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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나는가수다, 박완규는 가사전달에 실패했을까




나는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어제 1차경연에서 박완규는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 무대에 대한 자문위원들의 평은 엇갈렸지요. 김현철은 가사전달에 실패했다고 평한 반면 안혜란은 가사에 몰입해서 충실하게 표현하려 노력한 점이 두드러졌다고 소감을 피력했습니다. 이 노래를 준비하면서 박완규가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이 가사 전달이라고 했는데요, 과연 박완규는 가사전달에 실패한 것일까요..


박완규의 선곡은 늘 의외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곡, 혹은 객석을 들뜨게 만들 수 있는 화려한 곡보다는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노래를 선택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지난 경연에선 대장금의 ost인 '하망연'이라는 제목조차 생소했던 노래를 선보이더니 이번에도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설을 맞아 부모님께 들려드리고 싶은 곡이라면서, 평생을 함께 한 부모님들의 애틋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지요. 하지만 스스로 너무 부족하기에 이 노래를 부르면서 부모님의 마음을 담아보려 노력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진솔한 가삿말이 돋보이는 노래는 블루스 뮤지션인 김목경의 곡인데요, 이후 김광석이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원곡이나 김광석의 리메이크 곡을 접해보면 잔잔한 기타연주에 담백한 음색이 어우러져 가슴을 두드리는 여운을 남습니다. 조용한 선율 속에 담긴 가사를 음미하고 있노라면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하지요. 특히 포크송 풍의 분위기가 쓸쓸함을 배가시켜줍니다. 자문위원 김현철이 지적한 '가사전달에 실패한 것 같다. 너무 빠르다 보니 다 씹지도 못하고 삼키는 것 같다'고 한 지적은, 잔잔한 포크송 분위기인 김목경과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에 비교했을때 나온 평가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또 다른 자문위원 장기호 교수는 박완규가 본연의 메탈 창법에서 벗어나 시골냄새나는 시도가 굉장히 매력적이라 평했지요. 박완규를 기준으로 그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에서 색다른 도전인 셈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안혜란 위원도 가사에 몰입해서 충실하게 표현해냈다고 평했습니다. 박완규의 노래는 조용조용하고 잔잔한 김목경이나 김광석의 노래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더 굵고 힘이 있었고 잔잔함보다는 애절함이 있었지요. 특히 노래의 마지막 부분에선 이별할 수 밖에 없는 노부부의 애환을 절규로 담아냈습니다. 바로 김광석이 표현할 수 있는 것과 박완규가 표현할 수 있는 것의 차이일것입니다.

K팝스타에서 박진영은 진솔함을 강조한 바 입니다. 13살 소녀가 인생의 슬픔을 노래한다면 이는 거짓말일뿐이라면서 자신이 살면서 감당할 수 있는 것을 노래할 것을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주문하곤 했지요. 이런 박진영의 지적이,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이라는 노래는 60대만 부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60대의 인생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그와 인생을 공유했다면 충분히 담아낼 것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김목경과 김광석이 바라보고 공유했던 삶과 박완규가 바라보고 공유했던 삶은 다를 것입니다.
이렇듯 표현방식이 다르고 살아온 인생이 다른 이들은 제각기 다른 방식과 느낌으로 삶을 풀어냈습니다.

설날에 이루어졌던 이날 녹화에 앞서 박완규는 자신의 우울했던 지난 날을 고백했지요. 명절때마다 주머니가 비어있어 부모님뵙기가 죄스러웠다던 박완규는 경연에서 4위를 차지하자 부모님께 넙죽 세배를 올리고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거칠고 처절하게 살아온 그는 세련된 인사보다는 단촐한 인사가 더 어울리는 것도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박완규의 투박한 음색으로 재해석된 이날 노래는 박완규만의 방식으로 쓸쓸한 노부부의 이야기를 담아냈고, 노래 속 '여보'에 해당할 법한 청중 뿐 아니라, 노래 속 '여보'를 바라보고 살아온 이 시대 아들 딸들의 눈시울을 적시기에 충분했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방식에 충실한 것, 그것이 진솔함이고 자신이 전달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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