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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해를품은달, 아역에 이은 기억상실의 저주


 


외척세력 영의정은 월의 안위를 빌미로 기어이 왕(훤)이 중전과의 합방에 응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합방이 이루어지려는 찰나, 왕은 갑작스레 날아온 살을 맞고 쓰러지지요. 혜각도사가 살을 날렸기 때문인데요, 그는 연우와 왕의 끊어진 연을 바로 세우고자 왕과 중전의 합방을 끝내 막아냈습니다. 살을 맞고 의식을 잃은 왕은 위중해보였으나, 월이 다가오자 이내 맥박과 호흡이 안정을 이루지요.

의식을 되찾은 왕의 첫마디는 '걱정 많이 했느냐'라는 월을 향한 위로의 말이었습니다. 특히 '내가 다른 여인을 품을까 걱정했던 것이 아니냐' 묻는 대목에서 완연한 연애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습니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을 둘러싼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지요.

영의정과 중전은 합방이 좌절된 것을 계기로 더욱 더 왕을 궁지로 몰아세우고자 했습니다. 이들은 왕이 갑자기 쓰러진 이유로 월을 지목했지요.
영의정은 친히 월을 찾아, 그녀가 내놓아야할 정답까지 알려주며 추국을 통해 그들이 얻고자 하는 바를 취하려 하는데요, 월은 결코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추국장에 끌려가기전, 월을 만난 장씨도무녀는 자신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음에도 왕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월을 애달파 하는데요, 월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의 속셈을 꿰뚫고 왕을 위한 최선의 길을 찾고자 몰두합니다. 이미 목숨마저 포기한 채 결연한 마음을 다잡지요.


한편 자신의 마음이 닿은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걸 버릴 수 없는 왕이기에 훤의 고민은 깊어만 가지요. 이런 와중에 월은 추국장에서 피가 튀도록 곤장을 맞으면서도 결코 영의정이 원하는 답을 말하지 않습니다.

일국의 왕임에도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군주의 무력감과 그런 왕을 지키고자 모진 고초를 감수하고 목숨까지 내놓는 월의 가슴아픈 사연이 극의 절정을 이루게 하는데요,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엔 왠지 모를 답답함이 남아있습니다.

이는 기억상실의 덫 때문입니다. 훤은 연우와 닮은 월에게서 차즘 연우를 보게 되면서 점점 월에게로 빠져들고, 이제는 연심을 드러내며 감정의 이입을 자연스레 옮겨가고 있지요. 반면, 여전히 기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월은 목숨마저 내놓아야 마땅할 연정을 기대어 놓을 이야기가 빈약합니다. 야심한 밤 안개빗속에서 훤과 조우한 이래 액받이무녀로서 훤의 곁을 지키게 된 월은 훤과의 추억이 없기에 늘 혼란스럽습니다. 드문드문 비쳐지는 기억의 조각들은 왕의 아픈 기억을 자신의 신기로 본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으로 치부됐고, 그래서 월에게 왕은 가엾은 사람, 도와주고 싶은 사람으로 발전하는 단계였지요. 이제 월이 왕과의 깊은 연모를 온전히 회복하기 위해 기억의 회복은 필수입니다. 하지만 어제 방송분에선 기억의 회복없이도 이미 월의 연모는 궁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목숨마저 내바칠 정도로 말이지요.

왕의 침소를 지키며 이야기를 나누고 왕의 고독을 느끼고 있는 월이지만 죽음마저 거스를 정도의 인연인지는 다분히 의심스러운 정도입니다.

지금 추국을 받으면서 목숨을 내놓으면서 까지 지켜주고자 하는 연심을 내보이는 월은 마치 훤을 향한 과거의 기억을 안고 그 오랜 연모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연우인 듯한 애달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시청자 또한 월이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더욱 그녀의 행동에 몰입할 수 있을 텐데요, 문제는 월은 그 기억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훤과는 저잣거리에서의 짧은 설레임의 데이트외에는 이렇다할 감정의 교감을 이루지 못한 월이었기에, 왕이 합방하던 시각 달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나 왕을 위해 모든 걸 거는 장면이 다소 생뚱 맞게 느끼지기도 합니다.

특히 장씨도무녀가 감옥에 갇힌 월을 찾아가 '네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쓰고 죽으면 왕이 기뻐하실줄 아느냐' 다그치는 것이나 '그건 더 큰 상처로 남겠지요'라며 눈물로 답하는 월의 모습 역시 너무 진도가 나가버린 장면은 아닌가 싶은 대목입니다.


기억상실, 이는 점점 사건을 파헤치고자 다가서고 있는 훤과 연우를 방해하는 거대한 설정이었는데요,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이 장치로 인해, 새로운 사건들이 전개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월의 감정에 대한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월의 의식을 파고드는 기억의 편린들은 이미 과도할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졌습니다. 그런데 '이제 곧 기억을 찾겠네'싶게 기대를 끌어올리다가 말기를 벌써 수십번, 이제는 그러한 장면조차 시선을 잡아끄는 약발이 다 되어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어제 방송에서도 은월각과 허연우라는 이름을 떠올리며 기억을 찾을 듯 보였던 월의 의식은 때마침 찾아온 의금부도사로 인해 또 다시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기억을 찾을 듯 아슬아슬하게 줄다리기만하고 있는 월로 인해서 시청자들은 아쉬움만 더해질 뿐이고, 월 또한 자신이 연우임을 알고도 숨겨야만하는 가슴아픈 사연이 아닌, 단지 왕을 향한 연심만으로 추국의 고난을 견뎌내야 하니 시청자의 감정이입은 순탄치가 않습니다.

섭외 단계부터 6살연상이라는 태생적인 문제로 캐스팅 논란을 빚더니, 예상외로 이어진 아역의 열연에 또 다시 숱한 논란에 휩싸여야만 했던 월, 한가인인데요, 아역의 저주가 주는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어제는 큰 눈을 부릅뜨며 소리도 지르고, 피가 튀는 고문에 고함을 내지르며 열정적인 연기를 나름 열심히 선보이고 있으나, 기억상실의 저주라는 또다른 덫을 만나고 말았습니다. 아역에 이어 시나리오가 또 다시 한가인을 괴롭히고 있는데요, 도대체 그 놈의 기억은 언제쯤 돌아오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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