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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하이킥3, 눈물샘 자극하는 시트콤의 역습




어제 하이킥은 한편의 단막극을 펼쳐냈습니다. 박하선의 6년전 첫사랑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냈지요.

이제 시작하는 연인인 박하선과 윤지석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을 화두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나를 왜 좋아하나'류의 지극히 통속적이면서도 달달한 대화였지요. 대화가 유치하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간의 호감이 깊다는 반증일것입니다. 그 와중에 지석은 자신의 썰렁했던 첫사랑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리고는 이내 하선의 첫사랑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구하지요. 하지만 하선은 당황스런 얼굴로 '재미 없을것'이라며 서둘러 화제를 돌립니다.

며칠후 하선은 우연히 대학시절의 동아리 선배를 만납니다. 그와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하선은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릴 수 밖에 없었지요. 바로 암벽등반 동아리의 선배였습니다. 극중 윤시윤이 카메오로 출연했지요.

파릇파릇한 새내기 시절, 하선은 첫눈에 시윤에게 반했고 그래서 그의 동아리에 가입도 했습니다. 하지만 늘 주변에서 맴돌뿐 하선은 홀로 속앓이만을 해왔습니다. 그러다 언젠가 시윤이 하선에게 MP3를 주며 들어보라고 했는데요, 그것을 잃어버리고 말지요. 나중에 시윤이 MP3들어봤냐고 묻지만, 하선은 잃어버린 사실이 미안해 수줍게 '네'라고 답할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윤은 군대엘 갔고 그 순간에조차 하선은, 떠나는 그의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사물함에 그의 사진을 소중히 간직한 채 세월을 기다렸지요. 그렇게 세월이 흘러 시윤이 제대했을때도 하선은 그저 그를 멀리서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동아리 방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구석에 떨어져있는 오래전 MP3를 발견했고, 이제야 하선은 그 안에 담긴 시윤의 고백을 듣게 됩니다. MP3엔 시윤이 직접 부른 유재하의 '그대 내 곁에'가 담겨 있었지요. 이에 하선은 시윤을 만나러 달려갔고, 제대 기념으로 지리산 암벽 등반에 나서는 시윤에게 '이제야 MP3를 듣게 됐다'며 선배때문에 동아리에 가입했노라 자신도 고백을 했지요. 이에 시윤은 고맙다며, 다녀와서 보자는 말을 남긴채 지리산행 버스에 오릅니다. 이때 시윤이 남긴 '이틀 후 보자.. 먼길 돌았지만... 고마워..'라는 메세지는 하선의 마음을 한없이 설레게 했습니다. 이쯤 되면 누구나 결말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시윤은 지리산에서 추락사했고, 며칠 후 하선의 집에는 시윤이 낙마하기전, 지리산에서 보낸 편지가 도착했지요. 자신은 군대에서의 힘든 순간을 하선과의 짧은 추억으로 버텼다며 그동안 멀찍이서 지켜봤던 것은 하선 혼자만이 아니었음을 고백했지요. 겨울의 짧은 황혼을 볼때마다 하선을 떠올리곤 했다며 서울에 돌아오면 함께 노을보러가자는 약속이 담긴 편지는, 그렇게 하선의 눈물 속에 잠겨버렸습니다. 

하선의 첫사랑 이야기는, 결말이 뻔히 예측되면서도 몰입하게 되고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바로 잊혀진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한없이 수줍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설레이던 시절을 옮겨놨기에,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이야기가 난무하는 요즘세태에 오히려 단비같은 포근함을 주지요.

멀찍이서 바라보기만 했던 하선의 첫사랑... 당시의 추억을 눈물로 되새기는 하선을 멀찍이서 바라보게 된 윤지석인데요,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차속의 라디오에선 갑자기 시윤이 불러줬던 유재하의 노래가 흐르지요. 이에 하선은 자신의 첫사랑 이야기를 해주겠다며 운을 뗍니다. 하지만 차마 말문이 떨어지지 않아 힘들어하지요. 이에 지석을 힘들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며 서로에 대해 많이 알아야 더 많이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입니다.

남자는 강인한 듯 보이지만 의심도 많습니다. 첫사랑이야기를 차마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다 화제를 돌리는 여자, 그 여자가 옛 선배를 만나 눈물 흘리는 모습을 봤다면 남자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텐데요, 하지만 지석은, 첫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힘겨워 하선의 표정에서 자신의 최선을 생각했습니다. 사랑이란 상대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존중해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걸까요.. 웃음보다는 눈물이 있었던 하이킥의 짧은 역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