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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추적자, 정치인 비웃지 못하게 만든 한마디

 

 

 

 

 

추적자는 참 위험한 드라마같기도 합니다. 강동윤(김상중 분)에 몰입해서 보다보면, 늘 위기를 극복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그의 모습에서 호감을 느낄 법도 하지요,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왜 그럴수 밖에 없는지.. '누군가를 이해하게 되면 결코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강동윤은 또다시 코너에 몰렸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좌우할 휴대폰 동영상이 서회장(박근형 분)에게 넘어갔기때문인데요, 대통령은 수단에 불과할뿐 궁극적으로 서회장의 자리를 노리는 강동윤과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서회장이 극한 대립을 이룬 상황에서, 승부의 축은 또다시 서회장에게 기울고 있었습니다.

 

 

헌데 절망의 순간, 강동윤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권력을 잡은들 식물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는 노예계약서가 체결되려는 찰라, 서회장의 아들 서영욱(전노민 분)이 엉뚱한 사고를 쳤지요. 강동윤을 한순간에 몰락시킬수 있는 휴대폰 동영상을 서영욱이 검찰에 넘겨버렸습니다. 이 휴대폰으로 강동윤을 완전히 장악하려던 서회장의 뜻에 반해, 이참에 완전히 강동윤을 매장시켜버리겠다는 의도였는데요, 하지만 강동윤은 이 순간 오히려 희망을 봅니다. 서회장이 가진 카드를 그 아들이 허공으로 날렸다고 생각하지요. 이제 대선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서회장과 강동윤은 휴대폰과 백홍석의 신병을 확보하고자 숨가쁜 대결을 시작합니다.

 

서회장과 강동윤의 헤게모니 싸움은 이렇듯 또 다시 반복되고 있습니다. 주인공 백홍석은 언제나처럼 주변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가 비록 자신의 전부를 걸고 최선을 다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미운 정치인보다 무서운 서민의 욕망

 

그런데 서회장이 막내딸 서지원(고준희 분)과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입니다. 자상한 아빠를 더없이 사랑하지만, 아빠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면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딸 앞에서, 서회장은 냉혹한 권력자가 아니었지요. 세상에 막 눈을 뜨고 있는 순수한 딸을 애달프게 바라보는 서회장의 늙은 얼굴은 이 땅의 뭇 아비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딸은 아빠에게 물었습니다. 국민을 속이는 강동윤이 어떻게 지지율 70%를 넘길 수 있는지.. 이에 서회장은 단호하게 말하지요, 강동윤이 국민을 속이는게 아니라고..
'한오그룹 사위가 서민을 위해서 정치한다하는데 이나라 국민들이 그걸 진짜로 믿고 있겠나,  동윤이 공약을 봐라, 집 가지고 있는 놈 집값 올려준다고 하고, 땅 있는 놈 땅값 올려준다 하고, 월급쟁이들 봉급올려준다고 한다, 다 즈그들한테 이익이 되니까 지지하는거다, 단지 집값 올려준다고 해서 지지한다고 하면 부끄러우니까, 개혁의 기수다 뭐다 이래서 지지하는 거다' 서회장이 내린 결론은 간결했습니다. '국민들 자신이 스스로를 속이는 거다'

 

개인적으로 지난 대선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회창씨가 아들의 병역의혹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던 과거를 돌이켜 볼때, 우리 국민의 정치인에 대한 윤리적 잣대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설령 일반인들은 위장전입을 마구 하더라도, 정치인에게는 한단계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한다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결국 도덕성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위장전입, 건강보험료납부같은 소소한 것부터 짐작조차 어려운 폭넓고 다앙한 숱한 의혹들까지, 너무 많아서 어느 하나에 집중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의혹투성이였던 사람을 선택한 것은 결국 우리 국민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스스로 자신을 속인 우리의 자화상이 있지요. 아파트값은 계속 올라가야 하고, 화끈한 공사를 벌여 경기를 부양해야 하며, 각종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더욱 잘 살고 싶었던 우리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요즘 우리는 레임덕으로 향하고 있는 정부를 비웃고 있습니다. 그렇게 비웃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했었는지를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결국 미운 정치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서민의 욕망은 아니었는지.. 드라마 속 서회장은 때론 정치인에 열광하고, 때론 정치인을 비웃고 있는 국민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섬뜩해지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