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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하이킥3 박지선, 공포를 부르는 오해



갓 시작된 박하선-윤지석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로 요즘 하이킥이 훈훈합니다. 그런데 이 커플은 비밀연애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박하선의 강력한 요구로 시작된 이들의 비밀연애 탓에 윤지석의 고난이 이만저만이 아닌데요, 달달한 둘만의 시간을 보내다가도 지인이 나타나면 박하선은 순발력있게 상황을 정리해곤 했습니다. 덕분에 윤지석은 느닷없는 박치기를 받기도 했고 엉덩이에 떠밀려 계단을 두르는 등 갖은 고초를 겪어야했지요. 그런데 이들의 비밀 연애행각으로 인해 영향은 제3자에게까지 미치는데요, 두 사람의 몰래연애 탓에 동료교사 박지선의 가슴에도 느닷없이 봄바람이 불어닥치고 말았습니다.

비밀연애를 바라는 박하선을 위해 윤지석은 둘만의 사인까지 개발했습니다. 박하선을 위한 윤지석의 노력은 일상이 되어버렸는데요, 박하선에게 커피를 건네고 싶으면 주변의 동료들 몫까지 챙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회식자리에서도 박하선을 대신해 선뜻 고기를 굽기도 하고, 잘 익은 고기를 박하선에게 슬쩍 밀어주며, 사랑의 눈빛을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윤지석의 시선에 자꾸 들어오는 주변인이 있었으니 바로 이름도 비슷한 박지선입니다. 자기 취향의 커피를 챙겨주기도 하고, 자신에게 잘익은 고기를 덥석 집어주기도 하는 등 윤지석의 심상치 않은 행동이 자꾸만 박지선을 자극합니다. 당황스런 상황에서 우연히 내뱉은 '우리 박선생님'이라는 말도 예사롭지 않더니 회식이 끝난 후 식당 문에서 서 있는 모습조차 자신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지요, 자신의 출연에 화들짝 놀라는 윤지석의 태도와 '왜 서있느냐' 물음에 수줍게 당황하는 모습은 짝사랑의 혐의를 사기에 충분해 보였습니다. 생각이 쏠리면 멈출 수가 없는 법입니다. 급기야 박지선이 미끄러져 넘어지려는 찰나 와락 안아주는 윤지석에게는 박지선은 윤지석의 마음을 확신하고 말았습니다.

박지선은, 박하선에게 윤지석이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며 단정적으로 선언합니다. 박하선은 곤란할 수 밖에 없지요. 사실을 밝히자니 박지선의 입장이 난처할 것이고 그대로 두는 것도 부담스러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박지선의 오해는 더욱 깊어갈 뿐이지요. 우연히 물건을 빌리려 윤지석의 서랍을 연 박지선은 서랍속 커필링을 발견하곤 애처로움마저 느끼지요. 윤지석은 자신의 취향이 아니기에 그 사랑을 받아 줄 수 없지만, 자신을 위해 반지까지 준비하는 윤지석의 마음에 안쓰러움마저 느낀다며 박하선에게 털어놓습니다. 덧붙여 그동안 남자에게 수없이 차였기에 자신이 여자인지 의구심마저 들던 차에 윤지석 덕분에 용기를 얻었다고도 말합니다. 이제 박하선은 박지선에게 사실을 말해주기도 곤란한 지경이 된 셈이지요. 이렇게 난처한 박하선에게 박지선이 단호하게 말합니다. '차라리 그냥 빨리 고백했으면 좋겠다. 이런 불편한 관계 오래 지속 안되게...'

박하선에게서 이 사실을 전해 들은 윤지석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지요, 당장이라도 가서 오해를 풀겠다는 태도였지만, 박하선이 만류합니다. 그동안 뭇남자에게 무시 당했던 상처가 깊은 박지선의 좌절이 두려웠기 때문지요. 이에 윤지석도 탐탁치가 않습니다. 바로 이순간 박지선이 전화를 해오지요,

박하선의 만류에도 윤지석은 오해를 풀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도 단호하게 나오는 박지선의 태도에 기가 막혀 말도 안나왔지요. 결국 '미안해요, 마음 못 받아줘서..'라며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출하는 박지선을 위해, '박선생에게 부담주기 싫으니, 박선생이 싫다면 깨끗이 포기하겠다'는 말로 그녀의 연출을 완성시켜줍니다.

누구에게나 한번쯤 연출해 보고 싶은 장면이 있을 것입니다. 이날 박지선은 자신이 꿈꿔오던 자신만의 로망을 연출하지요, 남자의 옷깃을 매만져주며 '나 때문에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요, 너무 아파하지도 말고.. 그냥 나쁜여자 만났다고 생각하고 잊어요...' 이 순간 박지선은 [여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잊어보려 애쓰고 애써봐도 정말 못 있겠으면 다시 한번 고백해보라, 그땐 받아 줄지도 모르니까..'라며 존재하지 않았던 고백까지 창조해냅니다. 이렇게 [여자]가 되어 버린 박지선의 눈길과 손길 앞에서 윤지석은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냥 잊어보겠다'며 서둘러 그 자리를 탈출해 버렸지요, 이러한 윤지석의 돌발행동도 '자신만의 로망'에 몰입한 박지선을 방해하지 못했습니다. 그 남자의 뒷 모습은 실연의 상처로 각색할 수 있었고, 박지선은 '처음엔 잊으려고 하면 잊을 수 있을거 같지..'라는 독백과 함께 그윽한 커피향으로 사랑의 필연적 비극을 되새깁니다.

어쨌든, 윤지석은 오해의 해프닝은 이쯤에서 일단락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미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지요. 교무실에선 자신을 두고 수군거리는 동료들의 눈초리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윤건선생의 비웃음과 교감선생의 다독임까지...어리둥절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차도녀'가 되어 딴청을 부리는 박지선...

박하선이 보여준 박지선의 카톡엔 '윤선생님 마음 못 받아줘서 미안해요'라는 소개문구가 선명했지요. 이 카톡 문구는 박지선의 로망을 종결짓는 대목이었습니다. 엇나간 사랑의 주인공이고 싶었던 박지선의 로망은 이렇게 그녀의 단독 연출을 통해 만방에 널리 과시되고 말았습니다. '리라고등학교'에 느닷없는 절규가 울려퍼졌지요, 쪽팔림과 당혹스러움, 그리고 분노에 미친 남자는 이렇게 박지선의 로망에 완전히 얽여버렸습니다. 하지만 공포를 부르는 오해에서 비롯된 이 연출은 한 여자에게만큼은 더없는 만족감을 안겨줬습니다. 그러고 보면 행복의 조건에 꼭 진실이 있을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