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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해를품은달 한가인, 단숨에 연기력 논란 종결시켜




'나는 왜 죽었을까'
자신이 죽는 장면이 또렷이 떠오르는 가운데, 자신의 죽음에 오열하는 사랑하던 가족들의 눈물, 자신의 죽음을 감당하지 못하던 사랑하는 남자의 절망이 월의 의식을 날카롭게 찔러왔습니다. 자신때문에 8년이라는 세월을 미망속에서 살아온 남자가 눈물로 물었었지요, '나를 알아보겠느냐, 네 전생의 기억 속엔 나는 없는 것이냐' 하지만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자신... 세월의 슬픔과 아픔이 한 순간에 각성되는 순간, 월의 자아는 분열되고 의식은 찢어졌습니다. 하나 하나의 기억을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진실을 단번에 확 깨닫게 되는 순간, 모질고 지독한 진실은 월을 미치게 만들었습니다. 8년 묶은 기억상실의 업보는 그렇게 광분의 오열 속에서 각성되었지요.

모든 미망과 미혹의 종결은 은월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달(월)이 숨어있다는 은월각, 죄많은 대왕대비에겐 공포의 장소였으나, 사랑하는 이훤에겐 가슴 시린 그리움의 증거인 곳. 월이 꿈 속에서 만난 은월각의 주인 연우는 그래서 웃고 있었지요. 그리고 이내 월은 연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미 지난 13회에서 신모 장녹영은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습니다. 대왕대비에게 막말도 서슴치 않으며 월의 안전을 요구했던 그녀의 눈빛은, 이내 닥쳐올 피바람을 예고했습니다.
'사람이 끊어놓은 인연을 하늘이 다시금 이어주려 하는구나, 천변을 거친 후에 만물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니, 곧 피바람이 몰아치리라, 누구도 피해가지 못할 것이니...'
운명을 받아들인 장녹영은 감옥에 갇힌 월을 찾아아 큰절을 올리며 한 많은 인연의 봉인을 풀어 헤쳤습니다.

어제 방송에선 심금을 울리는 오열이 이어졌는데요, 모진 고문으로 만신창이가 된 월을 찾아 온 훤은 '자신은 미혹된 것이니, 이제 내게서 멀어져도 좋다'는 쓰디쓴 말을 내 뱉고 울음을 삼키지요. 훤의 깊은 슬픔을 월은 끝내 미소로 받아냈습니다. 그 어떤 원망의 기색도 보이지 않는 월을 홀로 남겨두고 돌아선 훤은, 기어이 운의 어깨에 무너져 오열해야 했습니다.

음란할 '음'자를 옷섶에 새긴 채, 저잣거리에서 행인들의 돌팔매를 맞으며 서활인서로 끌려가는 월이나 멀리서 이를 지켜보는 훤이나, 모진 운명 앞에서 그저 무표정으로 각자가 감내할 운명을 감당할 뿐이었지요. 이때 우연히 월의 행렬을 목격하게 된 연우의 어머니 신씨는 어쩔 수 없는 핏줄에 대한 초월적 끌림으로 연우를 느끼게 되는데요, 행인에게 둘러싸여 멀어지는 자식을 눈에 담고도 주변의 만류 속에서 애달프게 부르며 오열하는 장면 역시 연우의 업보가 가볍지 않음을 실감케 했습니다. 한편 은월각의 울음 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중전 역시 외로움과 공포에 미쳐가고 있었는데요, 위기에 처한 월의 안위를 위해 자중하고 있던 훤이 말없이 중전을 포옹해주자, 8년 독수공방의 설움은 기어이 중전의 오열을 폭발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날 최고의 오열은 단연 한가인의 몫이었습니다. 무고의 혐의는 벗었으나 요사한 미신으로 종친을 현혹한 죄가 인정돼 서활인서로의 축출을 명받은 월은 끌어가던 도중, 갑자기 납치되어 은월각으로 돌아오게 되지요. 은월각의 울음 소리에 공포를 느낀 대왕대비 윤씨가 관상감 교수의 조언에 따라 그녀를 혼령받이 무녀로 활용하기 위해서인데요, 하지만 왕과 연우, 대왕대비와 민하공주.. 이들 모두의 미망과 미혹을 간직한 채 모진 세월을 견뎌낸 은월각은, 그 엇나간  운명의 사슬을 다시금 되돌려 놓는 장소가 되어 버렸지요. 각성의 고통 속에 울부짖는 월의 절규는 그렇게 은월각에서 폭풍처럼 이어지다 잦아들었습니다. 이제 연우는 더이상 울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연우의 운명을 온전히 감당할 무표정한 월이 자리하고 있었지요.

'기어이 봉인이 풀리고 말았으니 또 다른 아픔이 시작되겠구나...' 이미 운명에 맞서기로한 장녹영이지만 두려움만은 떨칠 수가 없었지요. 연우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깨닫게 된 이훤이 당장 장녹영을 호출한 것을 보면, 그녀 역시 새롭게 불어닫칠 모진 세월을 빗겨갈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가인만은 모질게 따라붙었던 연기력 논란을 빗겨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캐스팅단계부터 초반 연기와 비주얼까지 끝없이 이어지던 그녀에 대한 논란은, 한번의 극한 오열과 한번의 무표정한 눈빛으로 종결됐습니다. 이제 시청자는 긴 기억상실의 상처를 단숨에 각성한 새로운 연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되겠지요. 한가인은 월이 아닌 연우가 되자 비로소 빛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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