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2012.05.17 07:00

 

 

석연치 않았던 아버지의 해임에 의구심을 가졌던 은시경(조정석 분)인데요, 어제 방송에서 은시경은 존 마이어와 내통했던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깊은 좌절감 속에서 아버지를 찾은 은시경은 '이게 뭐에요'라며 절규하지요. 침통한 표정으로 '아비처럼 되지 말고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 되라'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끝까지 훈계만 한다, 안하셔도 이미 안다'며 '마지막 모습 잘 보고 간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습니다. 조정석의 연기가 인상적인 것은 분노를 폭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극중에서 딱딱하고 고지식한 캐릭터였기에 남성다운 '멋'을 내는 분노연기도 가능했을 법한데요, 그는 이 순간 근위대장이 아니라 '아들'이 되어 있었지요. 아비 앞에서 투정부리듯 따지는 모습은 그래서 더 인간적이었습니다.

 

 

확실히 은시경은 아비의 훈계가 없더라도 염치를 아는 인물입니다. 이 낭패스러운 순간에 은시경이 떠올린 것은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이었지요. 그는 자신에게 아비의 비리사실을 숨기면서까지 자신을 배려했던 왕 이재하(이승기 분)에게 '한대 치고 싶다'며 분노했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몸서리쳤지요. 아비에 대한 원망과 이재하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힘들었을 은시경인데요, 하지만 이날 은시경이 감당해야 할 좌절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의 배신보다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공주 이재신(이윤지 분)이 간직했던 가혹한 상처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이지요.

 

비극적인 사고가 있었던 날, 총이 겨누어진 상태에서 오히려 스스로 절벽으로 떨어지는 등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줬던 공주가, 그날 이후 극도의 공포에 시달려온 것은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었는데요, 이제야 그 숨겨졌던 이유가 밝혀졌지요.

 

 

이날 공주는 그동안 스스로 봉인했던 기억을 기어이 떠올리게 됩니다. 당시 범행현장에 우연히 나타난 공주를 붙잡은 존마이어 일행은 그녀를 잔인한 함정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견디기 힘든 막말로 모욕을 준 후 그녀 스스로 오빠부부를 살해할 독극물가루를 패치카에 뿌리도록 강요했지요. 곧 죽게 될 오빠의 운명을 알게 된 것도 고통스러운데 그 살해준비를 직접 해야 한다는 죄책감은 공주를 미치게 만들었지요. 갖은 모욕과 협박 속에서 미쳐가던 공주는 죽음의 공포가 극도로 치달은 순간 기어이 자신의 손에 들려진 독극물을 뿌리고 말았습니다. 머리에 총구가 겨눠진 급박한 순간, 자신이 살기 위해 결국 스스로 독극물을 뿌렸던 자신의 손동작은 온전한 기억으로 되살아났고, 그 죄책감과 모멸감의 끝에서 공주는 스스로를 자해하다가 혼절하고 말지요.

 

비참한 모습으로 누워있는 공주를, 뒤늦게 나타난 은시경이 바라봅니다. 공주가 그토록 보여주기 싫어하던 초라한 모습이었지요. 은시경도 공주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울음을 힘겹게 삼켰습니다. 아버지의 비밀을 알았을 때도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떠올렸듯, 공주의 비밀을 알았을때도 은시경은 자신의 잘못했던 일을 떠올렸을 법합니다.

 

 

사고 이후 움츠리기만 했던 공주를 모질게 닦달했던 숱한 기억들이 모질게 은시경의 의식을 파고 들었겠지요.

'저 없는 동안 이거 하신 겁니까 놀고만 계셨냐구요 치료는 받으셨어요 뭔가를 기억해내려는 노력은 해보셨어요?' , '명상이나 심리치료는 기본적으로 받으셔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기억은 나셨냐구요' ' 동정받고 싶으세요? 일부러 기억 안하고 싶은 건 아니시냐구요' '기억하기도 싫은데..하반신 마비도 됐는데..이러면 더 가엾어 보이겠지...불쌍해서라도 더 귀여워해주겠지...착각이십니다. 피하는 건 안됩니다'

이렇듯 은시경이 했던 말들은 비수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사고 이후 대중 앞에 나서지도, 사건의 진상을 증언하지도 못했던 공주가 이렇게 잔혹한 기억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은시경 덕분인데요, 존 마이어앞에서 조국과 공주를 지키지 못해 괴로워 하던 은시경의 모습을 우연히 지켜보면서 공주는 스스로의 운명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은시경은 공주의 쉽지 않은 고백 이후에도 공주와의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요, 스스로 공주의 듬직한 짝이 될 자신이 없었던 은시경은 공주를 외면했었고, 외면 받았음에도 공주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렇듯 가혹한 기억을 기어이 되찾았습니다.

 

 

늘 공주를 피하기만 했던 은시경, 가끔 공주가 장난 삼아 스킨쉽을 유도하면 화들짝 놀라 당황하던 그가 이제 손길을 들어 무력하게 누워있는 공주의 얼굴을 쓰다듬습니다.

 

은시경씨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던 공주의 바람은 이뤄진걸까요. 이미 예고에서 분명히 보여졌듯, 힘겨운 두 남녀는 이제 서로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 대반전을 시작하겠지요.


Posted by 비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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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_< 2012.05.17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둘... 너무 슬펐어요ㅠㅠㅠ
    재하, 항아 커플도 좋지만, 솔직하게 재신, 은경 커플이 더 끌려요>_<
    요새는 이 둘 보는 맛에 더 킹 보는듯...

  2. 에스원 2012.05.17 1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드라마는 안봤지만.. 글을 잘 써주셔서 재미있네요^^

  3. 춘천 2012.05.17 1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엇보다 연기 정말 잘하더군요.
    왕과 왕비가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여유있게(?) 그런 일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게
    말이 좀 안되긴 하지만
    설정은 최고인 것 같아요.
    설마 그런 식으로 공주가 입을 못 열게 보험을 들어놨을거라고는 생각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