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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윤도현, 꼴찌보다 아픈 모욕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의 편집에 대한 논란이 뜨겁습니다. 방송초반부터 편집에 대한 지적은 계속돼 왔었는데요, 첫방송에선 노래중간중간 개그맨의 리액션등이 삽입되면서 노래에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지적을 받았었고, 일전에는 특정 가수의 무대에 대한 관객반응 화면을 전혀 다른 가수의 반응으로 재활용하면서 신뢰성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작진의 편집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기만 합니다. 한창 스포일러가 문제되던 시기에도 생방송만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기도 했었는데요, 바로 '감동을 배가시키는' 편집은 필수라는 것이 제작진의 신념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러한 편집에 대해 출연가수조차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방송직후 김윤아와 윤도현은 각기 자신의 트위터에 방송편집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는데요, 특히 윤도현의 트윗은 상당히 직접적이었습니다. '편집이 오늘 많이 심하네 음악의 본질을 다 잘라먹음'라며 평소 겸손하기로 유명한 윤도현답지 않게, 자신의 불편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윤도현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이 모욕을 당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YB의 예전 이름은 '윤도현밴드'였습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룹 이름에 윤도현을 내세웠을때, 이는 보컬 한 사람에게 치중하게 합니다. 밴드와 더불어 음악을 추구한다기 보다 한명의 스타보컬만 남게 되지요. 그래서 윤도현이란 이름을 숨기고 YB가 되었습니다. 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윤도현이지만, 그는 다른 멤버들과 동등한 밴드의 한 일원임을 늘 강조합니다. 윤도현은 개인활동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조차 멤버들과 공동분배하기로 유명하지요. 처음 나가수엔 윤도현으로서 섭외되었지만, 그는 자신을 윤도현이 아닌 YB로 대해 주길 바랬습니다. 솔로가수 이소라는 자신을 '가수 이소라'라고 소개했지만, 윤도현은 'YB의 노래하는 윤도현'이라고 소개하지요. YB에는 윤도현의 목소리 만큼이나 기타와 드럼, 베이스가 온전히 함께 음악을 완성한다는 의미입니다. YB는 가창만 주목받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YB 연주와 어우러진 무대 자체에 관객이 몰입하길 바라는 것이겠지요.

바로 그렇기때문에, 이날 경연의 편집은, YB가 추구해온 음악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YB의 윤도현이 노래하는 부분만 전파를 탔을 뿐, 밴드의 연주부분은 상당부분 잘려나갔기 때문이지요. 윤도현은 이번 무대를 앞두고 '멤버들과 더불어 즐겁게 해보고 싶어 마련한 무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대 배치도 멤버들이 둘러 앉아 서로 얼굴을 보며 공유할 수 있도록 배치했지요. 늘 무대 뒷편에 있던 드럼도 전면으로 나왔습니다. 멤버 모두 마이크를 두고 함께 노래부르는 부분을 곁들이기도 했지요. 명예졸업제도에 따라, 이제 나가수 무대를 떠나기에 앞서, 자신만이 주목받는 무대가 아닌 멤버 모두가 주인이 되는 무대를 준비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이들 밴드의 소통과 공감은 증발해버렸습니다. 노래 중간 부분 1분20초가량 되는 긴 시간의 연주부분은 전혀 방송을 타지 않았지요. 그 중에는 윤도현의 통기타연주도 있었는데요, 방송에서는 기타를 메고 있는 모습만 비춰졌을 뿐입니다. 당초 방송을 볼때는 왜 기타만 둘러메고 연주는 하지 않았나 의아했었는데요, 무편집 영상을 보니 30초이상 윤도현의 기타독주가 있더군요. 중간과 마지막에 드럼 김진원의 신들린듯한 연주 역시 거의 전파를 타지 못했습니다. 멤버들과의 연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음악으로 교제를 나누는 장면을 본 방송에선 통 느낄 수가 없었지요. 자신의 정체성인 밴드의 끈끈한 음악적 교감과 유대를 보여주고자 했던 YB로서는 이러한 방송편집에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겠지요.

근래들어 윤도현은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했습니다. 언젠가 무대에서 경연을 의식한 나머지 너무 긴장했던 것이 못내 아쉬웠다는 윤도현은 노래 자체를 즐길수 있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다지곤 합니다. 이날 순위를 앞두고도 7위로 호명될 경우를 대비한 리허설까지 보여줬었지요. 그에게 꼴찌는 더이상 부끄러운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나가수의 방송편집은 그에게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더해줍니다. '음악의 본질을 잘아 먹었다'는 그의 트윗은, 단지 자신의 무대에 가해진 편집에만 국한하는 단발적인 문제는 아닐겁니다.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이러한 편집방향에 대한 우려를 포괄하는 것이겠지요. 나가수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우려도 깊을 수 밖에 없습니다.

나가수의 음악감독 정지찬에게, 한 트위터리언이 음악을 위한 편집이 아닌 예능을 위한 편집에 대해 우려를 표하자, 정지찬 역시 '저도 안타까운 부분입니다'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편집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나가수의 김유곤피디는 '가수들의 노래를 불가피하게 편집하는 것은 무대를 망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무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타 예능프로그램이 편집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음악을 그대로 내보냈을 때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그것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분명 나가수는 음악프로그램인 동시에 예능이기도 합니다.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해야 겠지요. 그래서 온전히 음악프로그램으로서의 나가수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방송이후 공개되는 무편집영상을 통해 그 허전함과 아쉬움을 달래기도 합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시청자뿐아니라 출연가수와 음악감독까지 우려를 표하는 상황이라면 제작진으로서도 분명 재고의 여지가 있습니다. 시청자의 감동을 자신의 편집으로 배가시킬 수 있다는, 즉  사람들의 감정을 편집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이 굳어지다보면 결국 조작방송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나가수는 전문 음악감독을 기용하고 고가의 음악설비를 마련했으며 가수들의 다양한 세션 요구에도 성실히 응하고 있습니다. 한때 경연을 앞두고 TV를 음향모드로 바꾸라는 자막까지 띄우기도 했었지요. 모두 음악의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과 고민이겠지요. 그런데 정작 그렇게 노력해서 탄생시킨 무대를 작위적인 편집으로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스럽습니다. 윤도현이 말한 '음악의 본질'이 나가수의 무대 뒤편에서 통곡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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