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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예능&오락

위대한탄생2, 궁색한 변명이 돼버린 선택의 이유




             마이너의 역전은 없었다.

여태껏 위대한탄생2(이하 위탄2)가 순항할 수 있었던 데에는 멘토들의 매력이 큰 몫을 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인간미가 돋보이는 이들 멘토의 온정은,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여운을 줬지요. 하지만 각자 제자를 선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오자, 이들 역시 시선을 외면하며 침묵해야만 했습니다.

드디어 멘토스쿨에 입학할 제자들을 선택하는 파이널라운드가 치러졌습니다. 그런데 너무도 충격적인 것은 빼어난 무대를 선보였음에도 탈락한 참가자가 너무 많았다는 점입니다. 일각에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비아냥마저 있을 정도지요.
첫 무대를 연 '단발머리 걸스'의 현진주와 그레이스 유. 이들은 소녀시대의 '런데빌런'을 허스키한 보이스를 살려 끈적끈적 분위기의 색다른 편곡으로 선보였습니다. 개성있는 음색과 조화로운 화음을 통해 이들만의 매력을 발산했지요. 무대가 끝나자 이들은, 스스로도 만족스러운 듯 환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멘토들의 표정도 대체로 밝았는데요,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았다' '갈수록 발전하는 모습에 흐뭇했다'는 호평이 이어졌지요. 하지만 이 두사람은 멘토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예선때부터 꾸준히 주목받아온 신예림만이 윤일상의 제자가 됐습니다. 윤일상은 파이널무대에 앞두고 이미 신예림을 점찍어뒀다고 했는데요, 비록 이날 무대에서는 퍼포먼스에 치중하다보니 노래를 별로 못보여줬음에도 예전부터 보여준 재능을 눈여겨봐온 멘토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선택의 경향은 계속해서 이어졌지요. 바이브의 '미워도 다시 한번'을 선택한 두 팀 <김민정-김현승>팀과 <구자명-애슐리 윤>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무대를 연출했는데요, 무엇보다 자유자재로 완급을 조절하며 여유롭게 무대를 이끌었던 김민정이 돋보였습니다. 기대를 모았던 애슐리 윤은, 멘토들로부터 어디 아프냐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긴장 속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지요. 하지만 결국 선택을 받은 이는, 예선부터 꾸준히 관심을 받아온 구자명과 애슐리 윤 뿐이었습니다. 이날 무대에서 호평을 받았던 김민정-김현승 이 두사람은 멘토들에게 외면받았지요. 무대를 망쳐 스스로도 선택되리라 기대도 못했던 애슬리 윤은, 선택의 순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느라 박정현이 손을 든 것을 발견조차 못했는데요, 하지만 예전부터 그녀를 눈여겨 보아온 박정현은 그녀의 재능을 보고 선택을 한셈입니다. 그리고 이 장면을 뒤에서 이를 지켜보단 김민정의 눈빛엔 쓸쓸함이 선명했습니다. 이날 무대만큼은 빼어났지만, 멘토의 선택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지요. '이미 가진게 너무 많기때문에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선희의 말이 위로가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대목은 마지막 무대였습니다. <50kg-장은정>과 <양민우-김태극>조는 '스윙베이비'를 선곡했지요. 이들 두 팀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정도로 무대를 꽉채운 최고의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이들의 무대를 바라보는 멘토들의 표정에는 경이로움이 가득했습니다. 멘토들의 극찬이 이어졌지요. 그만큼 이들의 무대는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신나고 흥겨운 무대였습니다. 탄탄한 가창력과 자신감 넘치는 퍼포먼스와 서로간에 조화로운 하모니까지.. 무엇하나 흠잡기 힘든 최고의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멘토의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멘토들은 탈락하는 이들에게 덕담을 하듯 실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지만 아쉬운 실력에도 합격하는 다른 동료들을 지켜봐야 하는 탈락자들에게 이러한 위로의 말은 오히려 이들을 더욱 씁쓸하게 만들 뿐입니다. 애슐리윤을 선택한 직후 박정현은 장황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오늘 무대는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기본기가 너무너무 잘 돼있기 때문에... 오늘 아쉬웠던 부분들을 갑자기 멘토로서 가르쳐주고 싶어졌어요... 그러면 멘토를 해야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이리 오세요' 무대의 한쪽 구석에 서 있던 두 탈락자는 이 길고 긴 선택의 이유를 들으며 박수를 쳐야 했습니다. 이날 멋진 무대를 선보여 호평을 받았지만 탈락해야만 김민정과 김현승. 이 두사람에게는 '노력하면 성공한다'는 명제가 맞는 말인지 의심스러울 듯합니다.

사실 멘토가 제자를 선택하는 것에는 개인의 취향이 개입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5일이라는 시간을 주고 무대를 준비하는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전제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했었던 이들 마이너들에겐 역전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넘을 수 없는 기회를 향해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선택받지 못했음에도 미소를 만들고 '감사합니다' 인사를 해야 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태생적인 차별이 엄존하고 있는 우리네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러한 씁쓸함때문에 멘토들이 건네는 위로의 말조차 공허하고 궁색한 변명처럼 들릴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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