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스타&연예 2011.09.23 07:00




                    못다한 1위 소감

지난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 1차 경연에서 동료 가수들의 포옹을 받으며 감격의 1위를 차지한 가수는 바비킴이었습니다. 5번의 경연을 치르면서, 함께 합류했던 인순이와 윤민수가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하는 동안, 바비킴은 줄곧 낮은 순위에 머물렀었는데요, 그래서 더욱 부담스럽고 초조했을 바비킴이 드디어 '평생토록 해본적 없다던'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의 1위가 값진 것은 그동안 1위의 법칙처럼 여겨져온 고음의 폭발없이 자신만의 개성으로 쟁취한 1위이기 때문이지요. 자신의 것을 온전히 드러내며 스스로 즐길 수 있기에 무대를 마친 후 상당히 만족해 했으며, 순위발표를 앞둔 상황에서도 바비킴의 얼굴은 여느 때완 달리 더없이 평온했습니다. 그만큼 기대나 욕심조차 없어 보였지요. 그러서인지 뜻밖의 1위 발표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사전인터뷰로서 '만약 1위를 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받은 바비킴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일 한다면 '이런 이상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노래를 좋게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겠다 밝혔었지요. 하지만, 스스로 경악할 정도로 놀란 바비킴은 준비했던 1위소감마저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대신 동료 가수들의 손을 하나 하나 꼭 잡으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습니다. 1위라는 자체가 생애 처음이라며, 그동안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한채 탈락할까 노심초사했었다는 소감만을 짧게 밝혔을 뿐이었지요.

그는 당초 준비한 소감은 밝히지 못했는데요, 바로 이상한 목소리를 지닌 자신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비록 밝히진 못했지만, 감격스런 장면에서 밝히고 싶었던 그 소감은, 그의 가수인생에 걸쳐 지니고 있었던 상처였습니다. 가수 데뷔 17년차이자 이제는 고급스럽고 독특한 음색으로 사랑받게 됐지만, 여전히 감격의 순간에조차 하고 싶었던 말은 결국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상처였던 셈입니다.

미국에서 자란 바비킴은, 음악인인 아버지처럼 음악하는 사람이 꿈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그에게 가수로서의 꿈은 녹록치 못했습니다. 처음 접한 오디션에서 '한국에선 먹히지 않을 목소리'라는 평을 듣고선 자신의 특이한 목소리를 비로소 자각하게 되었지요. 1994년에 데뷔했지만 11년이 지나고 나서야 주목을 받기 전까지, 11년동안 낸 음반이 계속 참담하게 실패하며, 음반제작자들로부터 '한국인이 싫어하는 목소리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습니다. 그리곤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속에 공황장애라는 아픔까지 겪었습니다. 암흑과도 같았던 길고 긴 고통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는 깊은 상처가 되어 바비킴을 짓눌러왔지요.

그동안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무대를 망쳐왔다'던 그는 기어이 자신만의 무대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자문위원이 말했듯 음표위를 날아다니듯 사뿐 사뿐 여유로운 음색과 몸짓 속에 노래를 담아 쏘울의 참맛을 보여줬습니다. 관객들은 중간에 내뿜듯 쏟아지는 랩에 열광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어깨춤에도 박자를 맞추게 되고, 여유롭게 완급을 조절하며 고음을 지르지 않으면서도 흥겨웠던 그의 무대에 긴 여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투표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인이 싫어하는 목소리라며 배척받아왔던 바비킴은, 바로 그 목소리의 개성으로 대중을 사로잡았고, 마침내 1위를 차지한거지요.

아직도 완전하지 못한 한국어발음에 대해서도 콤플렉스가 있다는 바비킴은, 나가수 무대를 앞두고 천번이상 가사를 읊조리기도 한다는데요, 심리학자 융의 콤플렉스 이론에 따르면, 한번 인지된 콤플렉스는 억압하거나 외면할 수는 있되 결코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콤플렉스를 부정한다는 것은 자아를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고 하지요. 대신 콤플렉스를 수용하고 자연스레 공존할 때, 다시 말해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인정할때, 진정한 자신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나가수에서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바비킴이 온전히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되자, 바비킴만의 매력을 비로소 보여 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의 살짝 새는 한국어 발음조차 매력이 될 수 있었지요. 이렇듯 온전히 자신을 찾은 바비킴은 스스로 만족했고 더이상 순위도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 1위는 정말 뜻밖이었고 그는 자신이 준비했던 소감조차 잊어버리고 말았지요. 하지만 그는 1위를 하기전이나 이후나 여전히 소울을 담고 있는 목소리의 소유자, 바비킴일 뿐입니다.

아래 손가락모양은 추천버튼입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비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