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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더킹투하츠, 예기치 못한 소녀시대의 치명적 유혹

 

 

 

드라마 더킹투하츠에선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빛나고 있습니다. 주연배우인 하지원과 이승기는 물론이고 짧게 짧게 스치는 장면 장면마다 섬세하고 깨알같은 연기력이 깊은 몰입을 주고 있지요, 싸이코다운 오묘한 표정을 짓는 존메이어(윤제문 분), 이런 싸이코를 뚱하게 바라보는 왕(이성민 분 ), 왕 앞에서 실실 쪼개는 북한 통일전선부장 (이도경 분) 등등 극 중 인물들이 서로 교감하는 모습들은 드라마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지요,

그런데 어제 방송에서 최고의 압권은 리강석(정만식 분)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그 처녀의 다리가 한날 한시도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
30년동안 지켜온 투철한 인생관이 단 1분만에 무너지는 자아분열의 통렬한 순간을 우습게 연출해냈지요, 부동의 자세로 반듯하게 앉아서 TV 속 소녀시대의 무대를 응시하던 이강석은 침까지 꿀떡 삼키면서도 힘겹게 외면하려 했습니다, '소원을 말해봐, 꿈도 열정도 다주고 싶어'하는 대목에선 '안가져, 야'하며 단호하게 거부해보지만 어느새 이강석은 소녀시대 특유의 발차기에 맞춰 눈동자가 따라 움직였고 몸은 움찔하고 있었지요. 그 변화무쌍한 표정엔 경이로움과 거부감이 교차했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리모콘을 눌러 TV를 끄려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자신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TV속으로 빨려들듯 소녀시대에 심취하던 이강석은, 이재하가 갑자기 나타나자 서둘러 TV를 껐지만 그 마음은 되돌릴 수가 없었지요.   

9명의 비슷비슷한 다리가 현란한 댄스를 펼칠때 이강석의 마음을 훔친 것은 오직 티파니였습니다. 티파니의 미소 앞에서 투철한 인민군 장교 리강석의 살벌하던 눈빛엔 온화한 봄바람이 일고 말았지요,
'하필 이름이 티파니가 뭐이가'  '내가 왜 민족의 말살자, 미제의 이름을 딴 썩어빠진 부르조아때문에 이렇게 괴로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상관 김항아(하지원 분)에게 고백하던 리강석은 스스로 분노하다가 고개를 떨구며 절망합니다.

극 초반 김항아는 자신이 신랑을 얻고자하는 사심으로 WOC에 참여했기에 자격이 없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이에 동료들은 모두가 사심이 있다며 다독였지요, 하지만 리강석은 남달랐지요, '자신은 한번도 사심을 가진적이 없다'며 '위대한 공화국의 명예를 짊어지고 남조선 군관들과 함께 조국통일 위업에 이 한 몸 바치고자 참가'했기에 김항아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던 투철한 군인입니다.

하지만 이제 남조선의 율동하는 여성집단 소녀시대, 그 중에서도 티파티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지요, 사상공부에 집중해봐도 계곡물에 몸을 담가봐도 티파니의 치명적인 유혹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김항아의 위로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괴로워합니다. '고저 심지도 없이 모냥만 보고 어캐...내레 발정난 숫퇘지네'말하는 그의 말속엔 의외의 순수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리강석이 소녀시대를 처음 접한 건 첫회에서였지요, 당시 북측 일행이 버스를 타고 서울시내에 진입하자 김항아는 빌딩의 전광판에 나오는 남한 남자배우들의 모습에 한껏 설레어했었는데요,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리강석의 눈에 소녀시대가 들어왔었지요, 순간 말문이 막혀 '헉, 쟤들은 모이가, 추운데서 넙적다리를 다 꺼내놓고 뭔 몸부림을...'하며 말문이 막혔던 리강석, 그도 이제 그 몸부림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되었지요, 언젠가 리강석에게 누군가 '소원을 말해봐'하고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그는 티파니를 말하게 될까요.

극 후반 김항아는 아버지로부터, 이재하는 형으로부터 서로 결혼상대로 어떠냐는 제안을 받습니다. 아웅다웅 티격태격 부대끼던 김항아와 이재하가 서로를 이성으로 인지하는 순간인데요, 치를 떨며 거부하는 이들에게서 벌써부터 사랑의 아이러니가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빠른 전개와 리얼한 내면연기가 숨가쁘게 이어지고 있는 더킹투하츠에서 점점 눈을 떼기가 힘들어질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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