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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해를품은달, 왕의 연심 비웃던 중전의 격한 반전



                   왕 비웃던 중전의 반전

예전에 중전은, 왕 이훤의 액받이무녀에 대한 연심을 비웃은 적이 있습니다.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인데요, 당초 왕의 지밀상궁을 매수해 이훤의 근황을 소상히 보고 받던 중전은, 액받이무녀의 존재에서 본능적인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당시 지밀 상궁은 왕이 액받이무녀 월과 나눈 대화를 자세히 전했고. 이를 통해 중전은, 연우를 닮은 액받이무녀로 인해 왕의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연우의 망령에 사로잡혀 8년이라는 세월동안 자신을 외면하고 있는 왕이었기에, 중전은 극도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이에 중전은 액받이무녀를 직접 만나보기 위해 왕의 처소 앞에서 기다리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그때 중전 앞에 나타난 무녀는 액받이무녀 월이 아니라, 합환부적 무녀였지요. 이미 액받이무녀는 소임을 다했고, 왕의 합방을 위한 새로운 부적이 들어오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전은 이 합환부적을 월로 오해합니다. 중전 앞에서 기가 질려 벌벌 떨고 있는 이 무녀에게선 연우의 흔적도, 왕의 성심을 끌어낼 미모도, 신분을 뛰어넘어 왕을 유혹할 배포도 찾아볼 수 없었지요.

순간 중전의 얼굴에선 여유로운 미소가 흘러나옵니다. 연우의 망령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대신 여자로서의 자존심이 고개를 들지요. 그래서 납작 엎드린 그 무녀에게 따뜻한 음성으로 말합니다. '어서 전하를 뫼시거라' 자신보다 못한 여자에겐 한없이 관대해지는 것이 잘난 여자의 인지상정인가봅니다.

그리고는 이렇듯 하찮아 보이는 여인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이훤을 당당히 찾아갑니다. 그런데 왕을 대면한 순간, 오래전 불쾌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세자빈 간택을 앞두던 소녀 시절, 중전은 예동으로 연우와 더불어 입궐했었는데요, 당시 세자였던 이훤은 형선을 통해 연우와의 은밀한 만남을 청했지만, 실수로 지금의 중전인 보경이 대신 찾아갔었지요. 당시 연우를 기다리며 미소 짓던 이훤은 보경을 보자 급격히 싸늘해 진바 있습니다. 바로 그때의 표정이 8년의 세월을 넘어 또 다시 왕의 얼굴에 나타나고 말았습니다. 액받이 무녀를 기다리며 '군기가 빠졌다'느니 하는 농담까지 던지며 미소짓던 왕은, 중전의 모습을 보자 싸늘한 표정이 되고 말았지요. 이 모습에 중전은, 순간 욱한 마음이 일어 언성을 높입니다.

'8년전, 은월각에서 잠룡시절의 전하를 처음 뵈었을 때에도 전하께오선 바로 지금 그 표정을 보이셨사옵니다'라며 자신의 비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지요. 하지만 액받이무녀에 대한 여인으로서의 우월감도 더불어 내비치는데요. '도대체 무엇에 미혹되신 것이옵니까, 저 천한 무녀의 어디가 8년전 죽은 그 아이와 닮았다는 것이옵니까'라며 '예, 품으시옵소서 망령이든 부적이든 맘껏 심중에 품으시옵소서 신첩 상관치 않을 것이옵니다.' 자신이 아무리 비참한 상황이라도 저 정도의 여인은 신경쓰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큰소리로 장담도 했습니다.

'전하의 심중에 누가 자리하든 전하의 성심이 누구에게 향해있든 이나라의 국모는 신첩이옵니다. 아시겠습니까 전하의 옆자리는 바로 이 신첩의 것이란 말씀입니다. 곧 전하께오서도 그 사실을 인정하게 되실 것이옵니다' 늘 자중하던 중전이 이렇듯 큰소리 칠 수 있을 정도로 그 무녀는 그다지 존재감이 없어보였습니다.


하지만 어제 방송에서 중전은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닫습니다. 지난번에 만난 무녀를 우연히 조우하게 되면서, 이 무녀가 왕의 관심을 받고 있던 액받이무녀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지요. 자신이 오해했음을 알게 된 중전에게 다시금 본능적인 불안이 엄습합니다. 이에 중전은 당장 그 액받이무녀를 찾아오라 명하지요.

늦은 밤, 자신의 처소로 불려들어온 액받이 무녀 앞에서 중전은 짐짓 거들먹거립니다. 지존의 위치에 걸맞게, 하찮은 무녀를 두고 무심한 듯 딴청을 부리는데요, 하지만 이내 눈에 들어온 무녀 월의 눈빛에서 중전은 본능적으로 극한의 공포를 느낍니다. 이미 기억을 되찾은 연우는 8년만에 만난 친구 앞에서 차분한 눈빛을 보이는데요, 그 눈빛에서 중전은 단번에 연우를 느낀 것일까요, 극한 공포 속에서 일그러지는 중전의 얼굴엔 이내 실소와도 같은 광기마저 흐르고 맙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어이가 없어 정신줄을 놓은 듯한 중전의 표정은, 눈 앞으로 다가온 파국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겠지요. 왕의 연심을 비웃던 중전의 격한 반전은, 이렇듯 김민서의 섬세한 표정 연기 속에서 짧은 순간 빛을 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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