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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해를품은달, 김수현의 최고 궁합은 역시 형선


 

해를품은달이 드디어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19회가, 정신없을 정도로 빠른 전개탓에 산만한 느낌마저 주었던 것에 비해 마지막회는 한결 차분하고 달달하게 마무리되었는데요, 흔히 극의 갈등 구조가 해소되면 '그리하여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류의 짧은 에필로그로 마무리되기 마련인데, 해품달은 '그리하여 요렇게 저렇게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꽤 비중 있게 다뤄졌지요. 당초 24부작으로 기획되었던 대본을 다시 20회로 줄인 바 있는 해품달이다보니, 19회에서 20회 초반까지 너무 많은 이야기를 소화하느라 다소 무리한 전개도 있었지만, 이는 마지막부분의 달달하고 행복한 이야기를 할애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나 봅니다. 궁중로맨스물 답게 피가 난무하는 정치적 이야기를 짧게 마무리하는 대신 해피엔드의 분량을 화끈하게 챙겨줬지요.

덕분에 한가인의 미모가 돋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최강동안이자 절대적으로 얼굴이 작은 김수현 옆에서, 단촐한 옷차림에 수수하게 묶은 머리로 출연하느라, 숱한 외모굴욕을 당했던 한가인이 최종회에선 모처럼 왕년의 미모를 회복할 수 있었지요. 당의를 걸치고 화려한 장신구로 머리를 수놓은 그녀의 모습에선, '꾸밀수록 돋보이는' 한가인 특유의 미모가 빛을 발했지요.  그동안 숱한 연기력 논란과 비주얼 굴욕으로 모진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한가인이 모처럼 화사하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이날 한가인이 극중에서 어머니-정경부인, 민화공주, 허염, 아들 등을 대하는 모습과 연기력은 보기에 편안했는데요, 그러고보면 한가인은 유달리 김수현하고만 궁합이 맞지 않았었나 봅니다.

사실 유독 얼굴이 작은 김수현 앞에서 굴욕 당하지 않을 여배우가 많지는 않을텐데요, 김수현에게 유달리 궁합이 맞는 최고의 짝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형선인데요, 그는 얼굴이 작지도 않으면서 김수현과 최고의 조합을 이루는 특이한 캐릭터지요. 퓨전사극답게 돌발적인 대사가 난무하는 해품달에서 미소년 왕자를 자임하는 김수현의 애드립을 극대화시키는 자연스러운 리액션은 오직 형선만이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었습니다.

'왕이 이 정도 생기기가 쉬운 줄 아느냐' 말하는 김수현을 껄쩍찌근하게 바라보기도 했고, 눈 사람 만드느라 차갑게 얼어버린 형선의 손을, 김수현이 자신의 체온으로 녹여주려하자 충격 속에서 헛다리를 짚으며 도망가기도 했으며, 온천에선 탕 안으로 들어오라는 김수현의 끈적한 제의에 극도의 공포심을 보이며 물러나기도 했습니다. 월(연우)이 누명을 쓰고 활인서를 끌려가자, 그토록 저어했던 왕의 잠행을 권유하던 형선의 젖은 눈망울은 심금을 울리기도 했지요. 월의 정체를 깨닫고 쓰러져 절규하던 왕을 곁에서 지켰던 것도 형선이었습니다. 이렇듯 김수현과 형선은 많지 않은 방송분량에도 숱한 명장면을 만들어냈는데요, 최종회에도 이들의 명장면은 선명하게 남겨졌습니다.

중전 연우의 생일을 앞두고 왕은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하는데요, 그동안 지붕에서 꽃잎을 날리고, 깜짝 인형극을 선보이는 등 숱한 이벤트를 마련했던 왕이기에, 더욱 강렬한 기획이 필요했던가 봅니다. 왕이 새롭게 도전한 것은 '가야금 독주'였지요. 헌데 갸야금 명인을 초빙해 속성 과외까지 받았지만 왕의 실력은 도통 늘지를 않습니다. 이에 왕은 형선에게 투정을 부리지요. '악기가 어찌 이모양이냐, 딴 거 가져와라' '허면 소신이 확인해 보겠습니다'
왕답지 않은 쌈박한 투정, 내관답지 않은 차가운 썩소, 이 썩소를 받아내는 왕의 시크한 빈정거림, 이어서 펼쳐지는 형선의 현란한 가야금 연주는 해품달 최고의 조합이 만들어낸 깨알같은 장면이지요.

'뭐.. 따로 배운 바는 없고, 전하께서 배우실때 어깨너머로 보아두었다가 심심풀이로..'하며 가야금을 '띵'하고 튕긴 손가락을 '훅' 불더니 입술을 쭉 내밀며 우쭐대는 형선과 이를 얼빠진 얼굴로 바라보다 '돌아서 있으라' 말하는 김수현.. 두 콤비의 마지막 장면은, 달달한 로맨스보다 더한 미소를 자아내게 했습니다.


결국 왕은 중전 앞에서 립싱크도 아닌 핸드싱크로 가야금 연주를 연기하는데요, 뒤에서 왕을 대신해 가야금을 연주하는 형선의 얼굴에선 그야말로 예술혼이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핸드싱크가 탄로나 왕이 곤혹을 치르는 가운데서도 연주에 심취해 있던 형선, 그가 있었기에 해품달의 김수현은 더욱 빛이 날 수 있었겠지요. 가히 해품달 최고의 커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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