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2011.09.21 07:00



               시트콤스런 연기 돋보여

많은 관심과 기대속에서 시작된 하이킥3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역시나 하이킥이라는 평에서부터 너무 산만하다는 평까지 다양하지요. 하지만 2회까지 방영된 현재, 시트콤 답지 않게 무거운 주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회에서는 시작부터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듯 현대사의 흐름을 보여주더니, 주인공 안내상이 친구의 배신으로 빚쟁이에게 쫓기게 되는 '가문의 몰락'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어제 2회에서는 가족을 길거리로 내몰게 한 가장의 가슴 찢어지는 비탄과 88만원세대의 고단한 현실, 교권이 무너진 교실풍경을 보여주는 장면이 이어졌지요.

돌아보면 하이킥 시리즈는 마냥 웃기만 했던 장면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때론 삶의 지혜가 담긴 명대사나 인간 내면의 고독한 심리를 표현해주기도 했었는데요, 단순 코믹물에 더불어 탄탄한 드라마가 있었기에 대박시리즈가 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붕킥의 결말은, 여주인공의 사망사고라는 쌩뚱맞은 결론으로, 시트콤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충격과 황당함을 주기도 했었지만 말입니다.


이날도 시트콤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사업이 망하고 식솔들이 힘겨워하자 가장, 안내상은 바다로 뛰어들어가지요. 절망 속에 자살을 시도하는 아버지, 이를 뜯어말리는 아내와 아들 - 안내상, 오윤선, 이종석은 마치 정극의 연기를 펼치듯 절규와 고통을 표현했습니다. 이들의 연기경력이 정통 정극연기다 보니 그 연기력은 탄탄했지만 그렇기에 시트콤과는 괴리가 생겨버렸지요. 고단함 속에서 잠든 가족들을 바라보며 떨구는 가장의 눈물. 이를 연기하는 안내상의 얼굴엔 시트콤답지 않은 깊은 고독이 담겨 있습니다. 슬픈 배경음악이 더욱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했지요.

88만원세대를 대변하는 청년백수 백진희의 현실 역시 처참했습니다. 학자금 대출잔액은 3천만원이 넘는데 은행잔고는 220원, 밀린 방값을 내지 못해 당장 고시원에서 방을 빼줘야 할 상황이지요. 좁다란 고시방에서 숨소리 죽여가며 통화해야하고, 고시원 냉장고의 반찬을 훔쳐먹었다 안먹었다 다투는 현실, 모처럼 선배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익지도 않은 고기를 꾸역꾸역 먹으며 밝히는 청년실업의 어두운 현주소는 서글펐습니다. 토익900점, 공모전 입상, 컴퓨터자격증 3개.. 하지만 서류전형 200회, 면접 50회 낙방의 현실은 엄존하지요. 술 취해 홀로 불꺼진 방으로 돌아온 그녀의 모습은 슬픈 배경 음악에 젖어, 무겁고 진중한 사회고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백진희의 시트콤 연기가 빛을 발했지요. 그녀의 맹한 표정은 진지함보다는 허당스러운 귀여움이 돋보입니다.

고통스런 현실에 괴로울지언정, 고통에 압도된 우울함 대신 그 고통을 비껴가는 어리버리한 생동감이 있었지요.
덕분에 처절한 청년실업의 현실은 귀여운 술주정이 될 수 있었고, 냉장고 속 다른 고시생의 음식을 먹다가 CCTV 탓에 발각되는 순간조차 횡성수설 항변하면서 비참함보다는 시트콤스러운 발랄함을 풍길 수가 있었지요. 너무도 가혹한 현실은 그녀의 맹한 눈빛 속에서 시트콤에 적합한 아픔으로 절제될 수 있었던 셈입니다.



학생에게 체벌했다가 학부모 항의로 곤혹을 치른 윤지석(서지석 분)은 해당학생을 찾아가 스스로에게 똑같은 체벌을 구현하는데요, 그리곤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자조합니다. 하지만 서지석의 연기에는 딱 시트콤 같은 가벼움만 있었지요.

진중한 안내상, 가벼운 서지석, 그 중간에 너무 가볍지도 절대 무겁지도 않은 백진희의 맹한 눈빛이 있습니다. 그 맹한 눈빛 덕분에 시트콤이 무겁거나 유치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그녀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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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비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