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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하이킥3, '오해'를 오해하게 한 서지석의 연기



요즘 하이킥3 절정의 스타는 박하선이겠지요. 돋보이는 미모에, 조신한 스타일, 거기에 언듯언듯 비춰지는 허당스러움까지...시트콤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캐릭터를 구축해내며, 하이킥3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박하선에게 설정된 러브라인은 많은 남성팬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바로 빼어난 연기력으로 한껏 찌질함을 드높이고 있는 고영욱 캐릭터때문인데요, 매력덩어리 박하선을 탐하는 찌질 캐릭터-고영욱의 존재는 남성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마저 주기도 하지요.

그리고 남성팬들 못지 않게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고통스럽게 지켜보는 이가 있으니 바로 윤지석(서지석 분)입니다. 남몰래 박하선에 대한 연정을 품어 온 윤지석은 결정적인 고백을 앞두고 고영욱에게 선수를 뺏긴 바 있습니다. 그날 이후, 줄곧 박하선과 고영욱의 연애를 가까이서 가슴 아프게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쿨하게 보내줘야지 싶다가도 박하선 앞에만 서면 저도 모르게 놀리고 괴롭히는 꼬마의 심정이 되어 버리는 자신을 탓하며 박하선에게로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늘 교무실에서 책상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어야 하니 그 아픈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시시콜콜 두 사람이 사귀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니 말입니다.

어제 방송에선 이 위태한 러브라인에 새로운 도전이 부여됩니다. 바로 뽀뽀미션인데요, 박하선의 집 앞 가로등이 고장난 것을 기회로 뽀뽀할때가 무르익었다는 친구의 종용에 고영욱은 흥분합니다. 양치질까지 '강도 높게' 수행하며 의지를 다지지요. 한편 박하선 역시 동료교사로부터 이제 뽀뽀할때 되지 않았냐는 얘기를 들어야 했는데요, 이 이야기를 옆에서 듣게된 윤지석은, 지구 멸망의 뉴스를 들은 듯 전율했습니다.

이에 윤지석은, 박하선 집 앞 가로등의 수리를 위해 서둘러 구청에 연락하는데요, 하지만 여의치 않자 직접 전봇대에 올라가 전구를 교체하려고 합니다. 바로 이때 막 데이트를 마친 고영욱-박하선 커플이 등장하지요. 고영욱은 장황하게 말을 꺼냅니다. '...이건 물어보고 하면 안되긴 하는 건데.. 저랑..' 하지만 박하선은 그의 말을 끊고 거절하지요. 죄송하단 박하선의 말에 고영욱은 낙담합니다. 그리곤 고영욱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지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악스럽게 '우시는 거에요?'라고 묻는 박하선의 억양엔 시트콤 연기의 진수가 담겨 있습니다. 연기만큼은 최고의 커플이지요.
눈에 뭐가 들어갔다며 둘러대는 고영욱. 그런 그의 눈에 입김을 불어준 박하선, 이내 고영욱은 도망가듯 뒤돌아 달려가지요. 그런데 이 모습을 전봇대 위에서 바라보는 윤지석의 눈에는, 박하선이 고영욱에게 뽀뽀하는 것으로 보였지요. 부끄러워 도망가는 고영욱의 모습까지.. 오해를 하기에 딱이었습니다.

윤지석의 심정을 설명하는 나레이션이 이어집니다. '그녀가 자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점점 멀어짐을 느꼈다' 그리고 윤지석은 그대로 전봇대위에 굳어진 채 밤이 깊어가지요. 이렇듯 나레이션과 윤지석의 자세는, 뽀뽀를 오해한 절망감을 설명해주고 있건만, 윤지석의 표정엔 도무지 이러한 절망감 혹은 허탈감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저 딱딱하고 어색한 표정만 있을뿐이지요. 정말 오해한 것이 맞는지, 그냥 짝사랑하는 여자를 측은하게 바라보는 것인지, 아니면 자세가 불편해서 인상쓰는 것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얼굴이었지요. 오해를 오해하게 만드는 안쓰러운 연기... 연기자의 표정이 아닌 나레이션과 정황파악으로 감정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자의 좌절이라는 임팩트가 없었지요.

서지석의 건조한 연기가 아쉬운 대목입니다. 하지만 서지석 아닌 윤지석에겐 태생적인 강점이 있습니다. 발군의 연기력을 보이고 있는 고영욱보단 오히려 어색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윤지석이, 차라리 박하선의 러브라인으로 연결되길, 많은 시청자들이 응원하고 있으니까요. 원래 사랑이란 공평하지가 않나 봅니다. 그래서 세상 사는 재미가 있는 걸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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