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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드라마&시트콤

더킹투하츠, 은시경의 숙제- 더이상 답답이는 없었다.

 

 

죽음의 순간, 은시경(조정석 분)의 시선은 먼 곳을 향했습니다. 이미 죽음을 각오했었지만 차마 갈무리할 수 없었던 공주에 대한 인연은 마지막 순간까지 생의 아픈 미련으로 남겨졌습니다.

떠난 은시경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증거를 공주에게 남겼는데요, 바로 영상편지였습니다. 마지막 영정사진에서조차 어수룩한 표정으로 남겨진 남자, 영상편지를 녹화하는 모습조차 수줍음과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던 은시경은, 공주에게만큼은 '더 이상 답답이는 없다'고 선언했지요.

 

공주님이 좋아할만한 남자가 되고 싶은 바람을 수 천 수 만 번 되뇌었다던 그는 환하게 웃어 보였는데요, 내내 스스로를 숨기기만 했던 은시경, 공주의 고백이 있은 후에도 여전히 공주를 피하기만 했었고, 마지막 키스 직후에도 '죄송합니다'란 말로 공주를 한없이 헷갈리게 했던 그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았던 고백을 했고,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이 마지막 고백을 지켜보는 공주의 얼굴에는 슬픔과 기쁨이 교차했습니다. 웃으면서 울 수 밖에 없었던 공주의 눈에선, 슬픔의 눈물과 반가움의 눈물이 더불어 흘러내려 은시경의 지키지 못한 약속을 감당해야 했지요.

  

유머책을 챙기며 '센스충만'을 외치던 은시경의 마지막 모습은, 그렇게 그의 수줍은 사랑고백과 함께 허공에 맴돌고 말았습니다. 

 

 

은시경의 죽음은 이렇듯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는데요, 하지만 은시경의 목숨과 맞바꾼 존마이어의 구속은 너무도 허무하게 종결됩니다. 국제정치역학 속에서 대한민국은 존마이어의 보석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풀려난 존마이어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남과 북을 압박합니다. 국왕 이재하는 국가의 존망을 걸고 해외를 돌며 외교전에 나서지만, 존마이어는 기어이 미국을 움직여 평양폭격을 가시화시키지요, 이 와중에 북한은 자존심을 버리고 남측에 중재를 요청하는데요, 하지만 국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 한국의 총리는 미군의 요청에 따라 전시상황을 데프콘3로 격상시킵니다. 데프콘3에서 국군의 통수권은 미군으로 이양되지요. 이에 북측에서도 서울폭격을 운운하며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에 내준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남북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 방관자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서글픈 현실을 드라마는 이토록 통렬하게 고발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받지 못한 채 귀국한 왕 이재하는 급작스레 김항아와 헤어진 뒤, 무력한 정국 앞에 서는데요, 전시체제를 앞두고 북측으로 추방되다시피 끌려가는 김항아, 국군통제권도 없이 전시체제에 돌입하게 된 이재하, 이들의 난관은 최종회를 앞두고 극한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극 초반 은시경은 이재하에게 실망했던 적이 두 번 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존마이어의 협박에 굴복해 하야하겠다고 말했을 때와 자신의 죽음을 무릅쓴 작전을 허락하지 않을 때였는데요, 바로 힘이 없는 국왕이라서가 아니라 나약한 모습을 보였던 순간입니다.

 

은시경을 떠나 보냈을 때와 마찬가지로 이재하는 여전히 힘이 없는 왕입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은시경의 마지막 말, 은시경이 이재하에게 내준 숙제를, 이재하가 어떻게 풀어낼지 최종회를 기대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