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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해를품은달 중전, 피할 수 없는 외사랑의 파국 예고




어제 해를품은달은 이훤과 연우의 달달한 이야기로 시작됐지만, 이내 긴장감 넘치는 정치적 상황으로 전개됐습니다. 이훤은 8년전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는데요, 그 중심에 자신의 여동생 민화공주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지요. 선왕이 왜 이 사건을 덮을 수 밖에 없었는지, 할머니인 대왕대비가 왜 '소중한 사람을 지키려면 침묵해야 한다'고 협박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왕은 눈물 흘리며 민화공주를 꾸짖습니다.
'너를 벌할 것이다. 너를 벌해야만 그 일에 가담한 외척들의 죄를 물을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벌은 달게 받겠지만, 서방님과 뱃속의 아이는 벌하지 말아달라는 민화공주의 부탁에 왕은 절규하며 고통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제 자리에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 자격없는 자가 차지한 자리를 자격있는 자에게 돌려주겠다던 지난 시절의 신념을 일깨운 왕은 기어이 고뇌를 떨치고 외척세력과의 정면 대결을 선택합니다.

왕은 대왕대비를 찾아가 양자 선택을 강요합니다. 온양행궁으로 떠날지 추국장에서 엄중한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인지 묻지요, 이제 왕과 외척세력의 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외척세력이 모조리 숙청되거나 왕이 쫓겨나거나 둘 중 하나의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정치세력간의 냉엄한 실력대결에서 한쪽만이 살아남게 될텐데요, 그런데 어느쪽이 승리하더라도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는 비운의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중전이지요.

중전은 왕과 공동운명체입니다. 그녀는 외척세력가의 딸이지만, 외척세력이 왕을 몰아내기로 결심했다는 것은 이미 그녀도 버렸음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왕이 쫓겨나게 된다면, 유교적 질서 속에서 중전 역시 왕의 운명을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왕이 쫓겨날 때는 운명을 함께 해야 하지만, 왕이 승리한다면 왕과 함께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이훤이 외척세력을 몰아낸다면 중전 보경 역시 숙청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녀가 외척세력이기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비참한 것은, 왕의 승리가 연우가 중전이 됨으로써 종결된다는 점이지요. 보경은 비참하게 내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왕과 외척세력의 대결에서 중전의 자리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왕의 패배와는 운명을 함께 해야 하지만 왕의 영광과는 운명을 함께 할 수 없는 여자, 그럼에도 그런 왕을 한결같이 바라보며 8년이나 독수 공방해온 그녀의 외사랑은 비극적 숙명을 피할 수가 없지요. 이훤의 표현대로 '자격없이 차지한 자리'에 대한 업보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연우를 단번에 알아본 이후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던 중전은, 지난 16회에선 공포에 미쳐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당시 아버지 영의정이 나타나자 '가!'라고 절규했던 중전인데요, 어린 시절 연우의 죽음으로 인해 공포에 떨던 보경을 다그쳐서 중전으로 만들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의 표현이겠지요. 그런 중전의 모습을 냉냉하게 외면하는 영의정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제 방송에서 중전은, 아버지의 말을 우연히 엿듣게 됩니다. 중전의 어머니가 중전을 위해 말벗으로 삼을 소녀를 데리고 오자, 영의정이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는데요, 그 소녀가 의외로 당돌하게 나오자 영의정은 대견해하며 덧붙였습니다. '궐구경 한번 해보겠느냐' 그 말은 8년 전 아비가 보경을 중전으로 들이기 전에 했던 말과 같았습니다. 이미 영의정은 중전을 봐도 인사조차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고 있는 상황이지요. 보경은 이미 자신의 운명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데려온 소녀를 바라보는 중전의 눈빛에는 아비에 대한 분노가 서려있었지요.

해를 품은 '달'이 연우라면, 해가 내친 '달'은 중전 보경이겠지요, 원작에서처럼 중전 보경의 방송분량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 근래들어서도 잠깐잠깐 짧은 분량을 소화할 뿐이었지요. 그런데 크지 않은 비중에도 유독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녀의 배역에 부여된 비극적 운명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자신을 원치 않는 남자를 한결같이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여인, 억지로 얻게된 합방의 순간 차갑게 내미는 왕의 손길에도 황홀해 했던 여인은, 태생적으로 여주인공의 자리를 빼앗은 악역임에도 오히려 보는 이의 짙은 연민을 이끌어내는 김민서의 연기력 속에서 깊은 인상을 남겨주고 있습니다. 아버지를 따를 수도, 남편을 따를 수도 없는 여인의 절절한 비극은 드라마 해품달이 원작과는 색다른 감동을 주는 또다른 볼거리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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