석연치 않은 정황도 있는 바, 일단 이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드라마 '스파이 명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1회부터 꾸준히, 게다가 재방송까지 계속 챙겨본 애청자로서 드라마 스파이명월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한예슬 화보영상'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이 드라마는 스토리를 따라가려고 하면 견디기가 힘든 작품입니다. 도무지 개연성과 스토리 연결이 너무 엉성하지요. 상부의 명령없이 단독으로 남한에 잠입한 간첩, 미모의 경호원 한명월이 남자 한류스타 강우(에릭 분)와 한 집에서 단둘이 살아야 하는 이유도 설득력이 없었고, 한명월이 경호원직을 그만 두자 그녀에게 연기를 가르쳐주겠다며 또 다시 단둘이 살게 하는 설정도 어색하며, 사합서라고 불리는 신비의 책을 주회장(이덕화 분)에게서 훔친 최류(이진욱 분)는, 이 훔친 책을 다시 주회장에서 돌려주자, 주회장은 진품을 돌려줬다며 그를 신임하기까지 하지요. '이번엔 그냥 넘어간다'는 말은 왜 또 그리 자주 나오는지요. 개연성과 스토리의 엉성함을 나열하자면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스파이명월을 꾸준히 볼 수 있었던 이유는, 강렬하고 아기자기한 장면들이 꾸준히 등장하며 볼거리를 준다는 점입니다.

거기서 왜 그 장면이 나와야 하는지, 그 이유를 따지지만 않는다면 재밌는 콩트와 로맨스의 연속을 즐길 수 있게 되지요. 더구나 극강의 미모를 발하는 한예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가 중반이 지나도록, 매회 어김없이 한예슬은 수십벌의 옷으로 스타일링을 하곤 합니다. 거의 예외가 없지요. 말 그대로 화보 영상의 연속입니다. 다양한 옷차림, 다양한 표정, 다양한 콘셉트로 한없이 매력발산을 해버리지요. 그렇게 차려있고, 와이어를 타고 산을 타고, 바닥을 뒹글고, 봉술 시범을 보이고, 주먹을 날리고, 울다가 웃다가, 총맞고 죽는 엑스트라 역까지 별별 영상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한류스타를 포섭하여 결혼해서 자진월북시키기 위한 한명월의 활약은 계속됐지요.

이틀전, 드라마 촬영이 난항을 겪으면서 그동안의 스토리를 엮은 스페셜을 방영했었는데요, 스페셜을 본 개인적인 소감은, 한예슬이 이쁘게 나온 장면이 거의 편집되어 버렸다는 점입니다. 무도회장에서 좌중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등장해서 강우와 춤을 추는 장면, 지리산에 강우와 단둘이 고립됐다가 아침에 환한 얼굴로 함께 노니는 장면 등은, 한명월이 강우에게 점차 마음이 흔들리는 대목이자 한예슬의 매력이 한껏 발산됐던 장면인데요, 이런 부분은 전혀 나오지 않고, 스페셜의 절반을 개연성없는 1회~2회 내용에 집중시켜 버렸습니다. 한예슬이 죽고 사라지는 것으로 이후 이야기의 가닥을 잡았거나, 대역을 출연시키기 위해 한예슬의 존재감을 줄이고자 하는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편집하는 사람이, 한예슬의 이쁜 영상을 일부러 배제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마저 품게 하는 대목이지요.


그래서 어제 한예슬의 빈자리를 어떻게 구성할지 궁금해지더군요.
예전 결혼을 목적으로 접근한 것이 발각된 한명월에게 강우는, '네가 톱스타가 된다면 또 모르겠다'며 여운을 남겼었는데요, 이번 회에서, 드라마 속 드라마를 통해 초절정 연기를 선보인 한명월은 주목받는 스타로 거듭납니다. 그리고 그 초절정 연기에서 원래 대사를 무시하고 애드리브로 날린 한명월의 진심어린 고백은 강우를 흔들어 놓습니다. 하지만 강우는 한명월에게 갈 수 없었습니다. 연예계의 큰손 주회장의 존재 때문입니다. 그동안 주회장은 강우가 감히 자신의 손녀딸 주인아(장희진 분)와 가까워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별볼일 없는 녀석을 스타로 만들어줬더니 감히 넘볼 수 없는 것을 넘본다며 강우를 혐오했었지요, 그런데 이번 회에서는 뜬금없이 자신의 손녀딸을 떠나려 하는 강우를 억압합니다. 한명월에게 가면, 명월을 연예계에서 매장시키겠다고 협박하지요. 또 강우의 학력위조 사실도 폭로하겠다고 합니다. 스파이명월의 애청자라면 이러한 자유로운 캐릭터 변신에 그려러니 합니다. 익숙하지요. 어쨌든 그래서 강우는 주인아의 연인으로 남음으로써 한명월의 앞길을 지켜주려합니다. 하지만 주인아 옆에서 한명월을 핍박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현실에 절망하지요.


결국 자신의 헐리우드 진출이 결정될 자신의 콘서트를 앞두고 충격고백을 합니다. '자신의 학력은 위조됐고, 주인아와의 연인도 거짓이라고..' 그리고 한명월에게 공개적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 한편 한명월은 '조국과 인민을 배신한 죄값은 꼭 받겠습니다'라는 메모를 남긴 채 사라지지요.

대본은 자판기가 아닙니다. 대역 배우를 쓰기로 했다가, 여주인공 없이 가기로 했다가, 다시 한예슬을 복귀시킬수도 있다는 사정에 따라 대본을 편의적으로 짜맞추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요.

한명월 앞에서 냉담하게 주인아의 연인행세를 하던 강우가 괴로워하다 결국 사랑고백으로 이어지는 대목은 감정선의 변화에 있어 다소 부족한 감은 있지만, 주연 배우가 없는 상황에서 나름 성의있게 스토리를 풀어갔습니다. 한명월의 오피스텔 앞에서 머리만 살짝 내밀었던 것은, 한예슬의 대역이 아니였을까 싶더군요. 그만큼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어쨌든 이번 편을 통해 드라마 속 한명월의 존재는 더욱 각인이 되었지요. 하지만 한명월의 실종은, 앞으로의 유동적인 캐스팅 상황을 염두해 둔 고육지책일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제작진은, 배우 한예슬이 돌아올 빈자리를 남겨둔 셈입니다.

이미 한예슬은 귀국 및 드라마 복귀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어제 오후 스태프 28명이 한예슬의 불성실한 자세를 성토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예슬과 PD사이의 불화는 없었고, 오직 한예슬의 태도에만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지요. 한예슬 왕따설을 의심케 할 정도입니다. 복귀를 앞두고 이러한 성명이 나온 것이 좀 의아합니다. 양측의 입장이 이러하다면 설사 촬영장에 한예슬이 돌아오더라도, 온전히 함께 촬영에 임할 수 있을까 우려가 앞섭니다. 이들은 다시 만나서 진지하게 감정에 몰입하며 연기하고 더불어 제작에 임할 수 있을까요...

한예슬은 일방적인 행동을 했고, 드라마제작진측은 일방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드라마속 구성은 한예슬의 돌아올 자리를 준비해뒀지만, 드라마 밖 상황은 한예슬의 돌아올 자리가 녹록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여담이지만, 줄곧 시청률이 지지부진했던 스파이명월은, 주연배우의 촬영거부라는 초유의 사태로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제성이 시청률마저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렇다면 드라마 프로모션의 신기원을 이룩할수도 있을텐데요, 모를 일입니다. 요즘 스파이명월은 유래가 없던 사태를 자꾸만 야기하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