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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하이킥3 백진희, 처절하고 비참한 로맨스

 


하이킥 시리즈에서는 짝사랑이 빈번합니다. 이번 시즌3에서도 여러 짝사랑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박하선을 사랑하는 윤지석의 애달픈 짝사랑은, 벙어리 냉가슴 앓듯 안타까운 과정을 거쳤지만 어느덧 그 결실이 맺어지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건소 윤선생(윤계상 역)을 짝사랑하는 백진희의 로맨스는 처절함을 넘어 비참함에 이르고 있습니다.

어제 하이킥에서 백진희는 특유의 궁상 맞은 캐릭터가 짝사랑 속에서 극대화됐습니다. 혼자만의 사랑에서 느껴질 법한 연민은, 웃겨야 하는 시트콤의 숙명 속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말았지요.
전편에서 백진희는 윤계상에 대한 짝사랑이 지나쳐 현실과 상상을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일상생활 속에서 순간 순간 정신을 놓고 윤선생과의 러브라인을 상상합니다. 거침없는 상상은 윤선생과의 결혼까지 꿈꾸게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상상에서조차 결혼을 반대하는 윤선생가족에게 못 이겨 윤선생을 떠나는 가련한 여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나날이 깊어져만 가는 윤선생을 향한 짝사랑은 어제 방송에서 방점을 찍었지요.

윤선생을 향한 마음을 차마 내색하지 못하는 백진희지만, 매일 보건소에서 접하는 짧은 만남 속에서 느끼는 온정만으로도 짝사랑의 외로움을 견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윤선생이 멀리 지방으로 파견근무를 떠나게 되자, 마음이 급격히 불안정해지지요. 하지만 이내 용기를 냅니다.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백진희는 자신의 스웨터를 해체한 털실로 밤새로록 빨간 장갑을 만들었었지요. 차마 건네주지 못했던 이 장갑과 정성스런 도시락까지 준비해서, 먼 길 가는 윤선생을 배웅하려 했지만, 길이 엇갈려 결국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공허하고 쓸쓸한 마음은 본격적인 상사병으로 발전합니다. 기운도 없고 열이 펄펄 끓으면서 몸져 눕고 말지요. 하지만 윤선생이 잠시 서울로 돌아왔다는 소식에 백진희는 힘겹게 몸을 일으킵니다. 이내 서글프고 비참한, 백진희의 윤선생 따라잡기가 시작되지요.

윤선생집으로 가다가 동굴에서 두번이나 처절하게 굴러떨어지고, 집에 와서는 기어다니기 일쑤입니다. 또 잠옷 차림으로 보건소까지 쫓아가기도 했지요. 하지만 계속 윤선생의 흔적만 찾았을 뿐 번번이 놓치고 말지요. 그래서 더욱 애끓는 마음으로 늦은 밤까지 윤선생을 찾아 버스정류장에까지 찾아나서요, 기어이 저 멀리 길 건너편에서 윤선생을 발견했을 때 백진희는 거의 탈진 상태가 돼버립니다. 하지만 때 맞춰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오고, 또 다시 윤선생을 코앞에서 놓칠  것 같은 상황에 처한 백진희의 얼굴엔 극한의 좌절과 슬픔이 절절했습니다.

그런데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던 애달픔은 이내 황담함으로 바뀌지요. 버스를 타지 않은 윤선생을 보며 환희에 차서 절뚝거리며 신발마저 벗겨진 채 다가간 백진희는, 윤선생의 뺨을 때립니다. 그리곤 기절하지요. 반갑게 백진희를 맞이하던 윤선생은 당황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백진희의 짝사랑은 꿈 속에서만 결실을 맺고 맙니다. 꿈속에서 그녀는 기어이 빨간 장갑을 전하고 서로에게 손 하트를 만들어보이며 마음을 나누지요.

하지만 현실에선 영문 모를 뺨을 맞은 윤선생에게, 박하선이 엉뚱한 답을 주고 맙니다. '평소 계매너라고 욕하긴 했는데...'라며 말이지요.

한 사람의 마음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전달되기란 퍽 힘든일일텐데요, 온갖 고초를 겪었으나 마음은 알리지도 못한채 이 날도 허무한 빰때리기로 결말을 맺었지요.

극 초반부터 10초만에 짜장면을 흡입하고 익지도 않은 삼결살을 마구 삼키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백진희지만, 그녀는 시트콤의 중반이 넘어가도록 궁상 캐릭터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처절한 짝사랑도 엉뚱한 뺨때리기로 희화화되고 말았지요.

처절하고 비참한 궁상은 다분히 시트콤을 의식한 것이겠지만, 오히려 불편함을 야기할 정도입니다. 이러한 궁상스러움이 적당한 애교로 비춰질 수 있을때, 오히려 시트콤답게 편안하고 가벼운 웃음을 줄 수 있을것 같은데요, 짝사랑을 이루는 것 못지 않게 시급한 것은 궁상캐릭터에서 비참함을 털어내는 것일 겁니다. 언젠가 그녀에게 진정한 하이킥의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이러한 궁상캐릭터를 넘어선 순간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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