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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신사의품격 창문키스, 민망함과 설레임의 경계

 

 

 

 

서이수(김하늘 분)는 김도진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통렬히 깨달았습니다.
친구의 연인에 대한 자신의 짝사랑이 탄로나자, 주변의 모든 이가 난처하거나 어색해하지 않도록 자신은 김도진(장동건 분)과 사랑하고 있노라 선언했는데요, 이것이 그녀를 짝사랑하는 김도진에겐 기만이자 상처가 되고 말았습니다. 차갑게 돌아서는 김도진을 보며, 서이수는 주변사람들의 평화를 위해 배려했지만, 정작 소중한 한 사람에겐 배려 대신 모욕이 됐음을 깨달은 것이지요, 하지만 그것을 깨달았을때는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자존감 강하고 제 잘난 멋에 사는 김도진은 이제 단호하게 서이수를 거부합니다. 스스로의 감정을 철저히 단속하며 그녀와 마주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지요. 뒤늦게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 서이수는, 하지만 그 마음을 전할 기회조차 잡을 수 없었지요.

 

무례할정도로 모질게 외면하기만 했던 김도진과 기어이 마주섰을때, 그가 진지하게 말했지요, “이 여자는 내 마음을 못 받았구나. 그냥 난 마음을 돌 던지듯 던졌구나. 내가 던진 마음에 맞아 아팠겠구나. 그래서 이 여자는 놓쳐야 하는 여자구나.. ' 그리곤 덧붙인 '그동안 미안했다'라는 말 속에서 서이수는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떠났음을 깨달았습니다.

눈물을 머금은 채 돌어서는 서이수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자동차의 사이드미러로 하염없이 바라보는 김도진.. 두 사람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듯 싶었지요.

 

 

하지만 김도진이 그동안 돌처럼 던진 숱한 마음의 흔적들은 여전히 서이수의 공간에 남아있었습니다. 김도진이 남겨줬던 모든 증거를 남김없이 지우려했던 서이수는 우연히 그가 건네줬던 노트북을 살펴보게 되는데요, 그 속에서 김도진이 전하려 했던 그의 진심을 접하게 됩니다. 언젠가 그녀를 처음 봤을때 '자고 싶었을 뿐'이라며 껄렁하게 말했었지만, 사실은 처음 본 그 눈빛의 여운을 오래도록 간직했었다는 것과 늘 까칠하고 거칠것 없어 보이던 그 역시 사실은 자신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했었다는 것, 그리고 그 거짓말을 이런식으로 보여주는 도진을 보며 이수는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을 떠올렸습니다.

 

뒤늦게 깨달은 자신의 마음만큼은 그 남자에게 온전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동안 이수는, 자고 싶다는 말을 뻔뻔스럽게 말하는 도진을 보며 그의 마음을 제멋대로 재단하고 폄하했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됐습니다. 진심으로 떠났다는 그 남자를 이제 자신도 다 잊겠다며 이별을 받아들였건만, 자신의 마음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준 남자에게 자신도 기어이 표현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진 것이지요.

하지만 그 방법이 녹록치 않습니다. 사무실을 찾아가도, 즐겨가던 바에 가봐도, 억지 구실을 만들어 도진의 룸메이트 최윤을 만나기 위해 도진의 집을 찾아도 도진은 이수를 상대하려 하지 않습니다.

 

 

이미 상대 앞에서 진심으로 결별을 선언한 중년의 남자에게 이별은 맹목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고, 일상의 한 가운데서도 그녀를 놓지 못하지만 스스로 선을 그어버린 마음을 되돌릴 줄 모르지요.

그 견고한 마음의 벽을 허문 것은, 일상의 충돌 덕분이었습니다. 우연히 이수의 메세지를 훔쳐본 친구에게 짜증을 폭발시키면서 도진은 이수에게로 달려가지요, 바로 1년전의 눈빛을 확인하는 곳으로 말입니다.

 

1년전 카페에 앉아 비오던 거리를 바라보던 도진은 이수를 보고 첫 눈에 반했었습니다. 이슬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창문을 사이에 두고 마주했던 그 눈빛을 잊지 못했지요, 그 이후 이수와 여러가지 사건사고로 엮였는데요, 이수는 다른 사건 사고는 기억해냈지만 도진에게 긴 여운을 줬던 그 눈빛은 기억해내지 못했었습니다. 당시 제자의 폭행사건 때문에 도진과 합의를 원하던 이수는 그 때문에 도진의 심술맞은 딴지로 고생했었지요. 찾아가기만 하면 선약이 있다며 그녀를 퇴짜 놓기 일쑤였지요. 얼마 후 이수도 같은 장소에서 또 다시 눈빛을 마주하면서, 그때의 눈빛을 기억해 냈지만 여전히 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다음 선약은 저이길.. 연락기다리겠습니다'란 메모를 남김으로써, 사건 합의를 위한 용건만을 표현했었지요.

 

 

하지만 몇번의 계절을 넘어 같은 곳에서 같은 방향으로 두 사람은 3번째로 마주하게 됐습니다.
이제 이수는 마음 먹은 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했는데요, 하지만 이번에도 도진이 먼저 표현했습니다. '오늘 선약은 서이수씨예요' 예전 서이수가 남겼던 메모에 대한 답변이자, 자신만의 추억으로 남겨진 줄 알았던 눈빛의 추억을 떠올려준 이수에 대한 답변이었지요.

이번 만큼은 먼저 마음을 내보여주고 싶었던 이수는 또 다시 도진에게 선수를 빼앗기게 된 셈인데요. 그래서 그녀는 메모를 내보였던 그 창문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갑니다. 번번이 외면하기만 했던 도진 탓에 미처 말로는 전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비로소 행동으로 내보인 것이지요.

 

 

얼핏보면 과하게 모이는 이 일방적인 키스는, 그래서 민망해 보일 법도 합니다. 그동안 자존심도 포기한 채 계속해서 도진을 찾아가고 기다려야 했던 이수의 모습과도 닿아있지요. 하지만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자신을 밀어내려 애쓰는 남자를 위해, 자신의 자존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온전히 마음을 내보이는 모습은, 그 진솔함 덕분에 설레임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민망함과 설레임의 경계는 도진과 이수의 마음에 온전히 몰입했는지 여부를 구분하는 시청자의 경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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