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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tainment On/스타&연예

김연아, 히딩크도 안한 본전짜리 도전에 나선 용기

 

 

 

결국 김연아는 현역 복귀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복귀 심경을 밝히는 그녀의 모습에선 이미 꿈을 이뤘던 사람으로서의 외로움도 엿보였지요.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이후 피겨 선수로서 어떤 목표를 찾기 어려웠고, 반대로 국민과 팬들의 관심과 애정은 더 커져만 갔다'면서 '그런 관심과 애정이 저에게는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느껴졌고 하루만이라도 그 부담에서 벗어나기를 소망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는 피겨영웅 김연아만을 바라봤을뿐, 소녀 김연아를 바라본 적은 없지 않았나 싶은 대목이지요.

2년전 밴쿠버 올림픽을 앞두고 '내 꿈의 종착역은 밴쿠버 금메달'이라며 모진 부상을 딛고 기어이 꿈을 쟁취했던 김연아입니다. 헌데 꿈이란, 바라는 자에겐 활력과 에너지를 주지만, 꿈을 이룬 자에게선 활력과 에너지를 다시 앗아가기도 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꿈을 일궈냈던 사람에게 또 다시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도록 스스로를 설득하기란 퍽 힘든 일입니다. 세계 최고의 요리를 먹어보기 전의 사람과 먹은 후의 사람은 이미 같은 사람일 수가 없겠지요. 이미 세계 최고봉에 등반해 봤던 사람은 또 한번 목숨을 무릅쓰고 같은 곳을 향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바로 그렇기에 '꿈을 이뤄도 삶이 계속된다'는 현실은 누군가에겐 비극일지도 모를 일이지요.

 

 

십년전 이땅에서 최고의 영광을 누렸던 히딩크는 그래서 다른 곳으로 꿈을 찾아나섰습니다. 그는 잘해야 본전인 한국대표팀 감독의 연임을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덕분에 한국인들은 그에 대해 아름다운 추억만을 간직할 수 있었습니다. 2002 월드컵 예선에서의 졸전을 보면서 '오대영'이란 별명을 붙여주며 경질을 요구했었던 기억은 한국인에게도 거의 남아 있지 않지요, 덕분에 히딩크는 한국인의 영웅으로 영원히 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중의 기억으로 남는 대신 대중의 앞으로 나선 김연아에겐 전혀 다른 길이 놓여있지요. 2014 소치 올림픽을 준비하는 김연아는, 아마도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야 할 것입니다. 그녀 스스로 '밴쿠버 금메달리스트가 아닌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새 출발하겠다'며 '금메달보다는 자신만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에 목표를 두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치열한 경쟁에 익숙한 많은 사람들은, 그녀의 이러한 바람과는 상관 없이, 여전히 메달의 색깔로 그녀의 삶과 도전을 평가하겠지요, 그리고 그녀를 진심으로 응원하며 '김연아 금메달'을 외칠 것입니다. 그러한 기대와 그러한 관심, 그러한 갈채를 받으며 김연아는 자신만의 도전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기자회견장에서 복귀를 발표하던 김연아는 문득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여전히 그곳에는 그녀를 피겨영웅으로 상대하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김연아는 소녀의 꿈을 말했지요, 그녀의 꿈을 온전히 응원하고 싶습니다. 그녀가 금메달을 따건 안따건 말이지요.