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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나는가수다 김경호, 왜 샤우팅을 폭발시키지 않았나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에서 꾸준히 섭외 1순위로 꼽혀오던 김경호가 드디어 출연했습니다. 그의 출연을 손꼽아 기다려온 만큼 관심과 기대가 한껏 고조된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첫 출연가수가 경연 순서 7번을 부여받은 이래, 첫출연 + 경연순서7번 = 1위라는 통설이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김경호는 첫출연에서 4위에 머물고 말았습니다. 그의 무대를 두고 자문위원 김태훈은, 김경호라는 가수가 나가수에 왔구나 하는 존재감 표출에만 그친 게 아니냐는 평을 남기기도 했지요. 확실히 김경호의 이날 무대는, 전성기때 그가 보여줬던 폭발적인 샤우팅이 두드러지지 않았습니다. 4 옥타브를 넘나드는 그의 송곳같은 샤우팅은 여전히 추억으로 남겨졌지요. 왜 김경호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샤우팅 창법을 폭발시키지 않았을까요..

출연소감을 밝히는 인터뷰에서 김경호는 무척 솔직했습니다. 이 순간을 너무나 기다려왔다는 김경호, 자신도 이 무대에 서 보길 갈망해왔다던 그는 YB처럼 청중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며 나가수에 입성했습니다. 그토록 기다리고 갈망해왔던 순간이기에 긴장과 설레임도 컸던 걸까요, 대기실에서 다른 가수들의 무대를 지켜보는 김경호의 표정은 너무도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다들 왜 이렇게 잘하냐며 차라리 중간에 넣어주시지라는 김경호의 말은 그냥 너스레가 아님을 그의 표정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라이브 공연만 800회이상 해온 베테랑답지 않게 몹시 힘겨워보이는 모습이었지요.

이렇듯 긴장속에서 보낸 기다림 끝에 드디어 그의 무대가 시작되었지요.
'무대에 등장해서 연주가 시작될때까지 그 시간이 정말 지옥 같았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요. 하지만 막상 노래를 시작하자 그의 오랜 연륜은, 그 긴장을 뚫어냈습니다. 경직된 표정일랑 아랑곳없이 나직하고 무게감 있는 음색으로 안정적인 가창이 이어졌지요. 그가 선곡한 송골매의 '모두다 사랑하리'는 고요하다가도 때론 격정으로 치닫는 가창으로 강렬한 드럼소리와 조화를 이루었지요. 하지만 노래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한 번 나와줄 듯 싶었던 그의 화려한 샤우팅은 결국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나이가 들수록 진하게 배어나오는 연륜의 무게가 그 자리를 채웠지요. 마지막까지도 힘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노래를 풀어내며 무대를 마쳤습니다.

확실히 첫 가수가 보여줄 수 있는 임팩트가 부족한 감은 있었습니다. 결과도 4위에 머물고 말았지요. 하지만 이것은 그의 선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나가수에 처음 출연했던 가수들은 늘 강렬한 무대를 준비해왔습니다. 첫무대를 앞두고 기존 가수들보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할 수 있었고, 덕분에 감동을 극대화하는 편곡과 충분한 연습이 가능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걸 쏟아부을 수 있었지요. 옥주현의 경우 한달 이상 연습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그 첫 무대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준 가수는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첫 무대를 뛰어넘는 무대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무대가 거듭되면서 때로 실망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지요.

김경호는 자신의 음악 인생에 큰 부담 한가지를 고백했는데요, 강렬한 가창이 돋보였던 2집이 대성공을 거둔 이후, 앨범이 추가될때마다 '전의 앨범보다 더 센 것'을 추구했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더욱 더 강렬한 것만 추구하다보니 결국 대중과의 괴리감이 켜져버렸다고 했지요. 그의 고백처럼, 강렬함이란 결국 더한 격렬함이 계속 요구되는 '스스로의 덫'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가수의 처음을 너무 강렬하게 시작한 가수에게도 마찬가지겠지요.

김경호는 자신의 음색에 대한 소견도 밝혔는데요, 현재상태는 젊은 시절의 칼날같은 고음은 아니지만 한층 성숙해졌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연륜이 더해진 지금의 목소리가 더 좋다고도 했지요.

나가수 무대에서 십년만에 만나본 김경호는 그 모습만으로도 반가운 얼굴입니다. 하지만 십년전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그의 열정을 추억하는 세대도 그와 더불어 성숙해져 있지요. 그런 만큼 더 깊이있는 음악으로 더욱 소통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분명 그는 첫무대에서 힘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는 화려한 샤우팅으로 단번에 주목을 받는 길을 택하는 대신, 긴 호홉으로 멀리 본 것이지요. 자신이 걸어왔던 음악인생에 있었던 좌절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음악을 향한 그의 의지처럼 말입니다. 그 시작이 강렬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욱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김경호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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