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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불후의명곡2 송창식, 명곡 못지 않은 재치입담




불후의 명곡2, 송창식 편은 이례적으로 2주에 걸쳐 경연이 치러졌는데요, 참가가수만도 14명에 이르렀지요. 경연에 참여한 가수들의 면면과 그들이 펼쳐낸 무대 역시 인상 깊었습니다. 그동안 불후의 명곡을 통해, 기량을 뽐냈던 알리, 신용재, 홍경민 등 외에도 TV에서 좀처럼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쏘냐, 브아솔의 성훈등이 모습을 드러내 더욱 호기심을 자극했지요. 무대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준, 이정과 브아걸 제아도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쟁쟁한 가수들이 보여준 향연 못지 않게 시선을 잡아끈 것은 '전설' 송창식의 재치입담이었지요. 후배가수들의 무대가 끝날때마다 더해주는 짤막한 소감 한마디엔 위트와 온정이 담겨있었습니다. 대선배 앞에서 노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던 후배들에게 넉넉한 농담으로 온기를 전해준 따뜻한 '전설'이었지요.


방송이 2주분으로 편성되었기에 당초 송창식은 두곡을 부를 예정이었습니다. 첫번째로 부른 '나의 기타이야기'는 깊은 울림이 있는 음성과 넉넉하고 푸근한 웃음 그리고 신기들린 듯한 기타연주실력까지 그의 음악인생을 대변해줬지요. 두번째 노래 '고래사냥'은 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습니다. 억눌렸던 시대에 자유의 아이콘이었던 이 노래는 수십년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네 감성을 넉넉히 품어줬습니다. 노래 속에서 송창식은 여전히 자유로웠습니다. 그 자유 안에서 관객들도 노래에 몰입할 수 있었지요. 중년의 관객들도 목청껏 '자 떠나자'를 외치거나 기타반주에 맞춰 손뼉치면서 노래 속에서 청년이 된 듯했습니다. 노래가 끝난 후 관객들이 앵콜을 연호하자, 그는 다시 자리에 눌러앉아 기타줄을 조였습니다. 그리곤 전혀 다른 색깔의 노래, '슬픈 얼굴 짓지 말아요'로 전혀 다른 감성을 선사했지요.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힘겹게 살아온 삶의 피로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듯 경이로운 무대에 이어서 노래를 해야하는 후배가수들의 부담이 상당했을텐데요, 이러한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도 전설의 몫이었습니다. 송창식의 무대를 황홀한 듯 혹은 경이롭게 바라보던 후배가수들은 이제 그의 노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그의 앞에서 보여줘야 했는데요, 노래의 원곡자이자 대선배의 평가가 무척 궁금했을 겁니다.

송창식은 무척 친절하고 유쾌한 전설이었습니다. 지난 주 경연에서도 후배들의 무대마다마다 '편곡을 빌리고 싶다'라든지 '좀 노네', '이 노래 만들길 잘했다', '용호상박이네요'등의 말로 후배가수들의 노력에 아낌없은 찬사를 보내주었었는데요, 그러한 모습은 2라운드에서도 이어졌습니다. '나비소녀'를 부른 나비에게는, 이 노래의 원래 제목이 나비처녀였는데, 나비의 모습이 정말 나비처녀다웠다며 환한 웃음을 보이더니 신용재에게는 자신과 얼굴이 닮았다며 웃음을 자아냈지요. 태극기까지 챙겨들고 와서 '내 나라 내 겨레'를 부른 홍경민의 무대를 보고는, 콘서트에 가서 여러 곡을 들으며 그 파워를 느껴보고 싶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신동엽의 유도로 홍경민이 송창식의 모창을 선보이자, 나보다 더 잘 부른 것 같다고도 했지요. '우리는'을 부른 이정에게는 노래의 하이라이트인 [이렇게]라는 가사부분을 그렇게 부르는 건 첨 봤다며 '나도 그렇게 한번 불러봐야겠다'며 말재미의 재치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 이정이 입고 나온 배바지에 대해서도 자신이 예전에 입었던 바지라며 반가워했지요. 떠나는 이를 향한 애절함을 노래한 지오에게는 '저렇게 예쁜 얼굴로 [가시렵니까] 그러면 말이 됩니까'라며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지요. 곡해석이든, 무대구성이든, 외모나 옷차림이든 넉넉하고 푸근한 웃음으로 소탈하게 이야기하는 송창식덕분에 장내는 긴장감보다는 유쾌함이 넘쳤습니다.


70년대 예비군훈련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그의 모든 노래는 금지곡이 됐었고 자신도 투옥됐다는 사연을 특유의 푸근한 웃음으로 말하는 노가수... 그는 서슬퍼린 군사독재 시절의 우울한 경험을 '감방'갔었다며 해학으로 풀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감방'에서 만든 노래인 '사랑이야'는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사전검열에 걸리기도 했다고 하지요. 이렇듯 음악인으로서 힘든 삶을 살았지만, 그는 '내 나라 내겨레'에서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노래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청년시절 윗집의 부부싸움 소리에 '맨처음고백'이라는 달콤한 사랑 노래의 영감을 얻듯 그의 음악인생은 언제나 생동감이 있었지요. 그의 노래엔 일상의 삶에 녹아있는 진솔함에서 숭고한 나라사랑까지 폭넓은 정서가 담겨있습니다. 그 속에 눈물과 열정, 자유, 해학, 소탈, 한 등 우리네 정서가 다채롭게 포괄되어 있지요. 그리고 이날 그가 보여준 입담에도 이러한 노래 속 정서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늘 자신의 노래처럼 살아온 그의 진솔한 모습이 흐뭇함을 더해준 '불후의 명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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